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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6.09.01 15:11:24
  • 최종수정2016.09.01 15:11:36

변광섭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창조경제팀장

도시의 골목길은 남루하다. 사람의 발길은 뜸하고 햇살조차 궁핍하며 어둠이 일찍 밀려온다. 전봇대 등불은 희미하고 담장너머 꽃들이 사위어 가며 노인의 구릿빛 목젖이 지난날의 아픔을 노래하니 찬바람이 어깨를 스치기만 해도 마음이 쓸쓸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하나 둘 짐을 쌌다. 편하고 안락한 아파트로 새로운 둥지를 마련하거나 더 큰 집을 찾아 떠났다. 누구는 지긋지긋한 가난에서 벗어나겠다며 야반도주했다는 풍문이 온 동네를 떠돌기도 했다.

사람의 일은 이처럼 정처없고 가볍다. 여기가 내 삶의 최전선이라며 신발끈 단단히 묶고 꿈을 담금질하지 않았던가. 그래서 피와 땀과 눈물을 허락했고 때로는 가슴 시리고 아픈 사랑도 했다. 모든 것을 이루고 보니 남루했던 이곳이 헛헛할 뿐이다. 그래서 하나 둘 떠나고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악동들의 소꿉장난도 여인들의 우물가도 노인들의 느티나무 정자 풍경도 더 이상 만날 수 없다.

신비롭게도 사람들이 떠난 골목길 풍경은 세월이 지날수록 무르익고 있었다. 공간은 역사를 낳고 사랑을 낳는다고 했던가. 남루한 그곳에 세월의 잔상과 대지의 신비와 공간의 내밀함이 그대로 살아 있었다. 사람들 가슴속에서 잊혀져 가고 사라져 갈 때도 골목길 풍경은 저마다의 추억을 소중하게 간직하며 조금씩 익어가고 있었다.

'청주야행, 밤드리 노니다가' 페스티벌을 핑계로 청주의 골목길을 어슬렁거렸을 때의 감동을 어떤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까치발만 뜨면 골목길의 풍경과 추억이 온 몸으로 밀려오고 수십만에 달하는 내 안의 세포가 하나씩 요동치기 시작하는데, 노래라도 부르고 싶고 춤을 추거나 시를 읊지 않으면 안될 것 같았다. 주인 없는 어둠의 마당에 앉아 차라도 한 잔 하며 별밤지기가 되고 싶었다.

그렇다. 중앙공원과 서운동, 탑대성동, 우암동, 내덕동으로 이어지는 청주의 골목길은 낮고 느리다. 1천500년 청주의 살아있는 역사다. 일제와 근대의 아픔과 고단했던 삶을 간직하고 있다. 일신여고 안팎의 청주양관, 서운동의 한옥골목과 서운동성당, 성안길의 수많은 문화유산, 도청의 근대유산, 우리예능원과 옛 도지사관사와 청주향교, 수동 성공회성당, 수암골의 골목길과 내덕동 담배공장은 우리네의 삶과 문화의 보고(寶庫)다.

청주야행에서는 이들 공간 중 일부 구간을 탐방하며 그 속살을 엿보고 다양한 예술행위로 가슴 벅차게 했다. 공간의 가치를 춤과 노래와 퍼포먼스와 미디어아트 등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것이 이벤트라 할지라도, 일회성이라고 핀잔할지라도 우리곁의 소중한 것들을 찾아 자박자박 밤길 걸은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이렇게 시작했으니 이곳을 '그림자 여행지'로 만들어야겠다. 삶의 향기, 여백의 미가 가득한 여행지 말이다.

수동성공회성당을 오르는 계단이 크게 훼손됐다. '피정의 계단'으로 예쁘고 단정하게 정돈되면 좋겠다. 피정이란 묵상·성찰·기도 등 수련을 하는 것이니 그 계단을 하나씩 오르며 욕망과 거짓과 위선으로부터 자유로운 시간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청주향교로 가는 길은 '인문천문의 길'이다. 세종대왕이 이곳에 책을 9권 하사했고 그 이후 수많은 학자를 배출했으며 정신수양과 인성함양이 이루어졌다. 골목길도 아담하고 그윽하니 문학, 미술, 음악 등 예술인들의 보금자리가 되면 어떨까. 일신여고 안팎에 있는 양관을 근대유산 에듀파크로 가꾸면 좋다.

서운동, 수동, 내덕동 골목길에는 50년 전후의 한옥이 수백 채 있다. 구닥다리 옛 집이라며 허물거나 방치한 곳도 있지만 정원과 장독대와 한옥의 처마가 멋스러운 곳도 많다. '마당깊은 집'을 만들어 보자. 지역의 건축가, 공예인, 사진작가 등 아티스트들이 그 곳에서 꿈을 빚고 문화적 공동체를 만들며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자. 맑고 향기로운 청주, 민족정신과 문화적 심미성으로 가득한 곳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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