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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3.03.04 13:46:37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변광섭

청주시문화재단 문화예술부장

그날 저녁 나는 세종문화회관 대공연장의 2층 객석에 쪼그리고 앉아 한 시간이 넘도록 눈물을 토해냈다. 내게도 아직 눈물이라는 것이 남아있다는 사실에 놀라며 부끄럽기까지 했으니 문화의 힘과 예술의 가치를 다시금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틱낫한은 몸 안에서 몸을 관찰하고, 느낌 안에서 느낌을 관찰하고, 마음 안에서 마음을 관찰하라고 하였는데 나는 그날 무량하게 쏟아지는 눈물의 시간과 그 무게만큼이나 내 마음이 가벼워지고 투명한 유리처럼 맑아짐에 감사했다.

이토록 마른 장작처럼 건조한 나를 촉촉한 감성의 세계로 안내한 것은 세계적인 예술가의 공연이 아니었다. 작고 여리고 가엾은 아이들이 '꿈의 오케스트라'라는 이름으로 무대를 장식하고 공연장을 눈물의 숲, 감동의 바다로 만든 것이다. 한부모가정, 다문화가정, 조손가정 등 이 땅에서 결코 넉넉하게 살아갈 수 없는 환경의 아이들이 모여 음악을 통해 아픔을 치유하고 새로운 꿈을 설계하는 프로그램인데 어찌 내가 이 아이들의 꿈의 무대를 눈물 없이 볼 수 있겠는가.

꿈의 오케스트라는 엘 시스테마(El Sistema)를 모토로 하고 있다. 엘 시스테마는 스페인어의 '시스템'을 뜻하지만, 지금은 베네수엘라의 빈민층 아이들을 위한 무상 음악교육 프로그램을 지칭하는 말로 사용되고 있다.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 뒷골목은 범죄와 마약과 폭력으로 얼룩진 곳이 많다. 이곳의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이라는 단어는 사치에 불과했다. 경제학자인 호세 안토니오 아브레우는 1975년 빈민층 청소년 11명을 모아 오케스트라 활동을 시작했다. 전과 5범의 소년을 포함한 아이들은 총 대신 악기를 손에 들고, 난생 처음 음악을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40여 년이 지난 현재는 베네수엘라 내에 200여개 센터 30만 명이 가입된 대규모 조직으로 성장했다. 이 중 LA 필하모닉의 상임지휘자, 베를린 필하모닉의 더블베이스 연주자 등 우수한 음악가들을 배출해내면서 이 프로그램의 우수성이 세계에 알려지게 되었다. 이들의 사례는 드라마로, 다큐물로, 영화로 선보이기도 했다.

엘 시스테마 정신이 한국에도 물결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역점사업으로 '꿈의 오케스트라'를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청주는 정부의 지원을 통해 지난해부터 '꿈나무 오케스트라'를 시작했는데 60명이 일주일에 두 번씩 시립교향악단의 지도로 꿈을 변주하고 있다. 강사들은 아이들에게 음악의 기초적인 글자를 가르치는 일에서부터 바이올린, 첼로, 비올라, 플륫, 트럼펫 등 오케스트라의 모든 악기를 개인별 맞춤형 프로그램으로 학습토록 하고 있다. 때로는 그룹별 교육과 향상음악회 등을 통해 자신들의 꿈이 얼마나 여물고 있는지 확인하고 서로의 사랑을 다짐하기도 한다. 난생 처음 악기를 만졌을때는 그 생소함과 두려움과 불안한 표정이 가득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집중력을 발휘하고 하나 둘 음을 맞추기 시작했으며, 지난해에는 현대백화점과 청주예술의전당 등의 무대에서 공연을 했다. 더 이상 혼자 아파하거나 외로워하지 않아도 된다. 음악이라는 콘텐츠로, 우리라는 공동체로 새로운 삶의 무대를 빚을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청주뿐만 아니다. 전국 19개 도시에서 1천여 명의 아이들이 앙가슴 뛰는 무대를 만들고 있다. 그 속에서 새로운 꿈을 꾸며, 희망을 연주하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그동안 겪었던 가난과 소외와 일탈이라는 아픔을 치유할 뿐 아니라 경직되고 획일화된 교육과 사회에서 상처받은 가슴을 음악으로 극복할 수 있게 되었다. 그날 저녁도 전국의 오케스트라 수강생들이 무대를 아름답게 장식했던 것이다.

나라 안팎으로 복지사회를 외치고 있다. 세상 사람들은 등 따습고 배부른 것이 복지라고 하지만 진정한 복지는 우리 모두가 '꿈'을 꾸고 그 '꿈'을 일굴 수 있는 사회이어야 한다. 이제 음악이 거리의 아이들에게 말한다. "잠자는 너의 꿈을 깨어라, 그리고 마음껏 희망하라." 음악의 힘이 이뤄낸 아름다운 감동드라마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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