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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광섭

동아시아문화도시 사무국장

지난해 11월부터 1~2주에 한 번꼴로 이어령 선생님을 만난다. 동아시아문화도시 명예위원장이기 때문에 주요 사업을 자문받는 성격도 있지만 당신을 통해 새로운 지적 자양분을 쌓고 창조적인 문화DNA를 얻으려는 의도가 있다. 88올림픽을 문화올림픽으로 이끌고 초대문화장관을 엮임 했으며 새천년위원장을 통해 수많은 문화예술 사업을 펼쳐오지 않았던가. 인천공항의 문화공항 프로젝트, 그리고 수많은 집필 활동을 통해 우리 문화가 가야할 길을 제시해 오고 있으니 불타는 창조적 역량을 배워 마땅하다.

동아시아문화도시 청주의 개막행사를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었던 것도 이어령 명예위원장 때문이었다. 행사 직전 수술과 함께 병원에서 여러 날을 입원해야 하는 아픔이 있었지만 당신은 "내 생애 마지막 일, 백의종군 하겠다"는 명예위원장 위촉식장에서의 말을 지켜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치료와 요양이 필요한데도 '보릿고개 넘어 생명도시로'라는 테마와 함께 청주의 청(淸, CHEONG)을 스토리텔링형 프로그램으로 만들었다. 청주의 역사문화와 자연환경을, 시민들의 애틋한 삶의 이야기를 이처럼 감동적인 퍼포먼스로 펼쳐보인 적이 있었던가 싶을 정도였다.

행사가 끝난 뒤 감사의 뜻을 전하고, 앞으로의 일을 도모하기 위해 서울에서 당신을 만났다. 당신께서는 개막행사의 일등 수훈갑은 청주시민이라고 했다. 2시간 넘도록 진행된 여섯 개의 보릿고개를 호기심 어린 눈으로, 환호와 박수로, 눈물과 공감으로 행사장을 뜨겁게 달구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어디를 가도 이처럼 위대한 시민을 찾아볼 수 없다고 했다. 헌정사상 첫 주민합의로 시군 통합을 일굴 수 있었던 이유를 알게 되었다고 했다.

그리고 청주시립예술단의 뛰어난 예술적 기량과 열정이야말로 청주의 자산이라고 했다. 시립합창단의 뜨겁고 힘차며 멋진 노래, 시립국악단의 신명나는 우리가락 한마당, 시립무용단의 아름다운 군무와 북의 대합주야말로 청주만의 자산이자 보물이 될 것이라고 했다. 서울 중심의 문화환경에서 지방의 문화가치가 존중되고 글로벌 상품으로 발전할 수 있는 출발점이 청주가 될 것이라는 메시지도 있었다.

당신께서는 무엇보다도 열흘만에 이처럼 훌륭한 행사를 준비할 수 있다는 것에서 청주의 희망을 보았고, 공연장을 종횡무진하며 피땀 흘리는 관계자들을 통해 힘찬 돋음과 질주를 서슴치 않는 시민정신을 보았다. 그리하여, 청주시민이야말로 아시아를 대표하는 시민, 더 나아가 세계를 호령할 수 있는 시민이라는 확신을 가졌다고 했다.

당신은 리허설 때 현장을 둘러본 뒤 몇 가지 지적과 보완을 주문했다. 무대 위의 보리밭 이미지에 하늘이 없는 것을 보면서 "보리밭에 하늘이 없으면 보리밭이 아니고 보리일 뿐"이라며 푸른 하늘을 만들어 달라고 주문했다. 프로그램의 순서 역시 모순된 부분이 있으니 조정해야 하고, 공연자들의 의상과 춤사위 등도 수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개막을 몇 시간 앞두고 가당찮은 일인가. 그렇지만 사람들은 수정과 보완과 개선을 흔쾌히 수용했다. 그만큼 변화와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았기 때문이 가능했던 것이다.

서울에서 내려오는 길에 서점에 들러 책 한 권을 샀다. '흙 속에, 저 바람 속에'라는 당신의 스터디셀러 말이다. 우리의 피부빛과 똑같은 저 바람 속에 우리의 비밀, 우리의 마음이 있다고 했다. 울음과 눈물을 빼놓고서는 한국을 말할 수 없다고 했다. 그 속에 한국인만의 감정이, 직관이, 흐느끼는 영혼이 있지 않을까. 이것들이 모여 불멸의 향기를 만들고, 감동을 만들며, 멋진 내일을 변주할 것이다. 청주시민의 이름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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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