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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광섭

청주공예비엔날레 부장

세상의 모든 순간은 과거와 미래를 동시에 지니고 있다. 지난 시간을 반추할 틈도 없이 새로운 미래가 우리 곁에 와 있으니 쏟아지는 햇살과 푸른 초원과 맑고 향기로운 꽃향기와 아름다움으로 물결치는 5월의 이야기가 사치스러운 것은 아닌지 고민에 젖는다. 어느 시인은 "현재란 미래가 과거로 허물어져가는 순간"이라고 노래했는데 내 인생이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지 고민하지 않고 앞만 보고 달려온 게 후회스럽다. 잠시라도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바른 길이 무엇인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작지만 알뜰한 계획을 짜야겠다.

지난 주말 온 가족이 강릉 일원을 투어하면서도 이 같은 생각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오죽헌, 단오문화관, 그리고 정동진의 푸른 바다보다도 우리 가족을 기쁘게 한 공간이 있었는데 바로 하슬라아트월드라는 신개념 복합 문화공간이었다. 하슬라는 강릉의 옛 지명. 이곳은 대학 교수이자 조각가인 최옥영씨와 전직 교수인 박신정씨 부부의 땀과 눈물과 열정이 묻어 있는 곳이다. 4만여 평의 산속에 무려 100여 가지의 볼거리가 나그네의 발길을 붙잡는다. 예술작품과 호흡할 수 있는 호텔에서의 하룻밤, 푸른 바다와 드넓은 소나무 숲, 수준 높은 작품을 만날 수 있는 미술관, 국내외 작가들의 창작공간과 방문객들의 체험장, 숲 속의 조각공원과 하늘정원, 사시사철 추억을 담을 수 있는 공연장, 미술관보다 더 아름다운 레스토랑과 카페….

최옥영·박신정씨 부부는 이 모든 것을 정부지원 하나 없이 10년동안 일궈 왔다. 정부와 지자체가 조성한 인근의 통일공원과는 분위기나 감흥이 다르니 권력과 돈과 행정력보다 부부의 열정이 소중하고 가치 있음에 경외감마저 든다. 산책길에 만난 부부는 내게 "이 곳에 온 모든 사람들이 어머니의 자궁처럼 편안함을 느끼고 삶의 에너지를 충전하면 좋겠다"고 말한 뒤 홀연히 소나무 숲으로 사라졌다.

이렇게 우리 가족은 꿈같은 하루여정을 보내고 일상으로 돌아왔다. 청주에 안착하자마자 어수선하고 번잡한 현실에 몸과 마음이 혼미해지기 시작했다. 나의 꿈을 디자인하고 욕망의 근원을 찾고자 하는 다분히 사사로운 일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지난해 말부터 계속돼 오고 있는 옛 청주연초제조창 활용방안의 해법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시민사회의 릴레이 토론회 등을 통해 많은 아이디어와 생각이 쏟아지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청주분원이 확정된 가운데 공예비엔날레 상설관과 공예클러스터를 조성하자고 한다. 365일 생산 창작 소비 유통 전시 교육 등이 이루어지는 문화쇼핑 공간으로 가꾸자는 것이다. 드넓은 옥상에는 카페와 갤러리와 생태숲을 만들고 시민들에게 도시텃밭 공간으로도 활용하자는 제안도 있다.

일부 공간을 활용해 아티스트 호텔을 만들어 방문객들이 예술에 눕고 온 몸으로 품도록 하자는 제안과 창조교실을 만들자는 목소리도 있다. 세계적인 미술·디자인·드라마·영상·뮤지컬교실 등을 만들면 좋겠다는 것이다. 시민사회가 운영하는 시민예술촌 조성의 필요성을 역설하거나 세계적인 영화제나 음악행사 장소로 제 겪이라는 사람도 있다. 담배공장 광장에서 계절별로 시민음악회나 시민영화제를 열 수 있으며 매년 국제적인 공연행사를 해도 좋겠다. 세계 최대규모의 북카페를 만들어 청주를 책의 도시, 교육의 도시로 이끌자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이를 어쩌나. 생각이 너무 많은데다 담고자 하는 컨텐츠도 부지기수다. 개인의 소신과 조직의 이해관계에 따라 각양각색인데 어떻게 통합하고 조정할 것인지 고민에 빠졌다. 그래서 나는 시민토크쇼 개최를 제안한다. 제조창 광장에서 시민들이 자신들의 의견을 제시하고 상대방의 제안도 경청하며 가장 이상적인 전략과 방향을 모색하자는 것이다. 지역민은 물론이고 청주출신 출향인사와 세계적인 아티스트도 함께하면 좋겠다. 여기에 춤과 음악과 퍼포먼스와 영상 등이 함께하는 이벤트를 곁들이며 소통의 플랫폼을 만들면 좋겠다. 근대산업유산이라는 역사의 현장에서 시민의 이름으로, 시민의 힘으로 새로운 미래를 설계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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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현우 충북도체육회장, "재정 자율화 최우선 과제"

[충북일보] 윤현우 충북도체육회장은 "도체육회의 자립을 위해서는 재정자율화가 최우선 과제"라고 밝혔다. 윤 회장은 9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3년 간 민선 초대 도체육회장을 지내며 느낀 가장 시급한 일로 '재정자율화'를 꼽았다. "지난 2019년 민선 체육회장시대가 열렸음에도 그동안에는 각 사업마다 충북지사나 충북도에 예산 배정을 사정해야하는 상황이 이어져왔다"는 것이 윤 회장은 설명이다. 윤 회장이 '재정자율화'를 주창하는 이유는 충북지역 각 경기선수단의 경기력 하락을 우려해서다. 도체육회가 자체적으로 중장기 사업을 계획하고 예산을 집행할 수 없다보니 단순 행사성 예산만 도의 지원을 받아 운영되고 있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선수단을 새로 창단한다거나 유망선수 육성을 위한 인프라 마련 등은 요원할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달 울산에서 열린 103회 전국체육대회에서 충북은 종합순위 6위를 목표로 했지만 대구에게 자리를 내주며 7위에 그쳤다. 이같은 배경에는 체육회의 예산차이와 선수풀의 부족 등이 주요했다는 것이 윤 회장의 시각이다. 현재 충북도체육회에 한 해에 지원되는 예산은 110억 원으로, 올해 초 기준 전국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