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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광섭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문화예술부장

5년에 한 번, 세계 미술계는 독일 중부의 작은 도시 카셀을 주목한다. 단순한 미술시장이 아니라 예술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한 해법을 모색하는 세계 최대 규모 시각예술의 장이기 때문이다. 구서독에서 가장 가난한 도시 중 하나였던 카셀은 독일 나치정권 하에 자행됐던 반(反) 인륜적인 행위에 대한 반성과 자각을 예술로 표현하기 위해 5년마다 도큐멘터를 열고 있다. 도큐멘터는 모던아트의 기록(documentation)이라는 뜻에서 명명된 것인데 매회 50여만 명이 다녀가면서 현대 미술시장의 흐름을 조망하는 한편 도시재생의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지금 카셀은 세계 각국의 미술계 저명인사들과 언론, 그리고 농익은 원로작가에서부터 꿈 많은 젊은 청년들까지 문전성시다. 55개국에서 300여 명의 작가가 참여한 이번 전시의 특징은 소통과 융합. 미술과 탈장르가 소통하고, 사람과 도시가 소통하며, 문화와 공간이 소통하는 것이다. 주 전시관을 비롯해 옛 중앙역사, 극장 등 도시 전체가 살아있는 미술관이 되었다.

올 해 한국에서는 3명이 초대작가로 참여하고 있다. 전준호·문경원은 건축가, 디자이너, 과학자 등과 협업프로젝트를 통해 영상, 설치, 웹사이트, 출판으로 이어지는 다매체 개념미술을 선보였다. 양혜규는 군수물자를 나르던 옛 역사에 45m 규모의 검은 블라인드 설치미술을 선보였다. 낡고 허름한 공간, 역사의 상처가 묻어있는 그곳에서 예술과 건축과 삶을 고민하고 21세기 전체주의를 고발하고 있다.

이탈리아 베니스는 인구 30만도 안되는 작은 도시지만 세계적인 물의도시, 관광도시, 문화도시다. 산마르코 대성당, 두칼레 궁전 등 건축예술의 보고이며 아카데미아 미술관, 구겐하임 미술관 등의 수준 높은 미술관이 있다. 또한 베니스 가면축제, 베니스 영화제, 연극제, 댄스페스티벌 등 시즌을 달리한 각종 문화예술 축제가 연이어 열려 언제나 축제의 물결로 가득하다. 무엇보다도 베니스를 세계적인 문화도시로 이끌고 있는 것은 베니스비엔날레가 아닐까.

베니스비엔날레는 1895년 이탈리아 국왕 부부의 은혼식을 기념하기 위해 베니스 시 정부 주최로 창설된 국제 미술전시회로, 1930년부터는 국가 주최로 2년마다 도시 곳곳에서 주제관과 국가관이 펼쳐지면서 미술올림픽이자 비엔날레의 교과서로 추앙받고 있다. 한국에서는 1993년에 백남준이 황금사자상을 수상했으며, 1995년 전수천, 1999년 강익중, 1999년 이불이 특별상을 수상하면서 국제적 아티스트로 발돋움했다. 낡고 오래된 건물을 활용하면서 이곳에 예술의 꽃이 피고, 도시와 사람과 공간 구석구석이 아름다움으로 물결치고 있는 것이다.

유럽의 카셀과 베니스 여행을 즐긴 사람이라면, 이제 청주의 속살을 훔쳐봐도 좋다. 청주는 인구 67만의 중소도시이지만 천 년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금속활자 직지를 간행한 곳이며 교육문화와 생태가 조화로운 도시다. 특히 지난해에는 방치돼 있던 담배공장에서 공예비엔날레를 개최해 세계인의 관심을 이끌어냈으며 국립현대미술관 분원을 유치하면서 아시아의 베니스, 아시아의 카셀을 꿈꾸게 했다. 국내 최대 규모의 담배공장이 세계적인 문화공장으로 새로운 도약을 가능케 한 것이다.

어디 이 뿐인가. 오랜 숙원이었던 청주와 청원이 통합되면서 문화의 숲, 예술의 바다의 새로운 장을 열수 있게 되었다. 은빛물결과 호사스런 풍경이 일품인 대청호, 천 년을 이어온 역사와 문화와 쇼핑의 길 성안길, 숲 속의 악동과 성곽의 이야기를 품은 상당산성, 담배공장과 아티스트와 소담스런 뒷골목이 조화로운 안덕벌과 수암골, 대자연과 농경문화가 조화로운 미원, 시원하고 달차근한 맛이 일품인 초정약수와 운보의 집, 호수의 짙푸른 속삭임을 즐길 수 있는 오창…. 4계절 문화예술이 물결치며 각기 다른 멋과 맛과 향기로움으로 가득한 청풍명월벨트다. 이제 세계적인 예술도시를 향한 닻을 올렸으니 우리 모두 머뭇거리지 말고 서성대지 말고 눈송이처럼 달려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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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현우 충북도체육회장, "재정 자율화 최우선 과제"

[충북일보] 윤현우 충북도체육회장은 "도체육회의 자립을 위해서는 재정자율화가 최우선 과제"라고 밝혔다. 윤 회장은 9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3년 간 민선 초대 도체육회장을 지내며 느낀 가장 시급한 일로 '재정자율화'를 꼽았다. "지난 2019년 민선 체육회장시대가 열렸음에도 그동안에는 각 사업마다 충북지사나 충북도에 예산 배정을 사정해야하는 상황이 이어져왔다"는 것이 윤 회장은 설명이다. 윤 회장이 '재정자율화'를 주창하는 이유는 충북지역 각 경기선수단의 경기력 하락을 우려해서다. 도체육회가 자체적으로 중장기 사업을 계획하고 예산을 집행할 수 없다보니 단순 행사성 예산만 도의 지원을 받아 운영되고 있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선수단을 새로 창단한다거나 유망선수 육성을 위한 인프라 마련 등은 요원할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달 울산에서 열린 103회 전국체육대회에서 충북은 종합순위 6위를 목표로 했지만 대구에게 자리를 내주며 7위에 그쳤다. 이같은 배경에는 체육회의 예산차이와 선수풀의 부족 등이 주요했다는 것이 윤 회장의 시각이다. 현재 충북도체육회에 한 해에 지원되는 예산은 110억 원으로, 올해 초 기준 전국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