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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3.04.01 15:47:18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변광섭

청주시문화재단 문화예술 부장

삶이 각다분하고 고단해서 견딜 수 없을 때가 있다. 회색도시를 탈출하지 않으면 울화통이 터질 것 같아 몸부림칠 때가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숲이나 들로 달려가 싱그러운 바람과 따스한 햇살과 붉은 꽃망울에 온 몸을 던진다. 그리고 춤과 노래와 퍼포먼스가 있는 문화현장에서 새로운 희망의 에너지를 얻기도 한다. 텅 빈 마음을 채우고, 힐링을 느끼며, 문화가 주는 마력에 절로 고개가 숙여지기도 한다.

지난 주말 청주예술의전당 소공연장에서 열린 청주시립무용단의 기획공연 '미롱'은 마른 가슴에 꽃 한송이를 심어주고 불멸의 향기를 담아주었다. 춤의 극치에서 짓는 미소라는 뜻의 '미롱'은 느림의 미학과 한국인의 정서를, 두 무용수의 시리고 아픈 사랑 이야기를 춤과 노래와 남사당패의 놀이와 검무 등 다양한 예술장르의 융합을 통해 표현하면서 극적인 감동과 완성도를 높였다. 객석에서 숨죽이고 있는 사람들은 이처럼 훌륭하고 감동적인 무대를 펼칠 것이라고는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내 그럴 줄 알았다. 시립무용단 김평호 감독의 넘치는 끼는 시민들을 황홀경에 빠지게 하는 것은 물론이고 머잖아 세계를 무대로, 세상 사람들을 유혹하고 말 것이다.

어디 이 뿐인가. 클래식의 무지에서 눈 뜨게 한 청주시립교향악단은 나를 앙가슴 뛰게 한다. 유광 지휘자의 무대는 파격과 기발함으로, 열정과 애정으로, 그리고 감동 그 이상의 가치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나처럼 클래식의 왕초보도 그의 무대를 만나면 당장 음반 가게로 뛰어가 앨범을 사지 않고는 못 배기게 되며, 클래식의 세계에 빠져 행복한 항해를 하게 된다. 사람들은 클래식이라고 하면 으레 지휘자 정명훈과 금난새를 떠오를 것이며, 해외 유명 오케스트라나 몇해 전 드라마에서 배우 김명인의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를 선보였던 '베토벤바이러스'를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유광 지휘자는 카리스마 넘치는 마에스트로, 긴장의 고삐를 놓지 못하는 무대, 고전과 현대를 넘나들며 가슴 설레게 하는 음악의 향연, 다양한 스토리와 퍼포먼스로 눈물나게 하는 중독성으로 드라마보다도 세계적인 지휘자나 오케스트라보다도 더 멋지게 변주한다. 관객들은 어느 새 클래식의 향연에 몰입돼 삶의 희열을 느끼고, 그 매력에 흠뻑 빠지며, 무대의 막이 내리면 기립박수와 앙코르를 외친다. 최근에도 마티네콘서트에서 명쾌하고 재미있는 해설이 곁들여진 공연을, 신년음악회에서는 고전과 발레공연을 통해 새로운 예술의 문을 두드리는 등 매번 무대의 마술사처럼 관객을 훔치고 있으니 이 떨리는 마음 어쩌란 말인가.

음악은 마음에서 마음으로 소통하는 예술이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음악을 시와 학문까지 두루 포괄한 뜻으로 사용되기도 했으며, 현대에 와서는 시대의 거울이자 사람들의 꿈과 낭만과 추억과 사랑을 담는 그릇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하여 시립국악단은 가장 한국적인 문화DNA를 세계화하는 선구자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한진 감독의 탁월한 기획력과 시공을 넘나드는 기법과 장르의 통섭 및 융합을 통해 신명나는 무대를 연출하면서 눈과 귀가 호사한다. 누가 국악을 고루하고 낡은 옛 문화라고 했던가. 힐링연주회에서는 한국음악의 미려한 세계를 여행하며 진정한 힐링을 온 몸으로 느끼게 했고, K-뮤직에서는 영상과 국악이 만나고 춤과 노래가 어우러지면서 꽃보다 아름다운 우리문화에 빠지게 했다.

김은실 감독의 시립합창단은 또 어떠한가. 천상의 소리와 다양한 레퍼토리, 끝을 알 수 없는 무대의 변신을 통해 잠자고 있는 나를 깨우지 않던가. 신춘가곡의 향연을 통해 모든 슬픔을 잊게 하고, 클래식·팝·뮤지컬·OST 등 장르를 넘나들면서 객석을 흥분케 한 8090콘서트 등 언제나 맑고 향기로운 기운을 만들어 준다. 이처럼 청주시립예술단은 나를 춤추게 한다. 청주를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행복하게 하고 하나되게 한다. 문화는 가진 자의 것이 아니라 향유하는 자의 것이라는 생각에 젖게 하니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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