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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재

수필가·사회교육강사

대선의 바람이 지방선거에도 불었다. 4년 전에는 파란 바람이 서편에서 불어오더니 이번에는 빨강 바람이 동편에서 불었다.

바람이란 기압의 변화에 따른 공기의 이동으로 기류가 흐르는 것을 말한다. 바람은 자연현상이지만 인간에게 끼치는 영향은 너무 큰 것 같다.

봄철에 솔솔 불어오는 꽃샘바람에도 예쁜 꽃은 피고 나뭇잎이 흔들리는 남실바람에 이어 여름이 시작할 무렵엔 훈풍에 보리가 익어간다. 들에서 불어오는 들바람이라 하고, 남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마파람이라 하고, 북쪽에서 불어오는 추운 바람은 막새바람이라 한다. 서로 마주 불어오는 바람을 맞바람이라 하고, 명주처럼 보드랍고 화창한 바람은 명주바람이라 한다. 들뜬 행동을 하려는 낌새나 기세를 보고 바람기가 있다고 하고, 큰 바람이 일어나려 할 때 먼 산에 낀 뽀얀 기운을 바람꽃이라 한다. 무더운 여름날 땀을 씻어주는 시원한 산들바람! 기둥을 만들어 올라가는 회오리바람을 용수바람이라 한다.

바람의 세기에 따라 이름이 붙여지는데 약풍, 강풍, 태풍이 불어오는 늦여름에는 나무가 쓰러지고 지붕이 날아가는 크나큰 피해를 남기며 육지에 이르러 소멸된다. 선들선들 부는 바람을 선들바람이라 하고, 첫가을에 부는 시원한 바람을 서늘바람이라 하며 가을에 부는 선선한 바람을 갈바람 이라 한다. 오곡과 과일이 익도록 불어주는 가을바람이 햇볕과 함께 결실의 기쁨으로 이어진다. 좁은 문이나 문틈으로 들어오는 바람을 문바람이라 하고, 살을 에는 듯 몹시 찬바람을 매운 고추바람이라 한다. 눈보라를 일으키며 살을 에는 눈바람을 칼바람이라 하여 옷깃을 여미게 한다.

봄철 양강지풍(襄江之風)으로 관동지역의 산불의 피해가 너무 커서 고생을 하지만, 바람을 이용한 풍력발전으로 전력생산을 하는 이로움도 있다. 각종 운동경기에 사용하는 공과 자동차 튜브 등도 바람을 넣어 이용하고 있다.

갑자기 생긴 저기압이 주변으로 한꺼번에 모여든 공기가 나선 모양으로 돌면서 일어나는 바람을 돌개바람이라 한다. 나이가 들어서 뒤늦게 시작하는 방탕한 행동을 보고 늦바람이 났다고 한다. 약속을 지키지 않아 허탕을 치는 경우에도 바람 맞았다고 하고, 뇌일혈로 신체의 일부가 마비되는 중풍(中風)에 걸리면 바람맞았다고 한다. 민심의 흐름에 따라 한쪽으로 분위기를 몰아가는 선거의 표심을 바람이 불었다고 한다.

고전에도 바람과 관련된 이야기가 나온다. 당나라 왕발(王勃)에 얽힌 고사에 "좋은 때를 만나면 등왕각에 갈 수 있고(時來風送·王閣)라는 시구(詩句)에 바람이 나온다. 왕발이 어느 날 꿈에 '망당산' 산신령의 현몽을 받고 순풍 속에 배를 저어 하룻밤에 칠백 리 나 떨어진 남창에 도달하여 가장 어린 나이임에도 등왕각 시서(詩序)문을 세워 그의 명성을 천하에 알렸다는 이야기이다.

또 하나는 북방을 평정한 조조는 천하 통일 대업을 이룩하고자 형주와 강동으로 진격했을 때 형주의 유종은 조조 대군에게 겁을 먹고 투항했다. 다급해진 유비는 남쪽으로 도망쳐 손권과 연합해 적벽 부근에서 각각 진을 친다. 연합군의 황개는 조조군의 함선이 하나로 묶여 있다는 점을 파악하고 조조에게 거짓 투항한 뒤 조조의 함대에 불을 질렀다. 이로써 조조군의 함대는 순식간에 바람의 방향이 바뀌어 남동풍이 불어와 불길에 휩싸여 연합군에 대패해 바람이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

자연현상인 바람이 도와주어 왕발처럼 명성을 얻기도 하지만 유비의 연합군은 남동풍이 불어 적벽대전에서 승리를 안겨주기도 했다. 이런 현상을 두고 하늘이 도왔다고 한다. 바람은 산불이나 태풍을 일으켜 수많은 재해를 남기도 하지만 착한 사람을 도와서 명예와 승리를 안겨 주기도 한다는 것을 역사가 증명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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