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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재

수필가·사회교육강사

 옛날에 음식을 훔쳐 먹는데 도(道)가 튼 쥐가 있었다고 합니다. 늙은 쥐는 차츰 눈도 침침해지고 귀는 소리도 잘 들리지 않아 더 이상 제 힘으로는 무엇을 훔쳐 먹을 수가 없게 되었답니다. 그때 젊은 쥐들이 찾아와 늙은 쥐의 훔치는 기술을 배워 그 기술로 훔친 음식물을 나눠 늙은 쥐를 먹여 살렸다고 합니다.

 꽤 많은 세월이 지나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젊은 쥐들이 말했습니다. "이제는 저 늙은 도사(道士) 쥐는 기술도 바닥이 나서 우리에게 더 가르쳐 줄 것이 없다."라고 하면서 그 뒤로 다시는 음식을 나눠 주지 않았다고 합니다. 늙은 쥐는 몹시 분했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얼마 동안을 그렇게 지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때 마을에 사는 한 여인이 맛있는 음식을 장만해서 솥 속에 넣은 다음 무거운 돌로 뚜껑을 눌러 놓고 밖으로 나갔습니다. 그러나 젊은 쥐들은 그 음식을 훔쳐 먹고 싶어도 훔치는 방법이 없었습니다. 그때 한 쥐가 말했습니다. 늙은 쥐에게 물어보는 것이 좋겠다. 모두가 "그게 좋겠다."하고는 함께 가서 묘안이 없겠느냐고 물었습니다. 늙은 쥐는 화를 발끈 내면서 말했습니다. "너희들이 나에게서 기술을 배워서 항상 배불리 먹고살면서도 지금까지 나를 본체만체했으니 괘씸해서라도 말해 줄 수 없다." 이 말을 들은 쥐들은 잘못했다고 사죄하고 간청했습니다. "저희들이 죽을죄(罪)를 지었습니다. 지나간 일은 어쩔 수 없지만 앞으로는 따를 수 있습니다(往者不諫 來者可追)하니 원(願) 컨데 그 방법을 가르쳐 주십시오." 늙은 쥐는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일러주마. 솥은 발이 세 개 있다. 그 중 하나가 얹혀 있는 곳 땅을 모두 힘을 합쳐 파내어라. 몇 치 파내려가지 않아 솥은 자연히 그 쪽으로 기울어질 것이고 그러면 솥뚜껑은 저절로 벗겨질 것이다." 쥐들이 달려가서 파내려가자 과연 늙은 쥐의 말대로 되었습니다. 역시 경험이 많은 늙은 쥐의 지혜가 돋보였습니다. 쥐들은 배불리 먹고 돌아오면서도 남은 음식을 가져다가 늙은 쥐를 대접했습니다. 그 뒤로부터 젊은 쥐들은 늙은 쥐를 무시하지 않고 잘 받들었다는 이야기가 조선중기의 학자 고상안(高尙顔)의 효빈잡기(效嚬雜記) 노서(老鼠)에 나옵니다.

 이 이야기가 시사(示唆)하는 바는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지혜가 그 만큼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우리사회는 어떠한가? 되돌아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경험이 풍부한 어른들은 가정에서 외면당하고 있습니다. 물론 3대가 함께 사는 가정을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주택형태가 아파트로 변하면서 핵가족화 되어 집안에 어른이 없는 가운데 아이들이 자라고 있어 인성이 제대로 형성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전통관습이나 가족문화에서 형성되는 정통성을 이어가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습니다. 우리사회에서는 경험이 풍부한 어른들은 상대적으로 정보활동이 뒤지기 때문에 밀려나고 있어 좋은 지혜가 사라지고 있습니다. 선진국의 국회의원들은 60~70대의 원숙한 의원이 많은데 비해 우리사회는 그들의 풍부한 경험과 지혜를 활용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래된 이야기이지만 초중등학교 교원의 정년을 단칼에 3년을 단축시키더니 교원이 부족하였습니다. 수급도 고려하지 않고 나이 든 교원을 교단에서 한꺼번에 몰아내더니 교원이 부족하여 장롱자격증을 가진 오랜 기간 교직을 떠나서 타 직업에 종사하다가 집에서 쉬고 있던 사람들을 다시 교단에 서게 했습니다. 주먹구구식 정책으로 비난을 받고 교육현장은 안정을 되찾는데 오랜 세월이 걸렸습니다. 어느 사회나 활력 넘치는 젊은 패기와 풍부한 경험의 지혜가 조화를 이뤄야 균형 잡힌 사회로 성장할 수 있다는 교훈을 노서(老鼠)에서 되새겼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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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세종충북지회장 인터뷰

[충북일보] 지난 1961년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시초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우리나라 가족계획, 인구정책의 변화에 대응해오며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장을 만나 지회가 도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 지회장의 역할,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경순 지회장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인구변화 대응, 일 가정 양립·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성 생식 건강 증진 등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33년 공직 경험이 협회와 지역사회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도 첫 여성 공보관을 역임한 조 지회장은 도 투자유치국장, 여성정책관실 팀장 등으로도 활약하고 지난 연말 퇴직했다. 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의 경제와 성장에 기여했던 그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통해 충북과 세종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상임 명예직인 현재 자리로의 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지회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