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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2.11.15 16:01:44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변광섭

청주시문화재단 문화예술부장

각다분한 도시의 삶에 상처받은 사람은 늘 일탈을 꿈꾸며 새로운 삶을 소망한다. 지식의 잣대와 권력의 힘과 부의 축적으로 서열을 매기고 서로가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받는 세상을 떠나 가슴으로 느끼는 아름다운 것들과 만나고 싶어 한다. 이름 모를 그 무엇과 대화를 나누며 한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싶고, 대자연의 풍광속으로 들어가 앙탈진 가슴의 고름을 짜내려 한다. 때로는 바람의 현을 타고 일렁이는 꽃송이들이 거친 내 삶을 매만져 주기를 고대하지 않던가.

서울 사람들에게는 더욱 간절하다. 질펀한 거리를 떠나고 싶고 대자연과 등목을 하며 삶의 물살을 거슬러 오르고 싶은 욕망이 꿈틀거린다. 그런데 서울시내 한 복판에 이런 꿈만 같은 일을 삶처럼 즐기는 마을이 있다.

만추의 어느 날, 집집마다 붉은 홍시가 주렁주렁 매달려 햇살과 노래하는 목가적인 풍경이 먼저 마중 나왔다. 쪼글쪼글 말라가는 포도송이도, 여름의 태풍과 사투 끝에 살아난 해바라기도, 담벼락을 타고 올라가던 담쟁이도, 텃밭의 배추와 무와 파들의 야채네 형제들도, 볼에 와 닿는 상큼한 바람결도, 이랑져 흐르는 빛의 눈부심도, 화단의 노란 국화도 코끝을 징하게 하는 향기를 내품으며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아궁이에 재를 치고 군불을 지치면 영락없는 시골풍경이었다. 내가 지금 서울에 있기는 한 것인가. 산골의 뒷골목 풍경일 것 같은 착시현상에 나의 오감을 의심해야 했다.

다름 아닌 서울시 마포구 성미산마을 이야기다. 이곳의 주민 1만 여명은 함께 공부하고, 함께 노래하며, 함께 춤을 추고, 함께 내일을 향해 자분자분 걸어가는 마을공동체 생활을 한다. 주부들이 모여 육아교육을 고민하고 실천한다. 마을 안에는 12학년제 대안학교를 만들어 150여 명이 공부를 하고 있다. 운동장도 없고 정식 인가를 받지도 않았지만 아이들은 체육과 예술과 생태를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다. 이 마을에서 자란 아이들에게는 매년 성인식을 열어주고 나무심기에서부터 청소와 분리수거, 골목길 가꾸기와 재활용 등을 솔선수범케 한다.

골목마다 작은도서관과 갤러리와 카페와 공터가 있고 연극, 밴드, 풍물패, 드로잉, 사진, 영상, 시문학 등 100여개의 동아리가 있어 계절별 거리축제 시간이 되면 흥겨운 잔치마당이 된다. 마을극장에서는 장르의 경계를 넘어, 프로와 아마의 경계를 넘어,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넘어, 세대와 공간과 지역의 경계를 넘어 모두가 하나되는 다채로운 문화예술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주민들은 유기농슈퍼, 서점, 바느질공방, 비누공방, 친환경 빵집과 밥집, 동네병원, 반찬가게와 힐링아트, 북카페와 책놀이터 같은 다양한 시설과 프로그램을 함께 운영한다. 심지어는 삶과 쉼과 놀이와 나눔이 함께 이루어지는 공동주택도 있다. 아랫집 윗집 할 것 없이 모두가 기쁨과 아픔을 나누는 공동체 생활을 한다.

이러니 골목길 풍경은 얼마나 아름다울까. 돈으로 칠하고 심고 세운 것이 아니라 사람의 손길과 사람의 마음으로 가꾸었기 때문에 시골의 뒷골목 풍경보다도 더 서정적이다. 사람들의 표정에서부터 구석구석의 속살에 이르기까지 부족함이 없다. 거리와 생태와 삶과 문화가 하나되는 세상, 꿈이 현실이 되는 세상이 바로 성미산마을인 것이다. 물론 이 마을 사람들에게 아픔이 왜 없었겠는가. 크고 작은 이해관계가 얽혀 충돌하고 상처받기도 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위기의 고비마다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며 협력하는 노력으로 극복했다. 정부의 개입이나 지원으로 시작된 것이 아니라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면서 결실을 맺었고, 이제는 아름다운 이야기를 옆동네와 이웃나라로 전파시키고 있다.

성미산 마을을 뒤로 하고 청주로 달리는 버스에 몸을 맡긴 나는 슬픔에 잠겼다. 녹색수도 청주의 모습과 서울의 성미산 마을 풍경이 너무 달랐기 때문이었다. 거센 풍랑과 부딪혀보지 않고 어찌 만선의 기쁨을 느릴 수 있을까. 성장통 없이 큰 꿈을 이룰 수 있을까. 나는 내게 말한다. 바보야, 문제는 너 자신일 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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