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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2.02.23 11:03:26
  • 최종수정2022.02.23 11:03:26
충북 보은이 낳은 천재 시인 오장환 선생을 만나러 다녀왔다. 오장환 선생은 일제 강점기 단 한 편의 친일시도 쓰지 않았던 지조 있는 시인이자 비운의 역사 속에서도 항상 어머니와 고향을 그리워하고 조국의 현실을 가슴 아파했다.

피반령 고개 정상에서 마주한 겨울 하늘은 서른넷의 젊은 나이에 안타깝게 병사한 시인의 숨결처럼 시리도록 파랗다.

오장환 시인은 1918년 충북 보은군 회인면 중앙리 140번지에서 태어나 회인공립보통학교에 입학해 3학년 때까지 다니다가 1927년 경기도 안성군 읍내면 서리로 이사를 하면서 안성공립보통학교로 전학 해 졸업했다. 이곳에서 청록파 시인인 박두진과 같은 학년으로 동문수학했다.
1937년 8월 풍림사에서 간행된 그의 첫 시집 '성벽' 발행으로 오장환은 서정주, 이용악과 함께 '시단의 세 천재'로 화려한 주목을 받았다.

해방 이후 이념적 갈등에 매몰된 시대 상황을 사실적으로 쓴 그의 세 번째 시집 '병든서울'을 발간하고 1946년 2월 임화, 김남천과 함께 '조선문학가동맹'에 가입했다. 이듬해 월북 했으나 '남로당' 계열의 인사들과 가깝다는 이유로 주요 감시 대상 인물로 분류돼 활동에 제약을 받았다고 하니 북쪽에서도 시인의 삶은 순탄하지 않았던 것 같다.

1948년 12월 지병인 신장병 치료를 위해 모스크바로 떠났다가 귀국 후 소련 기행 시집인 '붉은 기'를 마지막으로 전쟁 중인 1951년 세상을 떠났다.

이후 40여 년간 잊힌 시인으로 남았으나 1988년 납·월북 작가의 해금 조치가 이뤄지면서 시인의 문학세계에 대한 평가와 자료들이 속속 발표됐다. 2006년 10월 월북 시인으로는 처음으로 문학관과 함께 생가를 충청북도 보은군 회인면 회인로에 개관, 복원했다.

보은군 회인면 시내 '오장환문학관' 안내판의 화살표를 쫓다 보면 좁은 골목길 양쪽 담벼락에 시인의 동시 작품인 '종이비행기', '가는 비' '부엉이' '해바라기' 등을 그려놓은 벽화가 먼저 방문객을 반긴다. 하지만 아쉽게도 시인이 살았던 생가터에 남은 흔적은 그리 많지 않다.
초가지붕에 사랑채, 안방, 부엌이 일렬로 연결되어있는 단출한 구성으로 방안은 조그만 탁자와 함께 등잔불, 화로, 옛 시집들 몇 권 그리고 벽에 걸려 있는 시인의 사진이 전부다.

마당 오른쪽에 나무 절구통, 쌓아놓은 장작, 장독대 그리고 우물이 있고. 뒤란으로 섬돌과 뒷마루를 두어 옛 정취를 고스란히 재현해 놓았다.
생가 사립문을 나서면 문학관 앞으로 오장환 시인의 대표적인 시 '나의 노래'란 시비가 세워져 있다. '나의 노래'는 두 번째 시집 '헌사'에 실려있는 시로 일제강점기 수많은 방해와 압박 속에서도 시인의 양심을 지키며 조국을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 동포들에게 희망을 잃지 말자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다.

문학관은 단층 건물로 전시실과 영상실, 문학 사랑방, 그리고 세미나실로 구성된다. 문학관에 들어서면 밀랍 인형으로 제작된 오장환 시인이 생가를 배경으로 의자에 앉아있는 포토존이 있다. 영상을 원하는 방문객은 안내데스크에 요청하면 된다. 10분 이내의 영상은 천재 시인으로 인정을 받게 되는 과정과 지병인 신장병 치료를 위해 입원했던 병원에서 어머니와 고향을 그리워하는 시인의 인간적인 모습을 담고 있다.
오장환 문학관 전시실에서는 시인이 살다간 발자취를 보여주는 연보를 시작으로 1930년대부터 해방을 거쳐 분단으로 이어지는 우리 역사의 격동기에 가장 왕성한 작품 활동을 한 시인의 대표 시집이 전시돼있다.

그리고 길거리에 버려진 조개껍질을 귀에 대고도 바다와 파도 소리를 듣는 아름다운 환상과 직관의 시인인 오장환 문학의 재발견, 시인의 문학 친구들인 박두진, 이중섭, 정지용, 이육사, 서정주, 김광균과 얽힌 자료들을 볼 수 있다.
시 강좌, 시 토론, 세미나, 문학동아리 활동 등이 진행되는 열린 문학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는 문학 사랑방도 마련돼있고, 시인과 관련된 기념품과 도서도 판매하고 있다.

'오장환 문학관'은 많은 문인과 관람객들이 찾는 문화적 공간으로 아담하고 소박하지만 문학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시인의 숨결을 가득 담아 놓은 곳이다.

/ 충북도SNS서포터즈 최재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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