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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재

수필가·사회교육강사

어느 대기업 건물 앞에 있는 정원의 벤치에 앉아 한 중년 여인이 어린 남자아이를 데리고 성난 표정으로 아이를 훈계하고 있었답니다. 마침 근처에서는 한 노인분이 정원의 나무를 손질하고 있었는데, 그 여인이 핸드백에서 화장지를 꺼내더니 손을 닦고는 노인이 일하는 쪽으로 휙 던졌습니다. 노인은 황당한 표정으로 여인이 있는 쪽을 돌아보았지만, 여인은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심드렁하게 노인을 쳐다봤습니다. 노인은 아무 말 없이 화장지를 주워 쓰레기 바구니에 집어넣었습니다. 잠시 후에 여인은 아이의 코를 훔친 화장지를 또 던졌고, 노인은 역시 묵묵히 화장지를 주워 쓰레기통에 버렸습니다. 노인이 관목 손질용 가위를 집어 드는 순간 세 번째 화장지가 또다시 그의 눈앞에 툭 떨어졌습니다. 여인의 무례한 행동이 반복되는 동안 노인은 언짢은 기색을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때 여인이 아이에게 나무를 손질하는 노인을 가리키며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너 잘 봤지? 어릴 적에 열심히 공부하지 않으면 저 할아버지처럼 미래가 암울해!""평생 저렇게 천한 일을 하며 고단하게 살게 돼!"

그 말을 들은 노인은 손에 잡은 가위를 내려놓고 그들이 있는 쪽으로 다가왔습니다. "부인! 이곳은 회사 소유의 정원이라 직원들만 들어 올 수 있습니다.""그거야 당연하죠, 전 이 회사 소속 계열사의 부장이에요." "산하 부서에서 일한다구요!"그녀는 목에 잔뜩 힘을 준 채 거만하게 신분증을 흔들어 보였습니다. 그러자 그 노인은 "휴대전화 좀 빌려 주시겠소·" 노인이 그 여자에게 부탁하자, 여인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노인에게 휴대전화를 건네주었습니다. 그 여자는 이때다 싶어서 아들에게 한 마디 더 덧붙였습니다. "저렇게 나이가 들었는데도 휴대전화 하나 없이 궁색하게 사는 꼴 좀 봐라!""저렇게 안 되려면 열심히 공부해야해, 알았지·"휴대전화를 건네받은 노인은 통화를 끝낸 후, '고맙다'며 휴대전화를 여자에게 돌려주었습니다. 그런데 잠시 후, 한 남자가 급하게 달려와 노인 앞에 예의를 갖추어 인사를 하였습니다. 노인은 그 남자에게 말했습니다. "저 여자를 당장 회사에서 해고시키게..." "알겠습니다! 지시하신대로 처리 하겠습니다"

말을 마친 노인은 아이 쪽으로 걸어가 머리를 쓰다듬으며 의미심장하게 이렇게 속삭였습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타인을 존중하는 마음이란다."짧은 한 마디만 남기고 그는 유유히 사라졌습니다. 여인은 눈앞에 벌어진 뜻밖의 상황에 너무도 놀랐습니다. 달려온 남자는 그룹에서 인사를 담당하는 임원이자 그녀와도 잘 아는 사이였다. 여인은 이상하다는 듯 물었습니다. "어째서 당신은 저 정원사에게 그렇게 깍듯이 대하는 거죠?" "무슨 소리야! 정원사라니? 저 분은 우리그룹의 회장님이셔!""뭐라고요? 회장님!"여인은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벤치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겉모습만 보고 판단한 한순간의 실수로 평생직장을 날려버린 것입니다. 사람을 대할 때 겉모습만보면 안됩니다. 지위나 신분이 높은 분에게는 아부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아무렇게나 대하면 안 된다는 좋은 예화입니다. 특히 자녀 앞에서 엄마로서 취한 행동은 자녀를 망치는 언행을 하고 말았습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타인을 존중하는 것은 자기 자신을 존중하는 것이라는 것을 배우지 못한 어머니라고 생각합니다. 자녀 교육은 오만한 말이 아니라 모법적인 언행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것을 코로나로 답답했던 오월을 보내며 되새겨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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