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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3.06.10 15:36:06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변광섭

청주시문화재단 문화예술부장

정말 가고 싶지 않았다. 생각도 하기 싫었고 그 어떤 연분도 쌓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매년 한 번씩 가야 했다. 벌써 10년째다. 처음에는 어쩔 수 없이 등 떠밀려 다녀왔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호기심이 생기고 부럽다는 생각에 아름다움까지 밀려오기 시작했다. 이웃나라 일본 이야기다. 최근에도 동경, 요코하마, 가루이자와, 삿포르, 오타르 등 5개 도시를 순례했다. 공룡같은 도시 동경은 구석구석이 역사와 문화, 생태와 건축, 디자인과 환경의 조화가 돋보인다. 쓰레기 하나 없이 맑고 깨끗하다. 크고 작은 도로에는 다양한 생태와 숲이 도열해 있다. 건물에도 나무와 꽃들로 가득하다. 간판 하나에도 디자인과 예술의 혼이 담겨 있다. 롯본힐즈, 미드타운, 오모테산도 등 도심재생의 키워드는 문화지만 디자인과 생태와 공공미술 등이 융합하면서 세계적인 문화쇼핑 공간으로 도약했다.

동경에서 2시간 거리의 가루이자와는 인구 1만5천명에 불과하지만 연간 70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방문한다. 산골짜기를 일본 최고의 힐링섬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멋스러운 건축과 잘 정돈된 정원과 호수 속에서 책을 읽고 차를 마시며 예술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100년도 채 되지 않는 민가들은 박물관·미술관·갤러리·공연장 등 문화공간으로 꾸몄다. 우리네 같으면 버려지고 방치돼 있을 법한 곳도 문화콘텐츠가 가득 차 있다. 미술관에서 결혼식을 할 수 있고, 이 고장 고유의 맛을 느낄 수 있는 음식이 즐비하며, 자전거길과 산책길 등 발 닿는 곳마다, 눈길 가는 곳마다 눈부시게 아름답다.

요코하마는 그 자체만으로도 나를 앙가슴 뛰게 했다. 첨단 건축과 항구 주변의 옛 건물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데 이 중 요코하마뱅크아트는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오래된 건물을 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키고 주민들의 참여의 장, 국제교류의 장, 문화소통의 장으로 변신했다. 폐자재를 활용해 디자인하고 공간 연출을 했으며, 레스토랑·서점·시민자료실·전시관·공연장 등이 있다. 이곳에서 매년 150여회의 크고 작은 행사가 열리고, 세계 20개국의 30여개 단체와 교류하고 있다.

일본 최북단에 위치한 삿포르의 초콜릿팩토리는 관광객들로 문전성시다. 공장의 생산과정을 관광상품화하고 초콜릿을 스토리텔링으로 엮으면서 호기심 가득한 공간, 추억과 사랑과 낭만의 공간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추억을 담는 사진촬영, 동선을 안내하는 고양이발자국, 각종 캐릭터와 친구하기, 초콜릿 생산의 모든 공정을 한 눈에 볼수 있는 공간 구성 등이 돋보인다. 인근의 오타루는 운하에 흩뿌려진 작은 불빛과 낡은 건물 속에서 반짝이는 유리공예, 그리고 골목골목 숨은 카페에서의 아름다운 사랑이야기에 하루가 짧다. 버려진 창고건물을 문화공간, 쇼핑공간으로 만들었으며 100여개의 낡은 건물을 근대건축유산으로 지정하면서 주민 스스로가 관리하고 문화공간으로 활용하는 모습이 부러울 따름이다.

이들 도시의 시사점은 무엇일까. 첫째, 공간이 사라지면 역사도 사라지고 사랑도 사라진다. 일본은 공간을 보존하고 효과적으로 활용하며 생명력 있는 도시를 만들려고 노력한다. 둘째, 공간과 문화예술과 생태의 컨버전스로 창조도시를 이끈다. 지역마다 각기 다른 멋과 향을 느낄 수 있는 것은 나름의 핵심콘텐츠를 만들고 문화예술과 연계시키며 생태적인 환경과 차별화된 디자인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셋째, 인간은 위대한 스토리텔러다. 도시마다, 공간마다 스토리텔링을 통한 차별화된 이야기를 만들고 있으며, 드라마·영화·문화상품 등으로 발전시키면서 지역경제 활성화를 견인하고 있다. 넷째, 일관된 정책과 시민 중심의 열린 문화행정으로 꽃을 피운다. 10년 이상의 장기적인 문화정책을 통해 지속가능한 문화행정을 만들고, NPO(시민단체)와 문화예술인들의 자발적인 운영시스템이 정착돼 있다. 자치단체는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것이 원칙이다. 나는 일본속에서 삶의 미학을 발견했다. 그들의 속살을 엿보며 우리가 나아갈 길이 무엇인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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