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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2.12.13 16:21:16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변광섭

청주시문화재단 문화예술부장

불현듯 각다분한 이 도시를 탈출하고 싶었다. 먼 곳이 아니면 어떤가. 잠시라도 지나 온 시간을 되돌아보며 새로운 내일을 변주할 수 있는 낭만 섞인 여행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밀려왔다. 운전석에 앉자마자 시 외곽으로 방향을 틀었다. 무심천을 지나 백설 가득한 까치내를 한 바퀴 돌고 정북토성으로 향했다.

차갑고 메마른 들녘의 공기를 마시며, 그토록 찬연하던 낙엽은 지고 욕망의 옷을 훌훌 벗어버린 나목을 바라보며, 조물조물 정겨운 다람쥐와 산새 들새의 신명나는 합창소리를 들으며, 맑은 햇살과 바람과 구름을 벗 삼아 무심한 세월을 이끼처럼 지내온 골목길을 돌면서 사색에 젖는다. 한 해가 저무는데 그간 나의 발걸음은 무익하지 않았는지, 행여나 나의 욕망 때문에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지는 않았는지, 구린내 나고 구차하며 막막한 일상의 연속은 아니었는지 되돌아보게 된다.

토성마을 끝자락의 이삿짐 나르는 풍경에 마음이 갔다. 나는 가던 길을 멈추었다. 놀랍게도 대한민국 명장인 소목장 이성준 선생이 이곳으로 이사를 와 짐을 펴고 있던 것이다. 경기도에서 공방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찌된 영문이냐고 물었다. 선생은 마지막 여정을 청주에서 마무리하고 싶어 달려왔다며 당신이 그동안 창작활동을 해온 가구들을 하나 둘 소개하기 시작했다. 참죽과 오동나무로 빚은 책장, 소나무의 결을 그대로 살린 좌경, 느티나무 향기 그윽한 숭숭이 반닫이, 마디 마디의 섬세한 손길과 정교한 재단이 돋보이는 약장 등 우리 고유의 삶과 얼과 미가 살아 숨쉬는 가구들이 방안을 환하게 밝히고 있었다.

실용성과 예술의 가치가 공존하는 공예. 그 중에서도 소목장은 결과 향과 힘이 좋은 나무를 찾고 다듬고 말리며, 나무 고유의 생명력에 장인만의 혼과 기술과 예술의 가치를 접목시켜야 제대로 된 작품이 탄생된다. 자신의 삶보다 더 오래가고 귀한 가치를 담으려는 열정 없이는 제대로 된 가구를 만들 수 없기에 선생의 눈빛은 초롱초롱 빛나면서도 열락과 고독이 섞여 있었다.

그러고 보니 이성준 선생이 처음은 아니었다. 몇 해 전에는 옻칠명장 김성호 선생도 정북토성 마을에 둥지를 틀었다. 옻칠 역시 좋은 재료에 정제된 옻을 수십 번, 수백 번 칠하고 자개로 상감을 해야 오랜 가치로 빛날 가구가 탄생된다. 기다림의 미학, 득도의 경지라고 해야 할까. 이처럼 한국의 가구는 천년을 산 것보다 많은 추억과 사랑과 애틋함을 간직하고 있다. 김성호 명장은 최근 한국공예관에서 특별전을 통해, 한중일 삼국의 옻칠명정 초대전을 통해 최고의 가치를 인정받은 바 있다. 보석은 파고들어가 자신을 숨기려 할 때 가장 보석답다는 표현 그대로 장인의 처절한 자기희생이 없었다면 천년을 가도 변치 않는 작품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내년에는 고인쇄박물관 앞에 금속활자전수관이 새롭게 선보이면서 금속활자장의 불꽃튀는 열정을 만나게 된다. 또한 배첩장, 필장, 한지장, 궁시장, 단청장 등 수많은 장인과 명장들이 청주 인근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렇지만 작품에서 보여주는 아름다움과는 달리 고단한 삶의 연속이라고 할까. 누군가가 이 길을 가지 않으면 안되는 운명같은 것이기에 그리움의 시간, 슬픔의 시간, 기다림의 온갖 시간을 견뎌왔던 것이다.

'내 대에서 끝나야 하는가'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해져 온다고 했다. 옻칠이나 소목은 재료와 시간과 내공의 산물이기 때문에 결코 쉽게 팔리지 않는 것들이라서 소비가 되지 않으니 가난하고 고독한 삶의 연속이라 했다. 그러면서 이왕이면 청주가 대한민국 전통문화의 중심이 되면 좋겠다는 꿈을 안고 왔다는 얘기에 앙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그렇다. 이 땅의 무형문화재와 명장이 청주에서 꿈을 빚고 미래를 설계하며 더 멋진 작품과 가치를 선보이면 좋겠다. 전통문화밸트를 만들어 그 잎잎의 열어젖힘을 온 세상 사람들이 즐기면 어떨까. 마음을 비우기 위해 떠난 짧은 외출이었는데 되레 마음의 시간은 눈부신 성숙의 무게로 침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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