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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5.03.19 13:46:28
  • 최종수정2025.03.19 13:46:27

강대식

충북문인협회 회장·충북사진대전 초대작가

춘분을 이틀 앞둔 3월 하순으로 치닫는 계절에 폭설이 내렸다. 일년 중 밤과 낮의 길이가 같다는 춘분(春分)은 봄이라고 할 수 있는 계절이다. 농촌에서는 농사 준비에 한창 바쁜 시기이기도 하다. 이미 구례 화엄사의 화엄매와 들매(野梅)가 피었고, 순천 선암사 선암매와 백양사 고불매도 꽃망울을 터트렸다. 이들 매화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 봄은 이렇게 아지랑이를 몰며 내려오는데 자연의 이치를 거스리며 한겨울과 같은 폭설을 쏟아붓는 것을 보면 예전에 우리가 알고 있던 계절이 아님을 알게 된다. 자연의 순환 모터가 고장이 나 버린 것 같다. 뚜렷했던 춘하추동은 옛이야기가 되었다. 극히 짧은 봄과 가을이 생겼고, 긴 겨울과 여름이 등장했다. 계절의 변화가 빨라지게 되면 우리는 변화하는 계절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끌려가게 될 것이다. 춘하추동이 선명했기에 계절에 맞추어 농사를 지었는데 우리나라도 이미 아열대 기후에 노출되어 식물의 재배 범위가 심각하게 바뀌고 있다. 사과의 주 생산지가 경북에서 강원도로 북상하였고, 기후변화가 멈추지 않으면 한반도에서 사과재배가 어려워질 것이다. 그 시기도 이제 30년 정도 남았다고 하니 망고나 바나나와 같은 아열대 과일이 사과나 복숭아와 같은 과일을 대체할지 모른다.

무엇 하나 똑바른 길을 가는 것이 없다. 세계 최강국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멋대로 휘두르는 거대한 방망이에 세계 경제가 휘청거리며 흔들리고 있다. 우방도 없고 적도 없다. 오직 있는 것이라고는 자국(自國)의 이익이다. 어제의 동맹은 자국의 이익 앞에 초라한 몰골로 나 뒹군다. 그가 행하는 것을 보면 내일이라는 단어는 안중에도 없는 듯하다. 비록 어제의 적이라 해도 서로 이익을 가져다준다면 기꺼이 손을 맞잡고, 피를 나눈 혈맹(血盟)이었다 해도 자기 나라에 이익이 되지 않으면 초라하게 걸친 옷까지 벗겨 가져갈 태세다. 지구촌에서 강대국이 저지르고 있는 피비린내 나는 전쟁에 총성 없는 전쟁 하나를 더했다. 어쩌면 무역 전쟁은 무기를 동원하여 저지르는 전쟁보다 더 심각하게 약소국가를 곤경에 몰아넣을 것이다. 세계는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자국의 이익을 위한 필사의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결국 강대국만이 살아남는 양육강식의 세상이 도래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암울하고 살기 위하여 세계가 발버둥 치고 있는 이때 우리나라는 민심이 두 개로 갈라져 극도의 대립으로 치닫고 있다. 민주당의 대선 패배와 총선에서의 압승은 전국을 5대5라는 공식으로 갈라버렸다.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의 압승으로 국회를 장악하게 되었고, 행정부 수장인 대통령은 야당이 차지한 국회의 예산 삭감과 탄핵 남발로 표류하다 무모하기 짝이 없는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모두 이성을 잃은 것처럼 보인다. 정치적으로 혼돈된 세계에서 정치인들은 교묘하게 국민을 이용하여 거리로 나서게 했으며, 아직도 대통령 탄핵 찬성과 반대를 외치는 양분된 국민들이 도심의 한복판에서 상반된 함성을 외치고 있다. 정치인은 이런 국민들을 하나로 모으고 분열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단합하여 머리를 맞대도 헤쳐나가기 어려운 현 세계의 냉혹한 현실은 뒤로 제쳐두고, 나라가 망하든 말든 자신들이 정권만 잡으며 된다는 생각에 빠져있는 것처럼 보인다. 망해버린 국가의 정권을 잡으면 무슨 득이 있겠는가. 수없이 자신들은 국민을 위하고, 국민의 명령이라는 수식어를 앞에 달고 떠들어 대지만 진정 자신들이 행하는 현재의 모습이 양심을 걸고 국민을 위한 길이라고 감히 장담할 수 있겠는지 묻고 싶다.

아무리 냉혹한 추위가 닥쳐도 결국 봄은 온다. 국제적인 큰 파고와 나라의 국운이 흔들리는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책임있는 정치인들이 개인의 사적 이익을 벗어 던지고 국가와 국민을 위해 결자해지(結者解之)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다. 그래야만 국가도 살고 국민도 산다. 어렵게 부흥시킨 대한민국을 살리는 길은 각자의 위치에서 양심을 걸고, 오직 국민 하나만을 바라보고, 책임감을 가지고 결단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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