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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3.05.22 17:34:19
  • 최종수정2023.05.22 17:34:19

이찬재

충주향교 전교·시조시인

한국의 정서가 담긴 우리만 가지고 있는 것들이 하나 둘씩 사라지고 있어 안타깝다. 아름다운 한옥이나 한복은 명절 때나 찾고 입어보며, 전래놀이도 하나 둘 사라지고 있다. 전통문화의 맥을 이어가는 조선시대의 공립학교인 향교에 몸담고 있으니 더욱 심각함을 느끼고 있다. 조상이 남긴 유형(有形)또는 무형(無形)의 문화유산은 잘 보존하여 대대로 후손에게 물려주어야 한다. 문화유산에는 조상의 얼이 담겨있기 때문에 고유의 정신이 담긴 전통의 맥을 이어가야만 후손된 도리라고 생각한다. 얼굴은 한국인인데 우리 고유어나 한자어를 버리고 영어에 묻혀 살아가는 느낌을 받는다. 거리의 간판은 영어권 나라로 착각을 하게 한다. 표기는 한글로 하지만 그 뜻은 우리 것이 아니다. 아파트 이름도 영어투성이고 너무 길어서 연세 드신 부모님이 못 찾아오게 만들었다는 우수갯소리도 들린다. 우리가 사용하는 대부분의 용어나 낱말들은 한자어 인데 한글로만 표기하니 혼동을 일으킨다. 의학, 법률, 교육, 건축, 토목 등의 전문용어는 대부분 한자어인데 한글전용정책으로 기초 300자 정도의 한자도 가르치지 않고 있어서 고유문화의 맥이 단절되어 가고 있다. 한글의 우수성은 세계적으로 입증이 되었고 과학성도 인정을 받고 있다. 그러나 한자문화권 속에서 수 천 년의 세월이 흘러온 우리의 언어를 소리글자인 한글로만 올바르게 전할 수는 없다. 동음이의(同音異義)어가 너무 많은데다가 한글로는 그 의미를 이해하기가 난해한 낱말이 너무 많기 때문에 한자어를 병행하여 사용해야 하는데 우리 어문정책은 이를 무시하며 편의 위주로 가고 있어 안타깝다. 우리나라 중학생의 문자해독력이 OECD국가 중 최하위라 하는데 이는 한자어를 한글로만 표기하니까 문장을 읽기는 해도 그 뜻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한글전용을 주장한 학자들이 한자어인 비행기(飛行機)를 '날틀'이라 하고, 이화여자대학을 '배꽃 계집 큰 학교'라 하자는 주장이 있었으나 지금까지 사용하는 사람은 한명도 없지 않은가? 그리고 한자어를 잘못 사용하고 있는데 고쳐지지 않고 있는 것도 있다. 손아래 누이 매(妹)인데 누나의 남편을 매형(妹兄)이라고 잘 못쓰고 있는데 손 위 누이 자(姉)를 써서 자형(姉兄)이라 해야 맞다. 며느리들끼리 호칭할 때도 '동서'라고 부르는데 이는 남자들이 같은 집사위라는 뜻으로 동서(同壻)라 하는 것이지 여자는 시집 시(媤)자를 써서 동시(同媤)라 불러야 어법에 맞는 것이다. 옛 노인들은 동시발음이 부르기가 어색하여 '동세'라고 불렀던 것이다. 연속극에서도 남자처럼 며느리들이 '동서'라는 호칭을 쓰고 있으니 같은 집사위라고 부르는 꼴불견이 아닌가? 썰매를 고유어인줄 아는데 한자어 설마(雪馬)가 썰매가 되었고, 성냥도 석유황(石硫黃)에서 변한말이고, 서랍도 혀를 내민 합처럼 보인다고 설합(舌盒)이라 했고, 배추도 백채(白菜)에서온 한자어 이고, 바다에 떠서 덮치는 까마귀를 잡아먹는 물고기를 한자어로 오적어(烏賊魚)라 하는데 오징어가 되었다. 이들 모두가 음편(音便)현상으로 변음이 된 것이다. 옛 것을 익히어 새것을 안다는 뜻인 온고지신(溫故知新)을 해야지 우리 것을 모두 버리고 새것만 취하는 마음가짐은 버려야 한다. 아름답고 정겨운 고유어나 조상들이 생활 속에서 만들었기 때문에 생활풍습까지 짐작할 수 있는 한자어를 병기(倂記)하여 사용하면 언어생활이 품격이 높아질 것이다. 아이들은 틈 만나면 핸드폰으로 게임을 하는데 건전한 전통놀이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면 건강하게 인성이 형성될 것이다. 대자연 속에서 맑고 깨끗한 공기를 호흡하면서 자연의 이치와 법칙을 배우는 교육이 심리적이나 정신적으로 강건한 인성을 갖춘 아이로 키우는 길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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