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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광섭

동아시아문화도시 사무국장

새 해 첫날 우리는 떡국을 먹는다. 떡국 한 그릇 먹어야만 나이 한 살 먹는 것이다. 그 떡국의 주재료는 하얀 가래떡이다. 찬 물에 불린 흰쌀을 동네 방앗간으로 가져가면 분쇄기로 떡가루를 만들고 가마솥에 쪄낸 뒤 가래떡을 뽑아낸다. 그날 방앗간은 여인들의 수다방이다. 김이 모락모락 나고 구수한 내음이 코끝을 훔치면서 이야기꽃을 피운다. 삶의 향기가 끼쳐오고 여인들의 환한 미소로 가득했는데 지금의 방앗간은 남루하고 쓸쓸하다. 기억속의 강물은 도랑물이 되어 흐를 뿐이다.

동국세시기에는 "멥쌀로 떡을 만드는데 치고 비벼 한 줄기로 한다. 굳어지기를 기다려 가로 자르는데 얇기가 돈과 같다. 끓일 때는 꿩고기·후춧가루 등을 섞어 세찬에 없어서는 안되었다"고 기록되어 있으니 떡국의 역사는 300년 이상 된 것 같다. 몸과 마음이 깨끗한 삶, 때 묻지 않는 삶, 건강과 천행만복(天幸萬福)으로 가득한 한 해를 소망하며 먹는 음식인 것이다.

속된말로 '동그랑땡'이라고 부르는 돈전도 새 해 첫 날의 대표음식이다. 다진 쇠고기와 으깬 두부에 갖은 양념을 넣은 뒤 잘 섞어 밀가루를 묻히고 달걀옷을 씌어 지져낸 것인데, 엽전 크기로 동그랗게 만들어 그 모양이 돈 같다 하여 돈전이라 부르는 것이다. 가족의 건강과 복을 기원하는 음식인 것이다.

중국에서는 만두를 연말연시 대표 음식으로 즐겨 먹는다. 중국의 옛 주화인 원보처럼 동그랗게 만들고 물에 넣어 끓여 먹는데 만두 속에 동전을 넣기도 한다. 새해에 돈을 많이 벌어 부자 되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국수를 먹기도 하는데 국수의 긴 가락이 장수를 상징하기 때문이다. 중국 남방에서는 찹쌀떡과 생선을 먹으며 무병장수와 평화를 기원한다.

동아시아문화도시 교류사업을 하면서 중국의 오만찬에 초대받으면 식단은 그야말로 진수성찬이다. 한국식으로 말하면 코스요리일 것인데 음식 나오는 순서의 중간쯤에 생선이, 끝물에는 물만두가 단골메뉴로 등장한다.

새해에 먹는 일본의 전통 요리는 오세치가 대표적이다. 커다란 도시락 용기처럼 생긴 주바코에 각종 음식을 넣어 먹는데 각각의 음식마다 새해를 축하하는 의미가 담겨 있다. 새우는 장수, 연근은 지혜, 청어알은 다산, 검은콩은 건강, 다시마는 행운을 상징한다. 지역에 따라 음식의 차이도 있는데 바다가 인접돼 있는 곳에서는 싱싱한 해산물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 이와함께 일본식 떡국인 오조니를 먹기도 하며 섣달 그믐날 밤에는 메밀국수인 도시고시소바를 먹기도 한다.

밥상의 크기만 봐도 중국과 일본이 확연히 구분되듯이 음식의 양이나 손님접대의 방식도 다르다. 중국은 말 그대로 성찬이고, 일본은 검박하다. 중국은 음식이 넘쳐나고 배불리 먹어야 손님을 극진히 접대했다는 소리를 듣지만 일본은 아쉬운듯하면서도 그 지방의 전통 술인 사케와 떡과 과자 등으로 사람간의 인연과 우정을 표시하고 있다.

화이부동(和而不同)이라고 했던가. 한중일 3국의 음식문화는 조화롭되 각각의 멋과 맛과 향이 담겨 있다. 음식문화만 제대로 이해해도 국가간의 문명을 읽을 수 있으며, 음식문화 속의 비밀을 찾아내면 그 지역의 DNA를 발견할 수 있다. 그래서 외로움을 타는 나그네에게 음식은 진정제이자 비타민 같은 것이다.

비윌슨은 '포크를 생각하다'라는 책에서 "음식은 연료이고, 습관이고, 고급한 쾌락이자 저급한 욕구이고, 일상에 리듬을 부여하는 요소이자 부족할 때는 고통을 안기는 요소"라고 했다. 성석제는 '칼과 황홀'에서 "하루 세 번 황홀한 여행을 해야 한다. 내가 먹는 것이 나를 만든다"고 했다. 마음은 벌써 고향에 가 있다. 내 심연속에 저장해 둔 그 맛, 그리고 내 존재의 갈증을 채워줄 음식이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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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세종충북지회장 인터뷰

[충북일보] 지난 1961년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시초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우리나라 가족계획, 인구정책의 변화에 대응해오며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장을 만나 지회가 도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 지회장의 역할,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경순 지회장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인구변화 대응, 일 가정 양립·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성 생식 건강 증진 등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33년 공직 경험이 협회와 지역사회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도 첫 여성 공보관을 역임한 조 지회장은 도 투자유치국장, 여성정책관실 팀장 등으로도 활약하고 지난 연말 퇴직했다. 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의 경제와 성장에 기여했던 그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통해 충북과 세종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상임 명예직인 현재 자리로의 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지회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