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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2.06.28 17:24:44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변광섭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문화예술부장

삶이란 묘한 설렘이 있다. 고단한 삶 속에 쇠잔하게 말라가는 자신의 삶을 생각하면 슬픔이 밀려온다. 한치 앞도 예단할 수 없는 불확실한 미래 앞에 서면 아슬아슬한 일상을 탈출하고 싶은 축축한 생각에 가슴 시리고 아픈 적이 한두 번 아니다. 그렇지만 내가 꿈꾸던 사랑과 욕망의 파편들이 샛별처럼 빛나거나 선홍빛 아름다움으로 물결칠때는 어지럽던 머리가 맑아진다. 온갖 시련과 상처로 굴절된 삶 속에서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것도 앙가슴 뛰는 꿈을 변주하고 생기발랄한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는 희망 때문이 아니던가.

얼마 전, 서울에 있는 국립디지털도서관을 방문했을 때 연못가 버들개지 눈을 뜨듯 어둠에 포위돼 있던 내 몸속이 맑게 빛나는 벅찬 감동을 맛볼 수 있었다. 하마터면 내가 꿈꿔오던 것들이 세상에서 빛을 보지 못하고 유성처럼 사라질 뻔했는데 그날의 경험은 내게 삶의 희열과 쾌감을 느끼기에 충분했으며 용기를 내고 도전해야겠다는 생각에 여러 날 밤잠을 설쳤다.

사실 나는 오래전부터 우리 지역에 디지털도서관이나 디지털박물관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졌다. 인간의 생각과 삶의 궤적을 기록으로 남기고, 이것들을 대량을 인쇄하고 보급하며, 새로운 정보혁명의 가치를 만들어 내는 등 창조적 역량의 종합체인 직지의 정신을 새롭게 담을 수 있는 컨텐츠를 고민했던 것이다. 단순한 디지털 세상의 요람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아날로그적인 생태와 문화가 물결치는 프로그램으로 가득하고, 최첨단 IT 기술과 접목된 디지털 세상을 통해 새로운 미래를 변주할 수 있는 곳이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충북의 역사, 문화, 생태, 관광, 인물 등을 한 자리에서 디지털로 체험하는 박물관이나 문화예술과 생태숲 속에서 인문학을 노래하고 세계의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디지털도서관을 꿈꿔온 것이다.

그런데 국립디지털도서관은 이 같은 나의 꿈이 이미 실현되고 있는 곳이었다. 2009년 5월에 개관된 국립디지털도서관에는 일반인이 열람하고 학습할 수 있는 400개의 컴퓨터와 42만권에 달하는 온라인 자료가 구비돼 있다. 서지학적 가치가 높은 희귀본도 포함돼 있으며 국가의 행정정보는 물론이고 일간지, 주간지 등의 각종 매체를 실시간 검색할 수 있다. 미디어체험과 영화상영을 즐길 수 있고 그룹별로 세미나와 브레인스토밍을 할 수 있는 공간도 있다. 비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시민들에게 미디어 편집실과 영상스튜디오는 인기 만점이며 장애인을 위한 오디오북도 준비돼 있다.

이곳은 최첨단 IT산업과 밀월여행을 즐기는데 그치지 않는다. 다양한 조경과 잔디밭으로 꾸민 하늘공원, 도서관 중앙을 햇살 가득하게 연출한 친환경 공법, 카페테리아와 크고 작은 휴식공간 등 발 닿는 곳마다 아날로그의 서정을 느끼고 호흡할 수 있도록 했다. 이곳의 하루 이용객은 1,500여명에 달하며 전국의 자치단체는 물론이고 해외 각국에서도 디지털도서관 건립을 위한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나는 이곳에서 대한민국 르네상스를 생각했다. 1000년 전 우리 조상들은 팔만대장경을 만들었다. 그 속에는 왜적을 물리치고 화평을 이루고자하는 염원이 담겨 있으며 경판 하나하나에 당대 사람들의 기술과 지혜와 예술혼이 살아있다. 또한 1377년 흥덕사에서 금속활자로 찍어낸 직지는 질 좋은 종이와 활자와 유성먹과 배접의 조화로 만들어 낸 융복합 창조물이 아니던가. 세계 최고의 장인들이 청주에 없었다면, 다양한 생각과 꿈을 디자인하고 새로운 가치로 창조하려는 불굴의 정신이 없었다면 직지는 탄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직지의 정신이 물결치는 새로운 세상을 열어야겠다. 과거의 그것에 몰입돼 있지 말고 문화예술과 인문학과 아카이브와 디지털이 조화로운 새로운 르네상스 말이다. 국립현대미술관 분원이 유치됐으니 이제는 국립디지털도서관 유치에 나서면 좋겠다. '미술관 옆 도서관'이라는 달콤한 꿈이 현실이 되고 '문화도시 문화복지'의 새로운 미래를 열수 있는 옹골찬 미래를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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