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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재

수필가·사회교육강사

충주 출신으로 한자교육운동을 20여 년 이끌어 오다가 결실을 보지 못하고 3년 전에 세상을 떠나신 진태하 박사가 창간해 매달 발행해오고 있는 월간 '한글+漢字문화'가 지식인의 교양지로 인정받고 있다.

이번 달 11월호가 268호니까 22년 3개월이 된 셈이다. 이 잡지는 (사)전국한자교육추진총연합회에 애독신청을 하면 추진위원이 되며 연회비 5만 원만 내면 월간지를 매달 받아볼 수 있다. 한자문화권속에서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지식교양지로 한글전용으로 빚어진 문제점을 짚어보고 한자교육에 대한 의식의 확대와 한자교육에 관련된 뜻있는 분들의 교류의 장이 되고 있다.

지난 9월호에 실린 추성(秋聲)이란 제목의 한시(漢詩) 한 수를 읽고 큰 감동을 받았다. 이 한시를 쓰신 분은 교직에서 은퇴하고 거창(居昌)향교에서 16년 동안 한문 강사로 활동하고 계시는 박성근(朴聖根·88세)선생님이시다.

7언 율시(律詩)를 소개하면 "방야추성홀이경(方夜秋聲忽耳驚) 밤이 되니 가을 소리 문득 귀를 놀라게 하고, 소소일기태허청(蕭蕭一氣太虛淸) 쓸쓸한 기운이 하늘을 맑게 하네, 불현불관선간수(不絃不管宣間樹) 현악기도 관악기도 아닌 것이 나무 사이에서 베풀어지고, 위우위풍뢰상성(爲雨爲風籟上城) 비도 바람도 아닌 것이 성위에서 소리 들리네, 습로충제처부절(濕露蟲啼凄復切) 이슬에 젖은 벌레소리 처량하다가 다시 애절하고, 천운안읍단환생(穿雲雁泣斷還生) 구름 뚫은 기러기 소리 끊어졌다가 다시 살아나네, 흡수고열신양자(吸收苦熱新凉者) 고열(苦熱)을 흡수한 초가을의 서늘한 기운은, 해이도심별유정(解弛陶心別有情) 답답한 마음 풀어주니 특별한 정이 있어라."

참으로 가을의 정취를 느끼게 하는 좋은 한시여서 소개했다. 이 분은 초등학교 교사로 시작해 장학사, 장학관, 교육장까지 지내셨다고 한다. 미수(米壽)라고 하는 88세의 연세이신데도 건강을 유지하시면서 향교에서 한문경전(經典) 강의를 하신다니 대단하신 분이라 생각한다.

가을이 깊어가는 계절인데 누구나 계절의 변화를 보고 쓸쓸한 마음을 달래며 시를 읊거나 독서를 하며 노랗고 붉게 물든 단풍을 바라보며 아름다운 추억여행을 하며 가을의 소리를 들었을 것이다.

한시(漢詩)는 뜻글자인 한자로 지은 시(詩)이기 때문에 시를 읊으며 느끼는 맛이 깊이가 있고 상상력에 날개를 달고 정감을 느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한자 문화권에서 살아오신 어른들은 자연 속에 살면서 풍류(風流)를 즐기며 살았다고 생각한다. 한글전용으로 한자를 배우지 않고 자라는 젊은 세대들은 이런 마음속 깊은 곳에서 일어나는 흥취와 감흥(感興)을 맛보지 못하며 산다는 것이 한편으로 안타깝기도 하다. 옛 선비들은 누각(樓閣)에 모여앉아 벗들과 시가(詩歌)를 서로 주고받는 수창(酬唱)시를 즐겼으니 마치 신선처럼 우아하고 멋있게 살아온 우리 조상들이 자랑스럽다.

이러한 전통문화가 계승되지 못하고 한문세대가 세상을 떠나게 되면 맥이 끊어 질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 너무 안타깝다. 우리문화를 우리가 보전하고 가르쳐야지 그 누가 지켜주겠는가? 간편하고 흥미만 쫒아가는 신세대들의 문화는 그 뿌리가 어디인지 궁금하기만 하다. 민족 고유의 역사와 문화를 교육을 통해 후손들에게 전해야 하는 의무는 기성세대에게 있다고 본다. 세계인들이 한류(韓流)에 열광하는 것은 그 만큼 인간의 본성(本性)을 지키며 뿌리 깊게 전통을 이어왔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전통문화를 이어가려면 조상이 만들어 사용해 온 한자를 버려서는 안 된다.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의 2/3가 한자어(漢字語)로 되어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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