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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재

수필가·사회교육강사

 올 추석은 '여름한가위'라는 말이 실감날 정도로 일렀다. 대추가 붉어지려면 가을 햇볕을 더 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풋사과처럼 푸른색 대추를 차례(茶禮)상에 올려야만 했다. 시골길 도로변에는 코스모스가 한들한들 거리지만 가을느낌을 느끼기에는 이른 추석이 지나갔다. 추석날은 날씨가 너무 쾌청하여 파란 하늘에 그림을 그리는 뭉게구름이 너무 아름답게 보였다. 고향 성묘 길에도 가을 정취를 느끼기에는 이른 계절임을 알 수 있었다.

 벌초를 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인지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성묘객도 예년보다 줄어들었다. 밤송이는 아직 알밤을 숨겨놓고 입을 벌리지 않고 있어서 성묘 길에 알밤 줍는 재미도 느낄 수 없었다. 태풍 '링링'이 지나갔지만 큰 피해가 없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 시절에 보았던 추석민속놀이는 거의 사라져가고 있는 것 같다. 추석 다음 날 초등학교 마당에서는 가을 운동회가 열려서 지역의 축제장으로 정겨운 풍경을 즐겼었는데 이제는 볼 수 없다는 아쉬움도 컸다.

 필자가 다녔던 초등학교는 폐교가 되었지만 건물 일부와 대학찰옥수수권역사업장으로 숙박과 야영장으로 활용되고 있어 동문 어울림 마당으로 사용 할 수 있다는 것만도 다행이라 생각된다. 올해로 33회를 맞이하는 동문체육과 화합하는 행사가 열렸다. 모교에 첫 발령을 받아 가르쳤던 제자들이 행사를 주관하여 개회식부터 참석하였다. 반세기가 되어 만난 제자는 반가움에 눈물을 보였다. 손을 잡고 놓을 줄을 모른다. 당시 6학년 담임을 초청하여 꽃다발과 선물도 안겨주었다. 경향각지에 살면서 원근을 불문하고 달려와서 "친구야! 반갑다"라는 인사를 나누고 어린 시절로 돌아가 하루해가 짧다며 정을 주고받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시골학교 동문회 치고는 프로그램이 다양했다. 식전 행사로 농악놀이 한마당이 축제분위기를 돋구었다. 수준 있는 난타공연도 돋보였고, 12회 졸업생이 국악단체를 이끌고 있어 우리소리 한 자락에 어깨춤이 절로 들썩였다. 배구, 족구, 2인3각, 바구니 터트리기, 줄다리기, 노래자랑, 경품추첨 등으로 승부보다는 선후배의 화합에 웃음이 떠날 줄 모른다. 점심시간이 지나자 참여 동문가족의 기념 촬영을 하여 행사 책자에 실리고 있다. 하늘에는 드론을 띄워 동영상을 촬영하는 등 풍성하고 짜임새 있는 행사준비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필자와 함께 공부한 시골학교 2회 졸업생들은 십여 명이 매년 참석하는데 올해는 한명이 병환 중이라 불참하여 아홉 명이 모였다. 횡성에서 참여한 여자동창이 노래자랑에서 대상을 수상하여 저녁을 내면서 흐뭇해하였다. 가난했던 어린 시절 함께 공부했던 동창생을 만나면 70대 중반을 달리는 나이에도 어린 시절처럼 흉허물이 없이 대한다. 서로 마음이 통하고 편하기 때문이란 생각이 들었다. 동창생들 중에는 유명(幽明)을 달리한 친구들도 과반을 치고 올라오고 있고, 졸업 후에 한 번도 나타나지 않는 무정한 친구도 꽤 많이 있다. 한두 번 나왔다가 안 나오는 친구도 있다. 그러나 마음만은 모교에 와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동문들이 일 년에 한자리에 모여 동창과 선후배를 만나 소식을 주고받는 행사는 얼마나 소중한 자리인가? 행사 후에도 사진과 동영상을 동문카페와 밴드에 올려 소통하고 있어 좋다.

 태어나서 어린 시절에 공부하던 고향은 우리들의 뿌리라고 생각한다. 뿌리 깊은 나무는 튼튼한 목재로 자랄 수 있듯이 고향은 삶의 근원이고 뿌리이다. 자연환경과 풍토의 영향을 받고 자란 곳이기 때문에 부모님에게 효를 다하듯이 고향을 잊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 사람의 도리라고 생각한다. 추석명절에 만나는 동문가족의 행사 덕분으로 행복했고 가슴 뿌듯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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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