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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5.07.23 13:50:03
  • 최종수정2015.07.23 13:49:51

변광섭

동아시아문화도시 사무국장

"한국은 천년의 바이오문화를 품고 살아 온 민족이다. 수저 문화가 그렇고 장독대 문화를 보라. 정과 지혜와 과학과 창조의 비밀이 그 속에 있지 않던가." 나는 동아시아문화도시 이어령 명예위원장의 이 말에 온 몸이 감전되듯 전율을 느꼈다. 한국인의 문화DNA를 이처럼 명쾌하게 설명한 적이 있었던가 싶다.

중국은 기름지고 뜨거운 음식이 많으며 넓은 식탁을 중심으로 여럿이 둘러앉아 나눠먹기 때문에 음식과 사람의 거리가 멀다. 길고 퉁퉁하며 끝이 뭉툭한 플라스틱의 원형젓가락을 사용하는 이유다. 일본은 좌식문화이며 1인상 중심인데다 생선이 많기 때문에 짧고 뾰족한 젓가락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 섬나라의 습한 환경인데다 사람이 죽으면 유품을 함께 화장을 하는 문화라서 나무젓가락이 많은데 옻칠한 것을 애용한다.

반면에 한국은 밥, 고기, 전, 국물 등의 음식을 즐겼기 때문에 끝이 네모나고 무게감이 있는 금속젓가락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 크기는 중국과 일본의 중간쯤으로 보면 된다. 특히 국물이 많아 숟가락을 함께 사용했으며 금속 젓가락은 인체에 유해한 성분을 구분할 수 있고 보존성도 높아 한중일 3국 중 가장 많은 유물이 남아 있다.

이어령 명예위원장은 수저야말로 남녀이고 부부이고 고체와 액체의 결합이며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라고 말한다. 포크와 나이프는 교육이 없이도 사용할 수 있지만 수저는 사용하는 방법을 제대로 배우지 못하면 폼도 나지 않을뿐더러 음식을 집어먹는데 어려움이 많다. 손가락을 작은 뇌라 했고, 소우주라 했듯이 젓가락질을 잘 할수록 두뇌발달과 창의력을 기르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장독대문화는 또 어떠한가. 큰 놈은 옹기, 작은 놈은 종기라고 했다. 옹기종기 모여있는 장독대는 여인들의 삶과 가정의 평화와 은밀한 이야기가 잉태되고 있는 곳이다. 소박하다 못해 투박한 저 흑갈색 옹기는 들숨과 날숨의 발효과학이 숨어 있어 한국인만의 오롯한 맛이 있다. 집집마다 김치 맛이 다르고, 간장 맛이 제각각이며, 고추장과 된장의 풍류가 똑같지 않은 것은 가보처럼 내려오는 담금의 비법과 씨간장의 비밀 때문이다. 어떤 장인이 빚은 옹기를 사용하고 어느 장소에 보관하느냐에 따라 그 맛과 향이 다르다.

일반적으로 장독대는 햇볕과 바람이 잘 드는 뒷곁의 양지바른 곳에 위치해 있다. 서양인들이 포도주를 저장하기 위해 땅굴을 파는 것과 대조적이다. 한국의 여인들은 항상 장독대를 품고 살아왔다. 맑은 날에는 장독 뚜껑을 열어 햇살을 즐기도록 하고, 비가 오는 날에는 뚜껑을 닫아야 한다. 간수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장맛이 결정되기도 하며 귀한 손님이 오면 장독대에 소중히 간직해 둔 먹거리를 선보인다. 세상 어느 나라가 이처럼 소중한 음식과 가보를 자물쇠로 잠구지 않고 마당에 노출시켜 놓고 있을까.

장독대는 작은 정원이며 여인들의 성소다. 장독대 주변에는 으레 채송화 봉숭아를 심는다. 오종종 예쁜 돌로 장독대의 경계를 만들고, 매일 밤마다 맑은 물 한 사발 떠놓고 두 손 모아 가정의 평화와 건강과 풍요를 기원하던 어머니의 맑은 모습이 지금도 선하게 기억된다. 마음에서 우러나는 한국인의 사랑과 정(情)의 문화, 자연과의 합일을 통해 새로운 생명을 잉태시키는 생명문화, 삶속에 과학이 자연스레 묻어있는 발효문화…. 지금의 한국이 있게 한 것들이 아닐까.

소중하지 않은 우리의 삶과 문화가 어디 있을까만 수저문화와 장독대문화, 그리고 이와 연계된 의식주 서브컬처를 새로운 국가 브랜드로, 글로벌 문화자원으로 특성화해야겠다. 문화상품으로, 미적인 공간연출로, 공연과 영상콘텐츠로, 축제와 퍼포먼스로 발전시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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