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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북도공식블로그 - 괴산 문광저수지 은행나무길 산책

  • 웹출고시간2023.11.22 17:45:41
  • 최종수정2023.11.22 21:22:01
떨어진 은행잎을 바라보면 만감이 교차하는 길이다. 북쪽인 서울에도 은행나무에 물이 들기 시작했는데, 주말에 찾은 문광저수지 은행나무길은 반 이상 떨어졌다.

스마트 폰도 없었고, 디카도 없던 시절. 이곳을 안 지 이십 년 정도 된 것 같은데 그때나 지금이나 분위기가 참 좋다. 옛날 앨범을 찾아보면 필름 카메라로 찍은 모습을 찾을 수 있다. 추억 남기기 참 좋은 풍경이다.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깊은 노란색은 편안함과 마음의 안정을 주는 것 같다. 길을 찾은 가족들이 좋아 보이고, 사진 찍는 연인들은 사이가 좋아 보인다. 그 옛날 필자와 같은 포즈로 사진을 찍는 모습이 그렇게 흐뭇할 수 없다.

지구가 태양 주변을 돌면서 계절이 바뀌고, 시간은 흘러가지만, 어쩌면 그 시간이 돌고 도는것인 것 같다. 작년, 재작년도 이곳에 왔는데 그때 그 사람들이 시간 맞춰 다시 온 듯 낮설지 않다. 심지어 그들의 대화도 작년과 그 이전과 비슷한 것도 같다. 북쪽보다 이곳이 더 춥지 않을 텐데 올해는 이곳이 더 빨리 은행잎이 떨어진다. 그래서 더 아쉽다.

영동 영국사의 멋진 은행나무가 스타 배우라면 이곳은 명품조연들이 만든 영화 같아 더 친근하고 정겹다.
이 숲길을 만든 사람은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었는지 몰라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큰 행복을 안겨줄지 몰랐을 것 같다. 그분께 감사하다.

올 한해도 참 많은 일들이 있었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살았다. 봄에는 꽃도 참 예뻤고, 여름은 참 덥고 습했는데, 언제 그랬었는지 잘 생각나지 않는다.

문광저수지 은행나무길은 노란색 망각의 길인 것 같다. 은행잎이 떨어지면 생각은 지워지고 그 빈자리에 다른 생각이 채워지는 길이다.

매번 내년에는 조금 더 일찍 찾아와야지 하면서도 매번 때를 놓치는 게 참 신기하다. 내년에는 부모님 모시고 와야지 했는데 그 약속을 또 못 지키고 넘어간다. 여기에 눈이 와서 쌓이기 시작하면 이 멋진 길도 잊혀질지 모르겠다.
내년에는 이른 봄에 와서 이 노란 잎들의 자손들이 예쁜 초록색이었을 때를 보고 싶다. 한여름 그 초록색 무성한 그늘에 앉아 시원한 커피 한 잔 해야겠다. 그리고, 가을에는 조금 더 일찍 와서 너무 깊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은행나무를 꼭 볼 것이다. 이렇게 마음먹었다.

한 시간 남짓 은행잎을 밟았는데 많은 생각들이 지워지고, 다시 채워졌다. 역시 오길 잘했다. 떨어진 은행잎이라도 밟지 않으면 아주 섭섭했을 것 같다.

괴산 문광저수지 은행나무길을 찾을 때 알면 좋은 정보를 공유한다.
네비게이션 주소는 '문광저수지' 혹은 '괴산군 소금랜드' 혹은 '충북 괴산군 문광면 양곡리 16' 로 입력하면 된다. 주차는 반드시 지정된 주차장에, 입구가 많이 혼잡하다. 찾아가는 길이 인도가 없는 지방도다. 서행하는 농기계나 전동휠체어를 조심해야 한다. 화장실과 작은 장터가 있어서 먹거리나 음료를 구할 수 있다. 낮보다는 아침이나 해지기 전이 더 예쁘다. 저수지 둘레를 한바퀴 걷는데 한 시간 이상 걸린다. (사진 찍는 시간 포함)
따듯한 차나 도시락을 가져가 먹는 것을 추천한다. 조용히 시간을 즐기기 좋다. 은행잎은 90% 이상 떨어져 있지만 길 자체가 짙은 황금색으로 덮여 있다.

반려동물과 함께 갈 수 있지만, 반드시 목줄과 배변 봉투를 지참해야 한다. 주변 사과밭에서 함부로 사과를 따면 안된다. (입구에서 판매한다.)

/ 충북도SNS서포터즈 한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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