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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재

수필가·사회교육강사

올 추석은 설렘도, 반가움도, 풍성함도 반감(半減)된 명절이었다. 가장 큰 원인은 일상생활 패턴을 헝클여놓은 코로나라는 미증유(未曾有)의 호흡기 역병(疫病)을 꼽을 수 있겠다. 마스크를 쓰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며 만남을 제한하는 예방책으로 일상을 제약받다보니 웃고 즐기는 명절이 아니라 우울한 명절이 되고 말았다. 50여일의 최장(最長)장마와 태풍까지 세 차례 할퀴고 지나간 들녘에는 모든 작물의 수확이 줄었다고 농민들의 한 숨 소리만 들려오니 풍요로운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이러한 모든 것은 자연재해로 일상의 삶을 더욱 힘들게 하였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재난지원이 있었지만 이재민의 삶은 좀처럼 회복기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하늘만 원망할 수도 없고 자연재해의 원인 중에는 문명의 발전에서 오는 편리함을 추구하는 인간들에게 거대한 자연이 미세먼지에 이어 질병과 풍수해로 보복을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하나뿐인 지구는 자손만대로 후손들이 행복하게 살아가야 할 터전이고 자연환경이 아닌가· 늘어나기만 하는 에너지사용량은 지구온난화로 자연은 중병에 걸려 있는 것 같다. 지구는 이미 자정(自淨)능력을 잃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문명의 발전이 조금 더디더라도 자연을 살려야 한다는 당위성이 있는 것이다. 예전의 농경사회는 지금처럼 잘 살지는 못했지만 더 행복감을 느끼며 살았다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민족 고유 명절이 닥아 오면 햇곡식을 수확하여 정성들여 송편을 빚고 음식을 만들어 조상님들에게 정성을 다하여 차례(茶禮)를 올리고 성묘(省墓)를 하고 농악대를 앞세워 온 동네사람들이 화합하여 흥겹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결실의 기쁨을 맛보았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우리 고유의 전통 민속놀이와 풍습은 거의 사라져가고 있다. 우리가 우리 것의 소중함을 모르고 편리함만 추구하며 민족의 뿌리인 전통문화를 이어가지 못하는 현실이 너무 안타깝기만 하다. 요즘 아이들은 어떠한가? 태어나면서부터 부모의 자기용을 타고 다니며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며 심신의 정서(情緖)가 핍박(逼迫)해져 가고, 눈도 나빠지고 체격은 커도 체력은 떨어지는 아이들로 키우는 것이 안타깝기 까지 하다. 부모나 학교에서는 자연을 찾아 호연지기(浩然之氣)를 길러 주기 보다는 학원을 몇 개씩 보내어 자식만은 일등으로 키우려고 경쟁심만 키우며 부모의 욕심을 채우려하는 것은 아닌지 한번 쯤 생각해 볼일이다. 36년간 일제의 압박에서 벗어나 정부수립의 혼란 속에 동족상잔의 한국전쟁으로 잿더미가 된 50년대 찢어지게 가난했던 시절을 겪으면서도 조상의 유산인 고유민속명절은 지켜왔는데 말이다. 그 시절의 기록사진을 보면 열차와 버스에 짐짝처럼 몸을 싣고 고향을 찾아가는 귀성객의 모습은 자신의 뿌리인 조상을 숭배하고 고향을 아끼는 애향심을 엿볼 수 있었다. 이번 명절도 고향보다는 캠핑장이나 명승지를 찾아가는 인파가 많았던 것 같다. 코로나 방역의 입장에서 보면 모든 국민이 명절에 이동을 자제하고 가정에서 보냈으면 좋겠지만, 호흡기로 전염이 되는 코로나는 밀폐된 공간인 노래방, PC방, 식당, 나이트클럽, 예배 장소 등에서 비말(飛沫)이나 손에 묻어서 전염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이런 장소를 피하고 조심하면 될 것 같다. 한편으로 마스크 착용이 일상화 된 국민의 건강을 생각하여 연휴기간에 자연휴양림, 삼림욕장, 계곡의 산림이 울창한 캠핑장 등을 찾아 청정한 공기를 마음껏 호흡하며 자연치유를 하도록 하여 건강에 도움을 주는 것은 도리어 권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가족도 한가위 날은 온 가족이 모두 모여 명절음식을 먹으며 구름 속에서 가끔 얼굴을 내미는 한가위 보름달을 구경하였다. 명절 다음 날 평소 주말과 연휴가 되면 캠핑을 자주 다닌 딸네 가족과 강원도 법흥리 계곡에 자리한 캠핑장으로 2박 3일 떠난다며 엄마와 아빠는 개천절 날 놀러오라고 하였다. 아침부터 아이들이 부족한 식품을 사오라며 문자가 날아왔다. 아내는 소풍가는 아이들처럼 들뜬 마음으로 푸줏간에 가서 맛있는 고기를 사고, 마트에 가서 식품과 술 음료를 사서 트렁크에 싣고 제천을 지나 주천면을 거쳐 처음가보는 무릉도원(武陵桃源)면에서 법흥사를 가는 계곡의 야영장을 찾아갔다. 초가을의 정취를 느끼며 짧은 하루지만 코로나 일상에서 벗어나 자연 속에서 손자들과 캠핑을 즐기고 돌아오니 심신이 건강해 지고 상쾌한 기분이 들었다. 봄에도 한차례 캠핑을 다녀온 터라 저녁에는 모닥불을 피워놓고 군밤과 군고구마를 먹으며 초롱초롱한 별밤에 이야기꽃을 피우며 가족 간에 정을 나누고 화합하는 분위기는 오랫동안 가슴속에 추억으로 남아있을 것 같다. 틀에 박힌 생활을 하는 직장인들에겐 황금연휴가 호연지기를 기르고 건강을 챙기며 심신을 정화하는 좋은 기회라는 생각을 하면서 밤늦게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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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