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변광섭

청주시문화재단 문화예술부장

청주는 어떤 도시일까. 600년의 역사문화와 최첨단 도시의 갖가지 요소를 갖고 있는 서울, 문화예술과 생태와 문명이 조화로운 뉴욕, 고전과 현대가 공존하는 팜므파탈 같은 도시 파리, 그리고 도도한 콧대를 자랑하는 런던….이처럼 세상의 도시들은 각기 차별화된 특성과 문화적 속살을 반영한 대표적인 이미지를 간직하고 있다. 그리고 대표 이미지는 그 도시의 브랜드가 되고 랜드마크가 되며 새로운 미래가치를 여는 마법의 문이기도 한다.

그렇다면 청주는 어떤 도시일까. 이 지역 사람들에게 청주는 생활터전이자 마음을 붙이고 살아가는 고향일 것이고, 외지 사람들에게는 도청소재지이자 양반도시로 기억될 것이다. 아니, 청주에 대한 강렬한 인상도 없고, 청주만의 브랜드를 찾을 수 없는 뻣뻣한 도시가 아닐까. 그동안 청주를 직지의 도시, 문화의 도시, 교육의 도시라며 핏대를 세우기도 했지만 실상 청주라는 도시 속에는 직지도, 문화도, 교육도 없는 그저 그런 도시라는 지적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욱 슬프고 아프다. 청주는 1300년의 역사를 간직한 뼈대있는 고장이고 국토의 중심이다. 인류 문명의 위대한 신기원을 이룬 직지를 만든 도시이며 교육과 행정의 허브였으며 창의와 협치를 이끌어 낸 창조도시였다. 무엇보다도 굴곡진 역사의 마디마디에서 좌절하지 않고 의연하게 대한민국을 일으켜 세웠다. 독립운동가와 애국자와 민주화운동가와 학자와 예술가들이 얼마나 많이 배출되었던가. 여기에 평야와 물길과 산맥을 벗 삼아 맑고 향기롭게 살아온 사람들이 있었으니 청주는 분명 축복의 땅, 희망의 땅이다.

청주와 청원이 통합되고 세종시가 본격적으로 출범하면서 청주는 이제 진정한 대한민국의 중심으로 변모할 수 있게 되었다. 행정도시로 가는 관문이자 대한민국의 문화와 예술과 미래를 여는 '오직 하나뿐'인 도시가 된 것이다. 나는 이를 두고 '대한민국 문화관문 청주'라는 표현을 쓰고 싶다. 대한민국 문화관문 청주는 그냥 만들어지지 않는다.

정부와 지자체와 시민사회가 머리를 맞대고 똘똘 뭉쳐서 한국인만의 문화가치를 심어야 한다. 한브랜드가 물결치며 세상 사람들의 마음을 훔칠 수 있는 그런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 도시환경, 역사, 문화예술, 관광과 생태, 그리고 시민들의 삶에 이르기까지 자연스럽게 한스타일로 물들게 해야 하는 것이다.

우선 오송역, 청주공항, 고속도로 IC 등 청주의 주요 관문과 도로, 공원, 건축물 등에 한국의 미가 아름답게 펼쳐져야 한다. 한국의 문화가치를 담은 디자인으로 새롭게 단장하고 자연환경과 문명의 가치가 조화를 이룰 수 있어야 한다.

또한 1300년의 역사가 살아 숨쉬는 공간으로 새롭게 선보이면 좋겠다. 청주읍성과 남석교를 복원하고 고인쇄박물관 일원을 대한민국 인쇄출판문화의 보고로 만들며 상당산성 등 역사적인 공간을 특화하면 어떨까. 이와함께 국립현대미술관을 브랜드화 하고, 국립공예박물관과 국립디지털도서관 등 정부의 핵심 문화시설을 유치하며, 한국인의 춤사위를 선보일 수 있는 공연장을 만드는 등 도시 전체가 박물관·미술관·공연장의 숲이 되어 사계절 문화예술로 알곡진 도시, 세계적인 문화쇼핑의 장으로 멋진 신세계를 만들면 좋겠다. 그리고 초정약수, 미원, 대청호 등 주요 공간마다 대자연의 신비를 간직한 세계적인 테마파크를 만들고 스토리텔링으로 차별화하며 계절별로 색과 맛과 멋이 살아 숨쉬는 국제규모의 전시와 공연, 축제프로그램이 이어져야 한다. 대통령 선거가 코앞이니 이참에 '대한민국 문화관문 청주'를 정책공약으로 내밀면 좋겠다.

가을빛이 눈부시다. 가물가물 피어오르는 추억을 노래하는 것도 좋겠지만 부끄럽지 않은 미래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청주를 위해서가 아니라 대한민국을 위해서,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모두를 위해서, 오늘을 위해서가 아니라 내일을 위해서, 변명과 시기와 질투가 아니라 하나됨을 위해서 지금 우리 모두 아름다운 돋움, 힘찬 질주를 시작하면 어떨까.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배너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윤현우 충북도체육회장, "재정 자율화 최우선 과제"

[충북일보] 윤현우 충북도체육회장은 "도체육회의 자립을 위해서는 재정자율화가 최우선 과제"라고 밝혔다. 윤 회장은 9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3년 간 민선 초대 도체육회장을 지내며 느낀 가장 시급한 일로 '재정자율화'를 꼽았다. "지난 2019년 민선 체육회장시대가 열렸음에도 그동안에는 각 사업마다 충북지사나 충북도에 예산 배정을 사정해야하는 상황이 이어져왔다"는 것이 윤 회장은 설명이다. 윤 회장이 '재정자율화'를 주창하는 이유는 충북지역 각 경기선수단의 경기력 하락을 우려해서다. 도체육회가 자체적으로 중장기 사업을 계획하고 예산을 집행할 수 없다보니 단순 행사성 예산만 도의 지원을 받아 운영되고 있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선수단을 새로 창단한다거나 유망선수 육성을 위한 인프라 마련 등은 요원할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달 울산에서 열린 103회 전국체육대회에서 충북은 종합순위 6위를 목표로 했지만 대구에게 자리를 내주며 7위에 그쳤다. 이같은 배경에는 체육회의 예산차이와 선수풀의 부족 등이 주요했다는 것이 윤 회장의 시각이다. 현재 충북도체육회에 한 해에 지원되는 예산은 110억 원으로, 올해 초 기준 전국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