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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2.06.14 15:38:43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변광섭

청주시문화재단 문화예술부장

나는 물 좋기로 소문난 초정리에서 태어났다. 이 땅의 성군 세종대왕이 행궁을 짓고 요양했던 곳이고, 칠월 백중날에는 도시 사람들까지 찾아와 물놀이를 즐겼으며, 청주사람 청원사람 할 것 없이 즐거운 소풍길이었다. 일제강점기에는 저들에게 약수터를 빼앗기는 아픔도 있었으며, 의병장 한봉수와 의암 손병희 등 구국운동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친 의인들을 배출하기도 했다. 현대에 와서는 나기정 前 청주시장과 작고하신 변종석 前 청원군수도 이 고장 출신이며 시인, 수필가, 화가 등 문화예술 분야의 큰 인물들이 많이 배출되었다.

초정리 산천은 로렐라이 언덕보다도 아름답다. 사계절 마르지 않는 샘물이 그렇고, 옹기종기 모여앉아 다투지 않고 서로 보듬어 주는 기와집 초가집 함석집이 그러하며, 굽이굽이 흐르는 시냇물 또한 그러하다. 아침햇살과 저녁노을이 서로 다르지 않고, 논과 밭과 계곡과 능선이 다르지 않고,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서로 위하며 사랑하는 미덕 또한 치사하고 비루한 세속의 그것과는 견줄 수 없다. 의인과 열녀와 예술인들이 끝없이 배출된 것도 맑고 향기로운 초정리의 정신을 온 몸으로 품었기 때문이다. 얼마 전 나는 초정리의 풍경과 구릿빛 농부들의 삶을 글과 그림으로 엮은 책 <생명의 숲, 초정리에서>를 출간, 문화부 우수도서로 선정된 적이 있는데 이 또한 초정리만의 문화가치를 정부가 인정한 것이 아닐까.

그러고 보니 초정리만 아름다움으로 물결치는 것이 아니다. 쏟아지는 세상소리를 붓끝으로 담아낸 운보미술관의 형동리, 단재의 고결한 삶과 자연미학을 가슴에 품을 수 있는 귀래리, 구름과 바람과 햇살을 벗삼아 걷는 미동산수목원, 밤하늘의 별이 촘촘하고 반딧불이 쏟아질 것 같은 가덕 계산리, 은빛물결의 호사스런 풍경을 담은 대청호, 그리고 대청호의 줄기 따라 오르고 또 오르며 일상의 고단함을 달랠 수 있는 벌랏마을, 물 맑고 볕 좋은 부용 강변길, 풍요의 고장 오창, 생명의 땅이자 미래를 향한 열린 공간인 오송…. 이처럼 청원군은 발 닿는 곳마다 역사와 문화와 생태와 사람들의 삶이 오롯이 남아 있다.

생각해 보면 물욕의 시대에 대자연과 역사의 숨결이 상처받고 신음하며 사라질 법도 한데 이처럼 온전하게 남아 있다는 것은 축복이자 행운이 아닐 수 없다. 연유를 찾자면 오랜 세월 역사의 궤적을 밟아오면서 이 지역 사람들만의 창조적인 역량과 조화를 추구하는 정신, 그리고 우리 것에 대한 남다른 애정 때문이 아닐까.

세계 최고(最古)의 금속활자본 '직지'를 청주 흥덕사에서 발간할 수 있었던 것은 한지장, 배첩장, 금속활자장, 필장 등 세계 최고 장인들이 청주 일원에 있었기 때문이다. 신라가 삼국을 통일하고 지방의 통치를 위해 5소경을 둘 때 청주는 서원소경이었으며 시내에 성을 쌓았는데 이것이 청주읍성이다. 민본 중심의 지방행정을 실천했던 동헌이 있고, 주민들이 공동으로 마을을 지키고 협업하며 윤리도덕으로 돈독하게 하고자 했던 율곡의 서원향약도 이곳에서 시작되었다. 임진왜란 때 왜적에 빼앗긴 청주성을 되찾을 때도, 일제시대 민족운동을 할 때도, 교육·문화·청년·여성운동과 민주화 운동을 전개할 때도 이곳에서 밤샘을 하며 지역의 안녕과 구국의 노래를 부른 뒤 그 불꽃같은 투혼을 청주와 청원 전역으로 확산시키지 않았던가.

미호천변의 기름진 들녘과 삼한시대의 토성인 정북동 토성, 우리 고장을 지켜 온 천년고성 상당산성, 그리고 근현대 산업의 요람이었던 옛 청주연초제조창과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살아가는 우리네의 삶에 이르기까지 그 무엇 하나 청주와 청원을 쪼개고 나누며 구분 지을 수 없다. 역사와 문화, 산업과 문명, 생태와 삶의 이야기 모두 하나인 것이다.

그러하니 맑고 향기로운 속살과 진한 땀방울, 역경과 도전과 불굴의 의지로 점철된 우리만의 가치를 아름답게 변주하면 좋겠다. 함께 노래하고 함께 포효하며 함께 질주하는 세상, 멋진 신세계를 향해 손에 손잡고 아름다운 돋움을 시작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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