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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광섭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창조경제팀장

누가 그랬던가. 여행 중에서 가장 긴 여행은 머리에서 가슴으로의 여행이라고. 태어나서 죽음으로 가는 기나긴 여정만큼 한 사람의 마음을 요동치게 하는 일이 또 있을까. 그 여정은 끝없이 상상하며 걷는 길 없는 길이요, 기쁨과 영광과 아픔과 눈물 없이는 목적지에 다다를 수 없는 거친 바다다. 이제껏 발을 들여놓은 적이 없는, 심연의 땅을 밟아가는 설렘과 두려움의 연속이 인생인 것이다. 그래서 '라 그란데 벨레짜', 숭고한 아름다움이 아닐까.

아프리카의 어느 마을에서는 노인이 죽으면 "박물관이 사라졌다"며 그 소식을 전한다. 한 사람의 삶은 곧 거대한 스토리텔링이며 박물관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그 사람이 남긴 삶의 이야기와 흔적들이야말로 한 시대를 뒤흔드는 역사요, 새로운 가치를 발견케 하는 보물이다. 흔히들 오래된 미래라는 표현을 쓰는데 다 이유가 있다. 자신 앞에 놓인 불완전한 삶을 인내와 지혜로 거침없이 걸어온 옛 사람들의 발자취를 통해 새로운 내일을 준비하는 것이다.

2016젓가락페스티벌에 대한 나라 안팎의 관심이 높다. 젓가락이 뭐길래, 대규모의 전시회를 열고 학술행사를 가지며 젓가락의 날 행사까지 하는지 다들 궁금해 한다. 행사장을 다녀간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인다. 젓가락은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우리의 삶이요 문화이며 거대한 스토리텔링이라는 사실에 가슴이 뭉쿨해진다.

이곳은 말 그대로 한중일 문화성찬이다. 한국은 장독대를 중심으로 한 발효과학, 소반, 그리고 숟가락 젓가락을 통해 우리 고유의 삶과 문화를 만들어 왔음을 소개하고 있다. 우리 조상들은 수저를 내 몸처럼 귀하게 여기며 수저와 함께 생사고락을 함께해 왔는데 유물과 작품 앞에 서니 가슴이 먹먹해진다. 옻칠장인, 분디나무(산초나무) 작가, 유기장인, 규방공예 작가가 펼치는 워크숍은 또 얼마나 감동적인가.

숟가락 젓가락이 음식을 먹는 도구가 아니라 한국인의 문화DNA가 담겨있는 소중한 콘텐츠라는 사실에 깊은 경의를 표한다. 장독대문화로부터 시작되는 한국형 발효과학, 주방과 식탁위의 다양한 음식과 상차림, 음식을 만든 사람과 먹는 사람의 상호관계, 젓가락 장단에서 시작된 신명나는 우리가락, 젓가락질 교육과 관혼상제, 그리고 생노병사…. 숟가락 젓가락 하나하나에 저마다의 희로애락이 있고 한국인만의 독창적인 문화를 만들어 왔으며 세계인이 감동하는 한류콘텐츠가 되었다.

젓가락질 하지 않으면 먹을 수 없는 음식이 무엇일까. 바로 국수, 김치, 삼겹살이다. 불판에 있는 삼겹살을 숟가락이라 포크로 뒤집어 구어 먹을 생각을 하면 끔찍하다. 김치도 마찬가지다. 젓가락질 잘 하는, 특히 쇠젓가락질을 잘 하는 한국인이 세계에서 주목받는 것은 무엇일까. IT기술, 게임, 양궁, 사격, 골프, 자동차와 조선산업, 손바느질 등 손으로 하는 것은 세계 으뜸이다.

일본은 8월 4일이 젓가락의 날이다. 이날 사람들은 젓가락이 있었기에 건강하게 살 수 있었다며 고마음을 담아 자신이 쓰던 젓가락을 불태우는 제를 올린다. 그리고 새 젓가락을 구입해 새 출발을 한다. 도시마다 젓가락 장인이 있고 젓가락과 음식문화를 특화시킨 곳이 많다. 중국은 젓가락을 빠르고 편리하게 사용하는 생활문화로 여긴다. 곳곳에 젓가락 박물관이 있고 젓가락의 종류도 수천가지에 달한다.

사유의 계절이다. 사유란 내 손에 쥐어져 있는 연장으로 고정관념을 깨는 작업이다. 자신의 지난 시간을 성찰하고 새로움의 가치를 만드는 시간이다. 시인 볼테르는 자신을 위해 생각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고, 파울로 코엘료는 유랑의 매 순간이 바로 황금의 시간이라고 했다. 미국의 시인 프로스트는 "두 개의 길이 하나의 숲에 갈라져 있었지. 나는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길을 택했지. 그리고 그것이 내 인생을 바꿨지"라고 노래했다. 나의 삶도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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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현우 충북도체육회장, "재정 자율화 최우선 과제"

[충북일보] 윤현우 충북도체육회장은 "도체육회의 자립을 위해서는 재정자율화가 최우선 과제"라고 밝혔다. 윤 회장은 9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3년 간 민선 초대 도체육회장을 지내며 느낀 가장 시급한 일로 '재정자율화'를 꼽았다. "지난 2019년 민선 체육회장시대가 열렸음에도 그동안에는 각 사업마다 충북지사나 충북도에 예산 배정을 사정해야하는 상황이 이어져왔다"는 것이 윤 회장은 설명이다. 윤 회장이 '재정자율화'를 주창하는 이유는 충북지역 각 경기선수단의 경기력 하락을 우려해서다. 도체육회가 자체적으로 중장기 사업을 계획하고 예산을 집행할 수 없다보니 단순 행사성 예산만 도의 지원을 받아 운영되고 있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선수단을 새로 창단한다거나 유망선수 육성을 위한 인프라 마련 등은 요원할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달 울산에서 열린 103회 전국체육대회에서 충북은 종합순위 6위를 목표로 했지만 대구에게 자리를 내주며 7위에 그쳤다. 이같은 배경에는 체육회의 예산차이와 선수풀의 부족 등이 주요했다는 것이 윤 회장의 시각이다. 현재 충북도체육회에 한 해에 지원되는 예산은 110억 원으로, 올해 초 기준 전국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