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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광섭

청주시문화재단 문화예술부장

밤새도록 가을비가 내렸다. 빗줄기가 굵어질 때마다 쏟아지는 빗소리가 헛헛한 가슴을 내리치는 것 같았다. 날이 밝으면 조용해질 것이라는 소망을 갖고 뜬 눈으로 밤을 지샜으나 가을비는 좀처럼 그칠 기세를 보이지 않았다.

공예비엔날레 개막을 한 시간 앞두고 우리는 공식행사를 포기할 것이냐, 강행할 것이냐 중대 기로에 섰다. 빗줄기는 다소 가늘어졌지만 오전 내내 비가 올 것이라는 예보가 있고, 행사장은 이미 밤새 내린 비로 물바다였다. 비가 그친다고 해도 정상적으로 행사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범덕 청주시장은 행사장을 한 바퀴 둘러본 뒤 비장한 메시지를 던졌다. 밭가는 소는 뒷걸음치지 않는다. 시민들의 소망을 담아 2년을 준비했는데, 비 때문에 뒤돌아 갈수는 없다. 비가와도 우리의 꿈, 우리의 길, 우리의 노래는 계속된다. 계획대로 개막행사를 하고 세상의 모든 사람들에게 청주의 희망과 열정을 보여주자…. 그래서 우리는 다시 일어섰다. 공무원들과 조직위 전 직원들이 모두 모여 빗물을 퍼내고 닦으며 행사장을 재정비했다. '폐허, 감성의 꽃이 피다'를 테마로 한 2013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개막행사의 문을 여는 순간이 다가 온 것이다.

'폐허, 감성의 꽃이 피다'는 모두 5막으로 구성되었다. 1막에서는 '잠들다'를 주제로 담배공장의 융성했던 시절과 폐쇄되면서 10여년간 방치되면서 겪었던 아픔을 청주시립교향악단의 옥상공연과 시립무용단의 퍼포먼스로 선보였다. 2막에서는 '움트다'를 주제로 방치돼 있던 공간에 세상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문화의 씨앗을 뿌리는 가슴 설레임을 소프라노의 노래로 선보였는데, 무대가 아니라 건물 외벽의 난간에서 '넬라판타지'라의 희망의 노래를, 맑고 향기로운 노래를 선보였다.

'꽃이피다'의 3막은 공예비엔날레와 공연예술을 통해 담배공장이 세상 사람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줄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아 건물 옥상에서 놀이마당 '울림'의 대북퍼포먼스와 시립무용단의 공연으로 담아 전달했다. 또한 4막에서는 '열매맺다'를 주제로 2013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돼 시민 모두가 축하하고 기뻐하는 순간을 시립교향악단의 '코리아환타지'의 연주와 시립합창단의 아름다운 하모니가 행사장을 뜨겁게 달구었다.

이어 '함께가다'를 주제로 한 5막에서는 국내 최대 규모의 담배공장이 세계 최고의 문화공간으로 만들며 시민사회 모두가 함께 참여하고 향유한다는 의미를 담아 어린이합창단의 공연으로 선보인 뒤 1만여 명의 시민들이 한 땀 한 땀 정성을 담아 만든 조각보를 세상에 공개하면서 역사의 문을 열었다.

조각보는 지난 3월부터 8월까지 6개월간 시민 1만여 명이 참여, 폐현수막을 활용해 바느질과 재봉질로 높이 32m, 길이 100m의 크기로 건물 외벽에 설치되었다. 조각보프로젝트에 동원된 폐현수막은 모두 1톤 차량으로 25대 분량. 현수막 2만5천장이 동원됐다. 이것들은 80만개의 작은 조각을 나누었고, 바느질로 1004개의 조각보를 만들었다. 80만의 통합 청주시민 모두가 천사가 되어 멋지고 아름다운 세상을 펼친다는 메시지가 담겨있다.

이렇게 우리는 2년 동안 준비해 온 아름다운 공예이야기의 문을 열게 되었다. 고정관념과 형식을 파괴하고 거칠고 야성적인 공간 곳곳에서 춤과 노래와 퍼포먼스를 통해 문화의 숲, 예술의 바다로 가는 길을 만들었다. 환상 속에서 밝은 세상이 보이고, 환상 속에서 따뜻한 바람이 불며, 환상 속에서 올바른 세상이 보인다는 넬라판타지 노래처럼, 그날 우리 모두는 자유로운 영혼이었다. 불 꺼진 담배공장에 문화의 불을 켜고, 세상 사람들이 이곳에서 아름다운 꿈을 빚으며 열매 맺는 멋진 신세계를 열수 있다는 희망을 가졌다.

그리고 우리는 보았다. 전시장을 향해 자박자작 걸어가는 발걸음에, 세계 60개국 최고의 아티스트들 작품을 보는 환환 미소 속에 핀 백만 송이의 꽃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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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