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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재

수필가·사회교육강사

지난달에 막내 이모님께서 팔순고개를 넘으셨다. 외가의 어머니형제자매는 칠남매 이셨는데 지금은 이모님 두 분만 생존에 계신다. 오월이 되면 지난해 작고하신 어머님 생각이 떠오른다.

어머님이 돌아가셨을 때 청주 사시는 이모님께서 조문(弔問)오셔서 영정 앞에서 통곡을 하시던 모습이 가슴 찡하게 느껴졌던 일이 생각난다. 학생시절 여름방학에 외가를 방문하여 추억을 쌓고 돌아왔던 기억들이 생생하다. 노은에 사셨던 막내 이모님 댁을 방문했을 때 꿈과 희망을 불어넣어 주셨던 이모님이 충주에 사시면서 더욱 가까워졌다.

이모님은 아들만 셋을 두셨는데 살아온 역경이 남다르시고 잘사는 살림은 아니었지만 항상 베푸는 삶을 살아오신 분이다. 피붙이인 일가친척은 물론 이웃사람들과 정을 나누며 살아오셔서 주변에 항상 가까이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위로는 언니 오빠와 막내 동생을 항상 보살피며, 시댁식구는 물론 친정 식구들까지 관심을 가지고 나누며 살아오신 분이시다. 친정 조카·이질까지도 도와주시려는 마음은 아마도 깊은 불심(佛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언니 두 분에겐 보약을 자주 지어드리고 용돈도 드리며 남다른 우애로 살아오신 분이다. 그래서 인지 자녀들도 잘 키워서 큰 아들은 서울대 경영학과를 나와 미국에서 사업을 하고 있고, 둘째 아들은 부부공무원이 되어 충북도청에 사무관으로 근무하고 있으며, 막내아들은 서울대를 나와 국가공무원으로 근무하고 아내는 고교 교사이다. 세 아들이 졸업한 충주고등학교에 장학금 1천만 원을 선뜻 내놓아 주위의 칭찬을 받으셨다. 용산동에서 구멍가게를 운영하시며 세 아들을 키우고 학교를 보내셨다. 아들 셋 도시락을 들고 학교를 왕복하시며 반듯하게 키우신 '작은 거인'이란 소리를 들으신 분이다.

어머니께서 살아계실 때 이모님과 함께 식사대접을 가끔 하였다.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 6·25전쟁이 발발하여 학교를 중단하신 후로 배움의 열정은 있었으나 학업을 할 수 없어 틈틈이 책을 가까이 하시며 살아오셨다. 하루는 어머님을 시골집에 모셔다 드리고 이모님 댁으로 가는데 좋은 글을 읽고 가끔 시를 쓰고 싶어서 쪽지에 적어보신다고 하셨다. "이모님! 2년 후면 팔순이 되시는데 틈틈이 시도 쓰시고 살아오신 일들을 적어놓으세요." 그래서 팔순문집을 만들어 보라고 하였다.

팔순을 두 달 앞두고 공책과 쪽지에 적어놓으신 원고 보따리를 나에게 보여주셨다. 사진첩이나 액자의 사진을 핸드폰에 담아 와서 편집을 시작하였다. 맞춤법이나 띄워 쓰기 제목붙이기 등을 하며 가족(행사)사진, 시(詩), 살아온 이야기, 가족축하 글, 주민 센터에서 무늬 색칠하기, 서예사진 등을 엮어 한 달 만에 편집을 마쳤다. 청주 사는 둘째 아들이 도청근처 출판사에 맡겨 팔순기념문집을 만들어 냈다. 표지 사진은 제주여행 때'섭지 코지'에서 찍은 아름다운 노을 사진으로 했고 책 제목도 '아름다운 노을'이라 했다.

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이모님과 수시로 통화를 하며 이모님의 목소리에 생기(生氣)가 솟아남을 느꼈다. 팔순 문집을 만들면서 삶의 보람을 느끼신다는 생각을 했는데 서울에 사는 막내아들도 어머니 목소리가 활기가 있다고 했다. 미국 사는 큰손녀는 영어로 축하 글을 보내왔고 아들 삼형제 며느리, 대학생과 고등학생손녀 손자들의 생생한 축하 글은 더 없는 선물이 되었을 것이다. 코로나로 온가족과 일가친척이 한자리에 모이지 못한 아쉬움이 크지만 이모님께서는 지인들을 만나 식사를 하며 기념문집을 선물하신다. '아름다운 노을'처럼 활짝 웃으시는 모습이 너무 행복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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