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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광섭

동아시아문화도시 사무국장

공자가 제자들과 함께 깊고 험한 산을 지나고 있었다. 그 때 세 개의 무덤 앞에서 통곡하는 여인이 보여 제자에게 사연을 알아보라고 했다. 그 여인은 시아버지, 남편, 아들이 호랑이에게 물려 죽었다고 했다. 자신도 언제 호랑이에게 물려 죽을지 몰라 마을에서 살아야 하지만, 가혹한 세금을 뜯어가고 백성을 못살게 구는 관리들 때문에 산 속에서 지낸다고 했다. 그 사연을 들은 공자는 백성을 착취하는 정치는 호랑이보다 더 무서운 것, 가정맹어호(苛政猛於虎)라고 말했다.

세종대왕은 한국 역사상 최초로 국민투표를 단행했다. 탐관오리의 약탈과 불공평한 조세제도를 개선하기 위해서였는데, 이를 통해 풍년과 흉년에 따른 연분 9등법, 토질의 좋고 나쁨에 따른 전분 6등법으로 나누었다. 세종은 초정행궁에 머물면서 인근 전답에서 공법을 시범 도입했으며 박연에게 편경을 만들어 시연토록 했다. 또한 노인들을 초청해 양로연을 베풀고 청주향교에 책을 하사해 학문을 장려토록 하고, 어가 행차 중에 피해를 본 농가에게는 쌀과 콩으로 보상토록 하는 등 조선의 르네상스를 펼쳤다.

세종대왕이 최고의 성군이라는 평가를 받아오면서 시공을 뛰어넘는 불멸의 향기를 주고 있는 것은 오직 백성을 위해, 아픔이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힘써왔기 때문이다. 한글창제에서부터 음악, 과학, 조세, 복지, 외교, 교육 등 그 어느 분야 소홀함이 없이 창조적 역량을 발휘하면서 다양한 정책을 개발하고 수많은 결실을 맺어오지 않았던가.

지금 청주는 세종대왕의 창조정신과 행복의 가치를 계승하고 멋진 내일을 변주하는 도시로 성장하고 있다. 전국의 그 어느 도시보다 뛰어나고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갖고 있으며, 세계인이 부러워할 수밖에 없는 도시환경을 갖추고 있다. 동아시아문화도시로 선정되면서 중국과 일본의 문화도시와 교류사업을 전개하다보면 자연스레 문화적 동질성과 차이성을 엿볼 수 있으며 객관적인 시각에서 청주시의 경쟁력을 찾게 된다.

청주의 도시브랜드와 도시경쟁력은 단연 '생명문화'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볍씨가 출토되었고, 세계 최초의 태교책인 '태교신기'의 저자가 청주사람이며, 조선의 베스트셀러 '명심보감'은 청주에서 출판되었다. 직지와 세종대왕 초정행궁의 가치는 말해 무엇하랴. 현대에 와서는 가로수길과 대청호, 무심천 등의 때묻지 않은 자연과 오송 바이오, 오창 생명농업 등이 조화를 이루면서 생명문화의 맥을 이어오고 있다.

중국과 일본에서 예술인들이 방문할 때마다 청주의 맑고 향기로운 생명문화를 예찬하고 있다. 각양각색의 공연예술은 물론이고 도시의 공간, 음식, 문화기반 시설 등 발 닿는 곳마다 멋과 맛과 향과 색을 간직하고 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물론 도시 이미지를 훼손하고 있는 무질서와 무분별한 디자인 남발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지만 이러한 것들을 개선하고 청주만의 멋과 맛과 향이 담긴 핵심 콘텐츠를 전략적으로 만들어 나가면 세계적인 브랜드 도시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청주시는 지난 1일 통합 1주년을 기념해 '생명문화도시' 선포식을 가졌다. 동아시아문화도시의 가치를 100년의 행복으로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이승훈 시장은 시민이 역사의 무대에서 주역으로 활동하고 행복한 삶을 펼치며, 미래 세대가 건강한 도시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세계와 함께 창조의 물결, 사랑과 감동의 대서사시를 쓰는 생명문화도시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 길이 결코 순탄치 않을 것이다. 아픔과 갈등이 우리의 앞날을 먹먹하게 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이 길은 운명같은 것이기에 우리 모두 가슴 떨리는 열정으로 함께 달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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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