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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5.06.11 13:23:44
  • 최종수정2015.06.11 13:23:44

변광섭

동아시아문화도시 사무국장

생각해보니 한국인만큼 문자문화에 높은 관심을 갖고 있는 민족도 없는 것 같다. 한글날이 국경일로 지정되고, 국립한글박물관이 문을 열었으며, 국립 세계문자박물관을 짓기 위한 공모사업까지 들어갔으니 말이다. 훈민정음과 직지 등 11개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이 있다. 전국에는 교과서, 딱지본, 잡지, 시집, 소설집 등 오래된 책을 애지중지 모으는 사람이 얼마나 많던가. 곳곳에 문학관이 있고, 북카페가 성업 중이며, 디지털도서관까지 융성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청주가 단연 으뜸이다.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금속활자본 직지를 인쇄한 고장이며 세종대왕이 초정약수에 행궁을 짓고 두 차례에 걸쳐 121일간 요양하며 한글창제를 마무리하는 등 조선의 르네상스를 펼친 것 또한 엄연한 사실이다. 세종대왕은 이곳에서 노인들을 초청해 양로연을 베풀고, 박연에게는 편경을 만들게 하였으며, 청주향교에 책을 하사하고, 우리나라 최초로 국민투표를 통해 조세법을 개정키로 한 뒤 시범 도입하는 등 다양한 정책을 펼쳤다.

조선의 베스트셀러 명심보감을 청주에서 인쇄했고, 청주향교를 비롯한 수많은 교육기관에서는 책읽는 소리가 멈추지 않았다. 인근 괴산 출신의 조선후기 시인 김득신은 자신의 서재를 억만재로 지을 정도로 독서광이었다. 이쯤되면 청주가 교육도시, 문자문화도시라는 애칭이 허튼소리는 아닐 것이다.

최근에 세종대왕과 초정약수축제 일환으로 열린 동아시아 문자세미나에서도 이같은 청주시민의 열정을 만날 수 있었다. 학술회의라는 전문성과 경직성 때문에 관객유치가 골칫거리였는데 도시 한복판도 아닌 시골에서 행사장을 가득 메운 진풍경이 연출됐다. 모내기에 바쁜 일손을 멈추고 달려온 구릿빛 촌로들과 아낙네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이들은 행사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뜨지 않았는데 그 모습이 놀라울 뿐이었다.

이날 기조발제를 한 송기중 전 서울대 교수는 "문자는 인간이 축적해 온 지식과 지혜를 보존하고 전수하는 수단"이라며 "한글·한자·가나문자 등의 나라별 문자를 다양한 문화와 연결시킬 수 있는 환경을 만들되 한중일 삼국이 함께 문자문화를 공유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문자공동체를 만들자"고 했다. 그러면서 초정약수는 세종대왕이 조선의 르네상스를 펼쳤던 곳이기 때문에 이곳에 세계 문자박물관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송재국 청주대학교 교수는 한글에 천지인(天地人) 3재가 내재돼 있으며 동양철학, 특히 주역의 사상과 과학, 그리고 생명의 가치를 함축하고 있다고 했다. 기호론적 우주를 품고 있다는 것이다. 한글이 위대한 것도, 한국인이 세계 최고의 창조적 역량을 발휘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는 것이다. 드라마, 노래 등 한류가 지구촌을 뒤흔들고 있는데 결코 우연한 것이 아니다.

얼마 전에는 이어령 명예위원장의 제안으로 충북도와 청주시가 문자교육을 특화하고 전문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청주대학교와 협약을 체결했다. 세계의 문자를 탐구하고 아카이브화 하며 글로벌 콘텐츠로 특화시킬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자는 것이다. 지자체와 교육기관이 손잡고 이러한 도전을 시도한다는 것 또한 청주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 아닐까.

문자가 문화로 이어지고, 예술로 꽃이 피며, 삶으로 융성하는 세상을 꿈꾼다. 청주가 문자문화의 성지로, 문자교육의 메카로, 디지로그 아카이브의 산실이 되면 좋겠다. 문자는 꿈을 담고 세상과 소통하는 그릇이며, 내 삶의 이야기를 편집하는 에디톨로지다. 아픔을 딛고 다시 일어서게 하는 가장 순수한 샘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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