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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광섭

공예디자인벨트 총괄코디

초등학교 입학할 때까지 단 한 권의 책도 읽어보지 못했다. 낫 놓고 'ㄱ'자도 몰랐으니 책을 읽을 수 없었고, 입학 첫 날 아버지가 마당 한 가운데에서 부지깽이로 내 이름 석 자를 써 준 것이 문자와의 첫 만남이었다. 그날 이후 한글을 배우고 책을 읽는 속도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책을 잘 읽는 학생"이라는 칭찬을 받았고, "글발 좋은 문학청년"이라는 소리도 들었다.

기자 생활 접고 문화현장에 몸을 담은 지 15년째 되었는데 매년 책을 한 권씩 펴냈다. 누가 내 책을 알아주면 좋겠다는 염원이나 책을 팔아 돈잔치를 하고 싶다는 부질없는 생각은 애당초 갖지 않았다. 내 삶의 흔적을 어떻게 남길 것인지, 내 삶의 상처와 영광을 어떻게 세상 사람들과 함께 공유할 것인지, 지난날의 아픔을 기념하고 새로운 내일을 준비할 지혜로운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을 하던 중 내 키 만큼의 책을 펴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되돌아보니 많은 책을 펴냈다. '생명의 숲 초정리에서'와 '즐거운 소풍길'은 문화부 우수도서로 선정되는 기쁨을 누렸지만 나머지는 세상의 빛을 보지 못했다. 책을 펴낼 때마다 내 돈으로 책을 사서 지인들에게 선물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고, 문화현장에서 피와 땀과 눈물로 증거한 흔적들을 기념하고 기록한 것으로 자족해야 했다. 최근에는 이어령 전 장관과 함께 동아시아문화도시 활동을 전개했던 이야기를 글과 사진으로 엮은 '다시, 불꽃의 시간'이라는 책을 펴냈다. "가슴 뛰는 일을 하라. 에디슨이 되지 말고 테슬라가 되어라. 레고처럼 창조와 융합의 가치를 살려라. 문화는 꿈속에서도 계속되어야 한다"는 당신의 말씀에 밤을 지새운 이야기가 담겨 있다.

사실 나에게 책이란 '내 영혼의 향기'이며 나에게 문학이란 '내 인생의 용기'고 나에게 글쓰기란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다. 책을 통해 각다분한 삶의 찌꺼기를 걷어내고 동서고금의 향기나는 영혼을 호흡한다. 문학을 통해서는 다양한 상상력과 지식과 창조의 씨앗을 얻고 일굴 수 있어서 좋다. 그리고 글쓰기와 책을 펴내는 일은 내 삶에 대한 성찰의 시간이요, 삶의 마디와 마디를 강건하게 하는 여행 같은 설렘이다. 그래서 좋다. 사랑한다.

그런데 한국 사회는 OECD 국가 중에서 책을 읽지 않기로 소문났다. 방송과 인터넷과 핸드폰이 급속하게 확산되면서, 과도한 입시경쟁과 제도권 교육에 몰입되면서, 일과 취직과 경제성장에 몸과 마음이 빼앗기면서 빚어진 슬픈 자화상이다. 지방 출판사와 서점은 고사 위기에 있고, 도서관도 책을 읽는 사람보다 시험과 취직 준비생으로 가득하다. 창조경제, 문화융성의 다양한 아이디어와 열정은 인문학을 통해 구하는 방법 외의 다른 대안이 없는데도 말이다.

이런 가운데 책을 읽지 않는 사회에 대한 반성과 대안들이 다양하게 쏟아지고 있는 것이 다행이자 희망이 아닐까. 인문학콘서트를 열고 길 위의 인문학 프로그램이 운영되며 작은도서관 네트워크와 책을 테마로 한 축제들도 곳곳에서 열리고 있다. 청주시만 해도 130여 개의 작은 도서관이 있으며 도서관과 지역출판사, 지역서점이 공동으로 책을 살려보자며 손을 잡기도 했다.

읽는 책이 아니라 보는 책으로의 변화도 주목할 만하다. 책을 펼쳤을 때 "까만 것은 글씨, 하얀 것은 종이"가 아니라 한 권의 책에 예술과 감성을 담고 있는 것이다. 세련되고 기발한 디자인으로 겉표지부터 독자들에게 행복을 주기도 하며 사진과 일러스트가 들어가던 자리에 패턴(무늬)으로 차별화하기도 한다. 판형도 다양하게 변형시키고 여백의 미를 살리거나 예술가와 콜라보를 통한 북아트도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이어령 전 장관은 자신의 책 <한국인 이야기>시리즈에 닥나무와 닥풀 씨앗을 넣어 출간키로 하는 등 단순한 지식과 정보의 도구가 아니라 문화를 담는 그릇이 되고 있다. 책의 혁명을 일으킨 청주가 책을 통해 위기의 대한민국을 다시 일으킬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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