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름많음동두천 17.6℃
  • 맑음강릉 20.3℃
  • 구름많음서울 18.2℃
  • 구름조금충주 17.0℃
  • 맑음서산 18.6℃
  • 맑음청주 18.1℃
  • 맑음대전 18.5℃
  • 구름조금추풍령 19.0℃
  • 맑음대구 19.0℃
  • 맑음울산 20.0℃
  • 맑음광주 18.4℃
  • 맑음부산 19.1℃
  • 맑음고창 18.4℃
  • 맑음홍성(예) 18.0℃
  • 맑음제주 21.3℃
  • 맑음고산 18.8℃
  • 구름많음강화 15.3℃
  • 구름조금제천 17.2℃
  • 구름조금보은 17.3℃
  • 구름조금천안 17.8℃
  • 맑음보령 18.9℃
  • 맑음부여 18.7℃
  • 맑음금산 18.1℃
  • 맑음강진군 18.7℃
  • 구름조금경주시 20.7℃
  • 맑음거제 19.7℃
기상청 제공

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이찬재

수필가·사회교육강사

 늦가을 날씨가 너무 좋다! 참아내기 어려웠던 폭염(暴炎)으로 여름을 보내고 나니 이렇게 좋은 가을 날씨가 감동을 안겨줘 잡아두고 싶은 만추(晩秋)의 계절이다. 파란 가을 하늘아래 오색물감을 풀어놓은 듯 온 산은 만산홍엽(滿山紅葉)이 돼 너무 아름답다. 잎을 떨 군 감나무엔 터질 듯 빨간 홍시가 먹음직스럽다. 일찍 수확한 감나무 끝엔 까치밥만 덩그렇게 남아있다. 자연의 선물을 동물과 함께 나눠먹는 인간의 따뜻한 마음을 일찍이 선조들로부터 보고 배우며 실천하고 있다.

 시골에 계시는 노모를 찾아가니 텃밭에서 가꾼 호박을 수확해 놓고 아들딸들에게 나눠주려고 하신다. 뒷밭에 심은 총각(總角)무도 된서리에 얼지 않도록 덮어놓으셨다. 넓적한 소쿠리에는 대추와 감을 담장에 올려놓고 가을 햇볕에 말리는 풍경은 풍요로운 가을의 정취를 느끼게 한다. 가뭄이 심해서 고구마 알이 굵게 영글지 못하고 자잘한 것들을 쪄서 가을볕에 말린 고구마말랭이를 집어 먹으니 꼬들꼬들한 맛이 주전부리 간식으로 너무 좋다. 이웃에 사는 사촌동생은 김장을 담그느라 분주했다. 엄마를 따라온 아이들은 시골 마당에서 장난치며 놀고 있는 웃음소리가 아이들이 많았던 옛날의 농촌풍경과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가을걷이도 거의 마무리 돼 월동준비를 하는 모습이 농촌의 정겹고 아름다운 풍경이다. 사과를 한창 수확하고 있고 도로 옆에서 사과를 팔고 있어 한보따리 샀다. 들깨 타작하는 소리, 무를 뽑는 아낙네들, 쾌청한 가을 날씨에 노란융단을 깔아놓은 듯했던 들판은 벼 수확을 하고나니 썰렁해 보였다. 지금처럼 기계화가 되기 전의 농사는 지금은 거의 볼 수 없다.

 예전에 중학교 다닐 때 하교하고 돌아오면 일손이 모자라 달밤에 논에 세워둔 볏단을 지게로 날랐던 일이 생각났다. 마당에 볏가리를 쌓아 놓고 날을 잡아 타작을 했다. 탈곡기를 발로 밟으며 벼 나락을 터는 일은 여러 명이 역할을 맡아 먼지를 뒤집어쓰며 하루 종일해야만 했다.

 요즘은 모내기도 기계로 하고, 콤바인(combine)으로 논에서 잘 말린 벼를 자르면서 탈곡을 한 다음 자루에 담는 일까지 한 번에 마쳐서 손쉽게 농사를 하고 있다. 일손이 많이 필요했던 농촌에서는 들판에서 새참이나 점심을 이웃과 나눠먹으며 정을 나눴던 모습은 보기가 드물게 됐다. 예전엔 아낙네가 집에서 음식을 손수 만들어 머리에 이고 논밭 길을 걸어가는 모습도 이제는 볼 수 없게 됐다. 요즘은 식당에서 배달을 해준다고 한다. 들밥을 전문으로 해주는 식당까지 생겼다고 한다.

 한낮의 가을날씨가 너무 평온해 차를 몰고 목적지도 없이 집을 나섰다. 충주호가 단풍과 잘 어울리는 월악산을 바라보며 송계계곡입구에 들어서니 잔잔한 호수는 마치 거울 같았다. 아름다운 가을 산이 거꾸로 비친 호수는 한 폭의 풍경화 같았다. 차를 세우고 아름다운 풍경을 눈에만 담아가기가 아쉬워 사진을 찍었다. 봄에는 벚꽃길이 아름답고 여름엔 녹음(綠陰)과 어울리고, 가을의 단풍이 비추는 호수는 절경이 아닐 수 없다. 눈 덮인 아름다운 설경을 볼 수 있는 겨울까지 사계절의 변화를 보며 살아가는 아름다운 금수강산에 살아간다는 것이 자연이 안겨주는 선물이 아닌가?

 노란 은행잎 길을 걸을 때면 귀인이 된 느낌이다. 청정계곡이라 자주 찾는 만수계곡을 걸으며 물소리를 들으니 마음까지 정화가 됐다. 한적한 계곡에 자리 잡은 찻집에 앉아 우수(憂愁)에 젖어본다. 어린 시절의 그리운 친구들도 생각이 나고 주말에 찾아오는 가족들과 귀여운 손자들도 보고 싶어진다. 계곡의 선선한 바람을 느끼며 따뜻한 차 한 잔의 향기는 만추의 정감을 잡아두고 싶은 계절이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매거진 in 충북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세종충북지회장 인터뷰

[충북일보] 지난 1961년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시초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우리나라 가족계획, 인구정책의 변화에 대응해오며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장을 만나 지회가 도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 지회장의 역할,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경순 지회장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인구변화 대응, 일 가정 양립·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성 생식 건강 증진 등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33년 공직 경험이 협회와 지역사회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도 첫 여성 공보관을 역임한 조 지회장은 도 투자유치국장, 여성정책관실 팀장 등으로도 활약하고 지난 연말 퇴직했다. 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의 경제와 성장에 기여했던 그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통해 충북과 세종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상임 명예직인 현재 자리로의 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지회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