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이찬재

수필가·사회교육강사

봄이 우리 곁에 왔음을 실감하는 꽃들이 서로 앞 다투며 산과 들을 물들이고 있다. 진달래가 수줍어 반겨주던 산책길! 호숫가 도로 절벽을 물들인 노란 개나리 군락을 바라보면 저절로 탄성을 지르게 된다. 벚나무의 불그스레한 꽃망울이 터져 화사한 희망의 봄을 알리는 전령(傳令)이 되고 있다. 매년 봄나들이 축제였던 벚꽃축제는 코로나로 올해도 열리지 못해 아쉽다. 청순함의 상징인 백목련이 흐드러지게 피었고, 연두색 잎이 싱그러운 버드나무, 야산에 자리한 복숭아꽃과 산 벚나무도 꽃망울을 터트려 수채화를 보는 듯하다. 농부들의 일손이 바삐 움직이는 생동감이 보이기 시작한 계절이다. 시간이 나면 아내와 함께 찾아가는 문경새재 관문 흙길을 걷기로 했다. 수옥(漱玉)폭포를 아래로 하고 조령산휴양림 입구 근처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약간 오르막길을 걸었다. 긴 잠에서 깨어난 개구리들은 얼음 녹은 연못가로 나와서 작은 음악회를 열고 있었다. 골짜기 눈 녹은 물이 나무 홈통을 타고 흘러내려 겨우내 멈추었던 물레방아를 돌리는 모습은 여유(餘裕)를 누리는 삶을 살라는 가르침인 듯하다. 3관문을 넘기 전까지는 충북 땅인데, 예전에는 문경 땅은 산책 겸 등산로가 잘 다듬어져 있었지만, 최근에 충북도에서 등산로에 좋은 흙을 깔고 길을 정비하여 이제는 문경 쪽 보다 더 잘 만들어 놓았다며 칭찬이 자자하다. 한겨울에도 화장실 난방을 하여 등산객을 감동케 하였고 휴양림 입구에 먼지를 털 수 있게 공기샤워기를 설치하여 너무 편리하다. 잘 다듬어진 등산로는 휴지 한 장 보이지 않았고 편안하게 걸을 수 있어 자연의 고마움을 느끼며 건강을 다지는 좋은 장소이다. 오르막이라 쉬어 갈 수 있는 야외용 탁자시설이 두 곳이나 있고 옛 선비들이 이 길을 지나며 지은 한시도 원문과 번역문을 게시하여 과거 길의 흥취를 느끼게 하였다. 고개에 올라서니 석조 선비 상이 보였다. 팔각정 정자와 잘 다듬어진 정원엔 백두대간 조형물도 눈길을 끈다. 고갯마루에 쌓은 성벽의 중심엔 3관문이 우뚝 자리 잡고 있다. 관문을 통과하니 영남의 골바람이 시원하게 불어 왔다. 이제 부터는 완만한 내리막길이어서 편안한 마음으로 걸을 수 있어 좋다. 좌측에 있는 주막에서 노래가 흘러나왔다. 흙길이 촉촉하여 맨발로 걷고 싶은 충동을 느꼈지만 기온이 차서 맨발걷기는 아내가 말렸다. 곳곳에 쉬어갈 수 있게 원두막을 만들어 놓아 좋았다. 옛 선비들이 과거보러 가면서 목을 축이던 주막이 눈길을 끌었다. 아늑한 곳에 위치한'동화원'주막에 들어섰다. 파전에 동동주를 시켜놓고 구석에 자리 잡았다. 산속 주막에서 동동주 한잔에 파전을 먹는 운치는 선비체험을 하는 기분이었다. 라면도 맛있게 끓인다하여 시켜서 점심을 때우니 별미였다. 조금 걷다보니 흙길 양 옆으로 봄눈이 녹아 흐르는 물소리가 발장단을 맞춰주었다. 숲속의 흙길을 걸으며 졸졸졸 물소리를 들으며 걸을 수 있는 힐링 하는 장소가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있을까· 새재 아리랑을 들을 수 있는 곳에서 잠시 쉬었다. 중간 중간에 좁은 옛 과거길이 있어 걸어 보았다. 영남의 선비들이 한양을 가는 길이었던 하늘재가 있었는데 새로 지금의 관문 길을 만들어 새로 만든 재라고'새재'라 이름 붙였는데 일제 강점기에 한자 이름으로 바꾸다보니 새 조(鳥)자와 고개 령(嶺)자를 넣어 조령(새재)이 되었다고 한다. 일제의 수탈(收奪)흔적이 소나무에 남아있다. 서로 다른 나무가 얼싸안고 있는 모습을 보며'나무도 사랑을 하는 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옹달샘에서 시원한 지하수 한잔으로 목을 축이고 되돌아오며 자연의 고마움을 마음속 깊이 느꼈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배너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