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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재

수필가·사회교육강사

두 식구가 조용히 살던 아파트에도 설 명절 준비가 시작됨을 아내의 분주함에서 느끼게 된다. 가래떡을 뽑을 쌀을 담가 놓고 식혜 만들 준비, 전 부칠 준비 등 주방과 베란다에 그릇 숫자가 늘어난다. 설 명절에 가족이 먹을 음식을 준비하면서 덩달아 마음도 들뜨는 것 같다. 가족과 함께 보낼 화목한 명절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힘든 줄도 모르는 것 같다. 옛날 같으면 칠순을 바라보는 할머니 인지라 며느리에게 지시나 하며 감독처럼 있을 나이인데도 손수 명절준비를 하니 해가 갈수록 힘들어하는 모습이 역력히 보인다. 늦둥이 아들은 아직은 미혼이라서'올 추석에는 며느리가 도와주겠지'하는 희망을 안고 참아내는 것 같다. 온 가족이 맛있게 먹을 음식을 만들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대가족이 함께 모여 명절준비를 하면 덜 힘들 것 같은데 핵가족으로 분산되어 살아가니 우리 고유의 전통을 지키던 명절 풍속은 하나 둘씩 사라져가고 있어 안타깝다. 올해는 설날 앞으로 주말이 있어 5일간 연휴로 귀성차량과 차례준비가 여유로웠던 것 같다. 설 전날에 만두도 만들고 전(煎)도 굽느라 너무 바쁘고 힘들어 했는데 만두는 미리 만들고 전만 부치니 힘이 덜 든다고 하였다. 집안청소 외에 서툰 솜씨로 설 준비를 도와주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설 전날에야 나타난 아들이 하는 말은 "엄마 ! 힘들게 하지 말고 사서해요."말은 쉽게 하고 전 몇 조각을 맛있게 먹고는 친구 만나러 간다며 나간다. 드디어 명절날이 되었는데 동생과 조카들이 와서 차례를 지내고 작은집으로 이동하여 차례를 모시고 나니 9시 반이 되었다. 92세이신 노모가 계시니 손자들이 고운 한복을 입고 세배를 드린다고 모여든다. 귀여운 증손들의 세배를 받고 오천 원짜리 신권을 두 장씩 나눠주시며 모처럼 환하게 웃으신다. 몇 년 전만 해도 가족이 둘러 앉아 윷놀이를 하며 화목한 시간을 보냈는데 올해는 성묘만 다녀오기로 했다. 장가든 조카들은 처가에 가야 한다며 하나 둘 작별인사를 하고 떠났다. 저녁 시간이 되니 딸을 많이 둔 우리 집엔 외손자 손녀들을 앞세우고 사위까지 들어서니 적막했던 집안에 화기(和氣)가 넘친다. 그런데 인천에 사는 둘째네 가족이 출발도 못하고 있다는 전화가 왔다. 육아휴직을 하고 복직한 둘째 딸이 일이 많은 부서에 발령을 받아 몸살이 나서 못 올 것 같다고 한다. 초등학교 저학년과 유치원 다니는 이종사촌들은 서로 보고 싶다며 아우성이다. 저녁상을 물리고 과일과 안주를 놓고 정담을 나누는데 인천 딸이 아이들과 함께 엘리베이터에서 나오니 모두가 환호를 하며 박수까지 터져 나왔다. 아이들은 반가워서 부둥켜안고 좋아했다. 요즘에는 친사촌이 없는 아이들이 많아 이종사촌끼리 친사촌보다 더 가까이 지내는 것 같다. 비슷한 또래라서 캠핑을 함께 가서 어린 시절의 추억을 만들고 있다. 가끔 충주 인근으로 캠핑을 올 때 저녁에 들려보면 성씨가 다른 이종사촌끼리 친족처럼 지내는 것을 보면 가족이라는 제도가 너무 빠르게 변해 감을 실감할 수 있었다. 지난 연말에는 둘째 네가 스위스와 프랑스로 가족 여행을 다녀온 사진과 동영상을 보았는데, 이번엔 첫 딸네 가족이 뉴질랜드로 여행을 다녀와 사진과 번지점프 하는 영상을 보며 한바탕 웃었다. 여행사진 보다 재미있는 것은 4학년이 되는 동우가 세 살 때 몸을 흔들면서 춤을 추는 6분짜리 동영상을 다시 보니 너무 귀엽고 깜찍해서 그야말로 박장대소(拍掌大笑)를 하며 집안이 떠나갈 듯 웃었다. 명절이 조상에게 차례를 올리는 것 외에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정(情)을 나누고 화목한 시간을 보내라는 더 큰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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