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맑음동두천 26.0℃
  • 구름많음강릉 28.0℃
  • 구름많음서울 24.5℃
  • 맑음충주 25.4℃
  • 맑음서산 21.4℃
  • 맑음청주 25.4℃
  • 맑음대전 25.8℃
  • 맑음추풍령 26.0℃
  • 맑음대구 26.1℃
  • 맑음울산 22.5℃
  • 맑음광주 25.0℃
  • 구름조금부산 21.0℃
  • 맑음고창 25.3℃
  • 맑음홍성(예) 23.7℃
  • 구름조금제주 18.9℃
  • 구름조금고산 18.1℃
  • 구름조금강화 22.5℃
  • 맑음제천 23.9℃
  • 맑음보은 25.4℃
  • 맑음천안 24.9℃
  • 맑음보령 22.5℃
  • 맑음부여 24.9℃
  • 맑음금산 26.8℃
  • 맑음강진군 22.8℃
  • 맑음경주시 28.3℃
  • 맑음거제 21.0℃
기상청 제공

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웹출고시간2012.05.03 17:58:11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변광섭

청주공예비엔날레 부장

아침햇살이 참 곱다. 맑고 향기로움이 내 안으로 밀려오는 듯하니 마음 한 조각 담아 편지를 쓰고 싶은 생각에 젖는다. 바람따라 흔들리되 결코 뽑히지 않는 어린 나무와 북풍한설을 딛고 꽃을 피우는 작은 생명들, 그리고 봄비에 씻겨 해맑게 얼굴을 드러내는 초록 잎사귀들이 봄날의 아침을 더욱 싱그럽게 해 주고 있다. 이처럼 이름 없이 반짝이는 것들의 소소한 이야기를 누군가와 함께 나누고 싶은 계절, 모든 생명이 춤을 추고 노래하는 5월이다.

그러고 보니 두 달이 지났다. 우리고장 구석구석이 아름다움으로 물결치고 사랑과 감동의 무대가 되면 좋겠다는 다짐으로 글과 그림과 사진이 있는 책 <즐거운 소풍길>을 출간하고 전시회를 마친지도 두 달이 지났다. 책 한 권으로 전시회를 한다는 말에 사람들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집에서도, 직장에서도 시큰둥했다. 남들처럼 가정에 충실하고 직장생활 열심히 하면 되지 번번이 괜한 고생을 하는 것이 아니냐며 투정 섞인 표정들이었다.

나는 최근 10년 동안 매년 책 한 권씩 펴냈다. 이 중에는 읽히지도 않고 팔리지도 않는 책도 있지만 문화부 우수교양도서로 선정돼 기분 들뜨게 한 책도 있다. 빚을 얻어 책을 만들기도 했고 반응이 좋아 재판에 들어간 책도 있다. 인세로 돈 몇 푼 받으면 혼자 쓰지 않았다. 시골 초등학교에 도서관을 만들고 갤러리를 만드는데 보태기도 했다. 그렇지만 단 한 번도 내 맘에 드는 책을 만들지 못했다. 책 읽기를 꺼려하는 우리사회에 지식보다 더 가치있는 지혜를 담아내고자 갈망했지만 매번 헛수고였다. 사람들의 냉랭한 반응 앞에서 좌절한 적이 한두 번 아니었다.

그럼에도 나는 1년에 한 번씩 책을 펴 내지 않으면 안되는 마술에 걸린다. 내 삶에 대한 흔적과 열정을 담고, 새로운 문화DNA를 찾으며, 세상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었다. 또한 미래에 대한 꿈을 디자인하고 싶은 열망에 잠시라도 머뭇거릴 수 없었다. 그러면서 스스로가 변화하고 발전하기를 바랬다.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 절차탁마(切磋琢磨)의 정신을 한 권의 책으로 표현하려 했다. 거센 파도와 비바람에도 영원히 변하지 않을 나만의 전설을 갈구했던 것이다.

봄이 오는 길목에서 아름다운 노래와 음악과 다도가 함께하는 출판기념회를 열고 글과 그림과 사진이 있는 전시회를 가진 것도 이 때문이었다. 사람들의 관심은 뜨거웠다. 역사와 문화와 생태와 사람들의 이야기를 미려하게 표현한 글, 수묵담채화로 표현된 강호생씨의 그림, 그리고 대자연의 속살을 렌즈로 담은 홍대기씨의 풍경 앞에서 당장이라도 소풍가고 싶다며 들뜬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다녀 온 곳 앞에서는 지난 이야기를 조곤조곤 나누고 낯선 풍경 속에서는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소풍 일정을 잡느라 부산했다. 청주에서만 전시회를 하지 말고 지방 순회전을 해달라는 주문도 있었으며 전시장 대관료를 대줄테니 연장전시 하자는 이름 모를 시민의 간청도 있었다. 충북을 넘어 대한민국 구석구석과 세상의 이야기를 소개해 달라는 애정 어린 제안도 있었다.

참으로 고맙고 감사한 일이다. 더불어 다 함께 사는 길이 무엇인지, 나는 누구이며 무엇으로 살아야 하는지, 나와 이웃과 우리 사회를 위해 무엇을 고민하고 실천해야 하는지, 그리하여 나는 나의 길을 어떻게 자박자박 걸어야 할 것인지를 생각하게 하는 시간이었다. 젊은 날에는 젊음을 모르고, 사랑할 때는 사랑을 모른다고 노래했던 어느 시인처럼 지금 이 순간, 이 공간, 이 하늘아래 존재하는 생명의 소중함을 잊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아쉬움과 후회도 적지 않다.

그러하다. 이토록 찬연한 봄날, 힘들고 무거운 짐 내려놓고 즐거운 소풍길을 떠나보자. 내 인생이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지 물어볼 새도 없이 달려온 지금 이 순간, 잠시라도 마음을 내려놓고 지나간 시간을 돌아보면 어떨까. 우리 마음속에 영원히 마르지 않는 맑은 샘을 만들고, 향기로움이 천리를 가는 아름다운 꽃을 심으면 어떨까.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매거진 in 충북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세종충북지회장 인터뷰

[충북일보] 지난 1961년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시초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우리나라 가족계획, 인구정책의 변화에 대응해오며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장을 만나 지회가 도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 지회장의 역할,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경순 지회장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인구변화 대응, 일 가정 양립·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성 생식 건강 증진 등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33년 공직 경험이 협회와 지역사회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도 첫 여성 공보관을 역임한 조 지회장은 도 투자유치국장, 여성정책관실 팀장 등으로도 활약하고 지난 연말 퇴직했다. 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의 경제와 성장에 기여했던 그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통해 충북과 세종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상임 명예직인 현재 자리로의 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지회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