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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광섭

청주시문화재단 문화예술부장

청원군 미원면의 달천천 일원에는 숨어있는 비경이 많다. 이름하여 옥화9경이라고 부르는데 청석굴을 시작으로 용소, 천경대, 옥화대, 금봉, 금관숲, 가마소뿔, 신선봉, 박대소로 이어지는 비경은 자연과 세월이 만들어낸 아름다움 그 자체다.

이 중 운암리 하천에 하늘 높이 솟은 장대한 바위가 있는데 사람들은 옥화1경 청석굴이라고 부른다. 구석기 시대의 유물이 발견되었다니 유목민의 혈을 느낄 수 있으며, 동굴 안에서 용이 승천했다는 전설도 간직하고 있다. 또 옥화2경인 용소는 수심이 깊고 맑기가 구슬 같으며 용이 살았다는 전설로 유명하다. 용이 하늘로 오르려 하는데 지나던 여인이 그 모습을 보게 되고, 용은 영험에 부정이 타서 다시 이무기가 되었다는 것이다.

이처럼 시골에는 용에 대한 신화와 전설로 가득하다. 뱀이 이무기가 되려면 몇 백 년, 다시 용이 되려면 몇 백 년이 걸리지만 실상 뱀은 그 수명이 몇 십 년에 불과하지 않던가. 그런데도 용과 관련된 이야기가 많은 것은 하늘에 대한 염원을 담은 인간의 곡진함 때문이고, 새로운 세상에 대한 도전과 경외의 마음 때문일 것이다.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는 어느 조종사의 독백으로 시작한다. 그는 어렸을 때 코끼리를 삼킨 거대한 보아뱀을 그려 어른들에게 보여주었는데, 어른들은 그 그림을 보아뱀으로 보지 않고 모자로만 보았다. 그래서 화가의 꿈을 접고 조종사가 되었으며 별이 빛나는 하늘을 사랑하고 사막에 불시착해서 겪는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알퐁스 도데의 '별'을 펼쳐보자. 목동이 스테파네 아가씨에게 별들의 결혼에 대해 설명을 하는데, 아가씨는 목동에 기대어 잠이 들었다. 목동은 이렇게 노래한다. "나는 그녀의 자는 얼굴을 자꾸만 들여다보았습니다. 내 마음 깊은 곳에서는 희미한 동요가 있었지만, 언제나 아름다운 생각만을 하도록 해주는 밤의 깨끗하고 신성한 빛이 나를 보호해 주었습니다. 우리 주위에 별들은 커다란 양떼처럼 조용한 행진을 계속합니다. 가끔 그 별들 중에 가장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별이 길을 잃고 내 어깨에 기대어 잠을 자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목동에게 별은 꿈의 공간이자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하는 자유로운 영혼이었으며 불멸의 향기로 남을 아름다운 사랑이 아니었던가.

하늘을 향한 인간의 꿈과 도전은 이처럼 신화와 전설로, 제례의식으로, 문학세계로 표현되고 있다. 더 나아가 천문대를 만들고 해시계와 자격루를 만들어 하늘의 이야기를 생활속에 물들게 하려 했으며, 현대에 와서는 우주과학의 끝없는 개발과 도전을 통해 달나라 탐사와 인공위성 발사 같은 신기원을 이루고 있다. 한국도 최근 2전3기만에 우주발사체 나로호를 우주궤도에 올려놓았다. 실패 속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우주시대를 향한 집념을 불태운 과학자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렇다. 누구나 별을 보며 꿈을 노래하고 소망을 담으며 새로운 미래에 대한 도전의 온도를 높인다. 그것이 하늘을 날거나 하늘을 향한 새로운 도전이 아닐지라도 자신만의 꿈의 높이를 키우고 일구기 위한 도전을 멈추려 하지 않는다. 인간이기에,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 요즘들어 많은 사람들이 소중하고 아름다운 꿈을 쉽게 포기하려 한다. 취직이 안돼서 힘들어 하고, 전문성이 부족하다며 주저앉고, 경쟁에 밀려서 고통스러워 하며, 각다분한 세상이 싫다며 등지려 한다.

쉬운 사랑이 있다면 그것은 사랑이 아니다. 고단한 노정을 이겨내지 않고 어찌 좋은 결실을 기대하는가. 이제 나만의 재능이 무엇인지 따져보고 숨은 잠재력을 깨우면 좋겠다. 조급해하지 말고 가능성을 찾아내는 지혜, 그리고 이것을 꽃피우고 알곡진 열매로 영글게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나 혼자 하자는 게 아니다. 서로가 서로를 배려하고 보듬으며, 격려하고 기억하는 가슴 따뜻한 사회를 함께 만들어 나가자는 것이다. 그리하여 모든 사람들이 내일을 향해 질주하고 포효하며 멋진 춤사위를 펼치면 좋겠다. 포기해도 좋은 인생은 그 어디에도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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