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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3.08.19 18:13:35
  • 최종수정2013.08.19 18:13:35

변광섭

청주시문화재단 문화예술부장

도대체 한국에는 몇 개의 서점이 있을까. 그리고 일 년에 몇 개의 책이 출간되고, 국민 1인당 몇 권의 책을 읽을까. 한국에는 현재 2,800여 개의 서점이 있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7,000여 개에 달했는데 매년 400개의 서점이 문을 닫는 셈이다. 국민 1인당 한달 독서량은 0.8권으로 미국 6.6, 일본 6.1, 프랑스 5.9, 중국 2.9권에 크게 못 미친다. OECD 국가 중 꼴찌, 유엔 191개국 중에서는 166위를 기록하고 있다.

물론 정확한 통계는 아니다. 정부나 출판협회 등에서 발표하는 자료가 약간의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분명한 것은 출판의 위기, 서점의 붕괴, 책 읽지 않는 사회라는 작금의 풍경에 대해서 그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이다. 청주에도 골목길마다 있던 서점이 하나 둘 없어지더니 이제는 큰 맘 먹고 시내로 나가지 않으면 새 책 구하기가 힘들어졌다. 시내 한 복판에 줄지어 있던 고서점도 문을 닫고 한 개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60여 개의 헌책방이 줄지어 있는 부산 보수동 골목은 지금 시간을 거스르는 여행자들로 발 디딜 틈이 없는데 직지의 도시, 교육의 도시 청주는 어떠한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해외는 오래된 교회나 낡은 성당, 방치되었던 극장 속으로 서점과 도서관 등이 들어서면서 시민들의 문화공간, 세계적인 이슈공간으로 주목받는 곳이 많다. 디지털 시대와 함께 사장 위기에 놓여 있는 서점이 아날로그 정신으로, 서점 그 이상의 문화가치로 변신하고 있는 것이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엘 아테네오'는 100년 역사의 극장을 서점으로 바꾼 대표적인 사례다. 귀족들이 누렸을 무대와 1천여 개의 관객석은 서가로 변해 사람들을 맞이하고 있고 사색과 독서의 공간, 그리고 카페테리아 등으로 변신했다.

네델란드의 마스트리흐트에는 1924년에 세워진 성당 건물을 그대로 살린 서점이 성업 중이다. 경건함의 상징이었던 곳이 먼지로 가득하고 방치돼 있던 아픔도 잠시, 이곳은 역사의 숨결과 은은하게 쏟아지는 자연채광, 그리고 아득한 분위기 등과 함께 책만을 파는 곳이 아니라 작가와의 대화, 전시, 공연 등 열린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이곳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이처럼 웅장하고 멋진 공간만이 서점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사비니 광장의 전차 고가철로 아래에 아치서점이 들어서 있는데 세계의 유명작가와 관광객들로 연일 장사진이다. 열차 굉음소리가 시시각각 들려오지만 서점 안에서는 책에 빠져 있는 독서광의 열기가 식을 줄 모른다.

청주시문화재단은 책읽는 도시 청주의 새로운 미래를 만들기 위해 내덕동 청주문화산업단지 내에 시민 북카페를 조성했다. 책과 커피가 있는 북카페가 아니다. 공연과 전시와 예술이 물결치는 북카페다. 게다가 '내 인생의 책 한 권' 시민 기증운동을 전개해 5천여권을 모았다. 어린이 책에서부터 미술, 철학, 문학, 역사 등 다양한 도서가 함께하고 있으며, 청주권의 정체성을 담은 책들도 포함돼 있다. 시민이 만든 북카페가 탄생된 것이다. 북카페 명칭도 '씨아트'라고 했다. 시민의 힘으로 만든 곳에서 시민들이 꿈과 행복이라는 이름의 씨앗을 뿌리고 꽃을 피우며 열매 맺게 하자는 것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성공한 이들은 손에서 책을 놓지 않는다(手不釋卷)고 했다. 책을 많이 읽고 틈틈이 교양을 쌓으면 몸에서 책의 기운이 풍기고 향기가 난다(文字香 書券氣)고 했다. 앞으로 이곳에서는 매주 예술단체의 공연과 전시와 퍼포먼스가 펼쳐질 것이다. 밤낮없이 인문학콘서트를 열고, 독서토론회가 전개되며, 크고 작은 꿈을 빚는 소리, 책 읽는 소리로 가득할 것이다.

물론 시민들이 북카페의 주인이어야 한다. 망설이지 말고 책을 기부하고, 내 집 드나들듯 이용하며, 다양한 문화예술 콘텐츠를 향유하는 열린 시민의식이 필요하다. 시민 모두가 책으로 합창하고, 춤을 추며, 새로운 미래를 변주하는 아름다운 날을 꿈꾼다. 책과 문화와 예술이 흥겹고, 삶의 이야기와 한 잔의 커피가 있는 풍경, 그 특별한 아름다움의 세계를 함께 즐기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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