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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광섭

동아시아문화도시 사무국장

사람들은 새로운 것에 묘한 설렘을 갖는다. 새 날, 새 해, 새 일, 새 옷, 새 세상, 새 사람…. 새로운 것은 모두 아름답고 소중하지만, 이 중 새 날과 새 해에 대한 의미는 더욱 간절하다. 지난 한 해 동안에 겪었던 수많은 사연들은 기쁨과 감동보다는 시리고 아픈 것들이 더 많다. 졸렬함과 부덕의 소치로 되우 마음 상했던 일들이 어디 한 두 번이던가. 영광의 순간은 기억하면 할수록 아름답지만 아픔의 순간은 하루빨리 흐르는 물살에 풀어놓고 싶어한다. 새 날을 기다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2015년의 화두는 무엇일까. 저마다의 관심사와 환경이 같지 않기 때문에 새 해의 화두를 쉽게 말하는 것이 모순이지만 시대정신과 작금의 현상을 읽으면 공통된 화두가 생긴다. 경제, 통일, 복지, 교육, 문화, 건강 등 수많은 이야기 속에서도 변치않는 화두가 있으니 바로 '희망'이 아닐까.

목젖이 아플 정도로 아픔과 시련을 묵묵히 견뎌 왔으니, 사람과 조직과 정치 속에서 수많은 갈등과 정쟁을 이겨내고 여기까지 달려 왔으니, 먹고 살기 힘들다며 아우성치는 생존의 벼랑 끝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으니 새 해는 잘 될 일만 남은 것 같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고,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시를 짓고, 세상에서 가장 멋진 날만 준비하면 되지 않을까. 희망이라는 이름으로 말이다.

이왕이면 함께 노래를 부르고, 함께 춤을 추며, 함께 행복한 시를 짓는 한 해가 되면 좋겠다. 이미 우리는 2015년이 동아시아문화도시로 선정된 가슴 뿌듯한 시민이 아니던가. 대한민국의 청주, 중국의 칭다오, 일본의 니가타가 하나가 되어 문화의 숲, 예술의 바다를 만들어야 한다. 살아 온 환경과 언어와 문화는 같지 않지만 동아시아라는 큰 틀 안에서는 같거나 유사한 것들이 많다. 유교문화권과 한자문화권에서부터 음식과 자연환경과 생활공동체에 이르기까지 결코 다르지 않은 것들로 가득하다. 문화와 문명이 서로 교류하고 하나되며 동아시아의 동질성을 갖고 있던 시대도 있었다.

물론 아픔이 왜 없었겠는가. 전쟁과 약탈과 억압으로 상처입은 지난 날들이 치유되지 않았다. 지금도 영토와 정치적 갈등, 그리고 과거사 문제 등으로 바람잘 날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아시아문화도시라는 이름으로 하나 되고자 하는 것은 문화의 힘, 예술의 가치보다 더 우선시될 수 있는 것은 세상에 없기 때문이다.

이참에 청주를 대표하는 최고의 문화콘텐츠를 만들면 좋겠다. 직지, 세종대왕 초정 르네상스, 가로수길, 상당산성, 성안길, 옥화구곡, 대청호 등의 지역 브랜드에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조화를 이루면서 동아시아를 대표하는 문화콘텐츠, 세계인을 감동시킬 수 있는 문화상품을 만들면 좋겠다. 다큐와 드라마, 영화와 영상, 공연과 퍼포먼스, 애니매이션과 학습콘텐츠 등 다양한 상품을 통해 한류의 가치를, 청주의 위상을 세상에 펼치고 꽃피우면 좋겠다. 동아시아 최고의 지성이자 크리에이터 이어령 초대 문화부장관을 명예조직위원장으로 위촉했으니 더 큰 청주, 더 큰 미래를 함께 설계해야겠다.

이를 위해서는 자신을 온전히 잊는 미칠듯한 몰두와 시민사회의 열정과 참여가 전제되어야 한다. 서로의 가치를 하나로 묶는 지혜와 협력도 필요하다. 위대한 예술은 그냥 만들어지지 않는다. 열정이 뿜어내는 거친 호흡과 피를 토하는 노력이 함께 해야 한다. 만선의 기쁨을 누리기 위해서는 그물 깁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비가 와야 무지개가 뜨지 않던가. 상처 많은 나무가 아름다운 무늬를 만든다고 했다. 최고의 날을 위해 어떻게 할 것인지 비장한 마음을 가져야 할 것이다.

겨울이 깊을수록 봄은 우리곁에 가까이 오고 있다고 했다. 머잖아 대지가 만삭의 몸을 풀 것이고, 온 산하가 해산의 기쁨으로 들뜨게 될 것이다. 오라, 새 날이여. 흰빛으로 순연한 세상, 밝게 빛나는 햇살을 품고 가장 아름다운 날을 만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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