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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1.03.08 17:12:04
  • 최종수정2021.03.08 17:12:04

이찬재

수필가·사회교육강사

옛날에 한 노인이 민들레란 소녀와 단 둘이서 살았다. 노인은 칠십이 넘어서 허리가 활 같이 구부러졌지만 아직도 기력이 정정하여 들로 다니면서 일을 하였다. 그래서 두 식구는 먹을 양식을 걱정하지 않고 지낼 수 있었다. 손녀딸은 나이가 열일곱 살로 꽃봉오리처럼 피어오르는 처녀가 되어 욕심을 내지 않는 이가 하나도 없었다고 한다. 욕심을 내는 사람 중에는 '덕'이라고 부르는 떠꺼머리총각은 노인의 손녀딸을 아내로 삼고 싶어서 열렬히 사모하고 있었다. '덕'이는 나무를 하러 산으로 가다가 운이 좋아서 민들레와 마주치면 몸 가눌 바를 모르고 나무 지게를 쓸데없이 두드리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러나 '덕'이는 민들레의 생각으로 병이 날 지경이었다. '덕'이는 이렇듯 그리움 속에 애틋하게 원하던 민들레와 생각지도 않게 한집에 살게 되는 행운을 갖게 되었다. 노인의 집은 냇물과 가깝기 때문에 조금만 비가와도 집으로 물이 들어왔다. 그런데 오랫동안 장마로 온통 물바다가 되어서 노인의 집이 떠내려 갈 지경이 되었다. 그대서 '덕'이는 노인에게 자기 집으로 피난을 오라고 권고하였다. 노인은 아무 말 없이 손녀딸을 데리고 '덕'이네 집으로 피난을 갔다. 민들레와 한집에서 살게 되자 '덕이'는 그토록 그리워하던 민들레를 자기 품에 안고 넘어서는 안 될 선을 넘고 말았다. 이제 둘 사이는 남남이 아니었다. '덕'이는 사람이 성실하고 근면하여 혼례식을 치루 지는 않았지만 노인을 모시고 민들레와 함께 살았다. 그러나 양식은 언제나 넉넉하여 남부럽지 않게 살았다. 그런데 꿀 같은 생활을 하고 있을 즈음, 나라에서 처녀를 뽑아 간다고 마을을 샅샅이 뒤지기 시작하였다. 얼굴이 반반한 처녀를 무조건 잡아 가는데 민들레 아가씨도 뽑혀가게 되었다. 군졸들이 그녀를 데리고 가려고 하자 덕이 와 노인이 길길이 뛰었지만 소용이 없었다. 민들레는 가지 않으려고 발버둥을 쳤다. 마침내 그녀는 가슴에 품었던 푸른 비수(匕首)를 꺼내서 스스로 자기 목숨을 끊어 죽고 말았다. 그녀가 자결을 하자 그 곳에서 난데없는 꽃 한 송이가 피어났는데 사람들은 사랑을 못 다하고 죽은 민들레의 넋이 꽃으로 되어 피었다고 민들레꽃이라고 불렀다는 박영준의'한국의 전설'이라는 책에 애틋한 사연이 담긴 이야기가 경주지방에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일편단심 민들레라는 말은 한 남자를 위해 사랑을 변치 않는 한 조각의 붉은 마음이란 뜻이다. 즉 한결같은 참된 정성(精誠)으로 변(變)치 않는 마음을 오로지 한 곳으로 향하여 진정(眞情)에서 우러나오는 지조와 절개를 목숨처럼 생각하는 숭고함을 표현한 고사 성어(故事成語)이다. 이러한 깊은 뜻이 있어 드라마나 노래가사에도'일편담심 민들레'가 등장하는가 보다. 전통유교 사회에서는 목숨과 맞바꾸는 지조와 절개의 덕목이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거의 사라져가고 있음을 볼 때 인간의 인륜도덕이 무너졌다는 한탄의 목소리도 힘을 잃어가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도덕적 규범이나 규정 또는 약속을 헌신짝처럼 내팽개치고도 부끄러움도 전혀 없이 뻔뻔하게 욕망을 앞세워 합리화를 주장하며 목적을 쟁취하려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전통사회에서는 부모가 맺어준 배우자와 혼인을 하여 백년해로를 하는 반면에 수년 동안 연애를 하고 선택한 배우자와 헤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가정법원에 이혼을 전담하는 판사와 변호사가 있을 정도라면 신뢰로 살아가는 사회라 할 수 없는 것이 아닌가? 인간이 살아가는 사회의 중요한 가치는 물질적인 가치보다 믿음으로 살아가는 일편단심의 정신적인 가치가 중요시 되는 사회가 마음의 행복을 누리며 살아가는 천국(天國)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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