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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재

수필가·사회교육강사

금수강산을 울긋불긋 물들인 만산홍엽(滿山紅葉)의 계절이 지나가고 있다. 단풍이 북에서 남으로 물결치며 한반도를 붉게 물들였던 늦가을의 정취를 느끼게 하는 만추(晩秋)의 계절이 아쉬움으로 밀려가고 있다. 도로를 뒤덮은 샛노란 은행잎은 너무 아름다워 차마 밟기가 망설여진다. 노란 양탄자 위를 빨간색 승용차가 미끄러지듯 지나가는 은행나무 가로수 길은 한 폭의 그림을 연상케 한다. 바야흐로 낙엽의 일생 중 가장 화려한 절정의 순간이라 생각된다. 이제 옷깃을 여미게 하는 싸늘한 바람에 아름다운 옷을 벗어 던지고 색 바랜 낙엽이 되어 땅바닥을 뒹굴고 있다. 낙엽과 작별한 나목(裸木)은 벌거숭이가 되어 너무 쓸쓸해 보인다. 고운단풍 마저 떨어지고 스산한 바람이 스치고 지나가면 마음 한구석 허무함을 달래기 위해 친한 벗과 함께 따끈한 커피 한잔을 나누고 싶어진다. 낙엽의 일생을 되돌아보면 물오른 나뭇가지에서 싹을 틔우며 연녹색의 유년시절을 보내고 희망을 안겨주었다. 싱그러운 녹음이 짙어가는 청년시절을 보내며 맑은 산소를 내뿜으면서 햇볕을 받아 탄소동화작용으로 양분을 만들어 나무를 살찌우고 성장을 도왔다. 무더운 햇살을 가려주는 시원한 그늘이 되어 더위에 지친 사람들을 나무 그늘로 모이게 하며 베풂의 삶을 살아왔다. 나뭇잎이 만든 양분으로 아름다운 꽃을 피웠고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하루도 쉬지 않고 일하며 한마디 불평도 없이 활력이 넘쳤었다. 온 산천을 녹음으로 덮어 북서풍에 날아오는 미세먼지를 정화시켜주며 건강을 지켜주는 고마운 역할을 묵묵히 해왔다. 얼마나 자랑스럽고 믿음직스러운가· 녹색의 잎은 나물이 되어 먹거리가 되기도 하였고, 한약의 재료로 채취되어 사람들의 건강을 지켜주기도 했다. 음력 3월 중에 봄비가 백곡을 윤택하게 한다는 곡우(穀雨)절기에 나무에 물이 오르기 시작하여 절기의 변화에 따라 처서(處暑)가 지나면 따가운 햇볕이 누그러져서 풀이 더 이상 자라지 않기 때문에 논두렁이나 산소의 풀을 깎아 벌초를 하는 것이다. 가을을 대표하는 절세미인 하면 푸른 잎을 붉게 물들인 단풍잎이다. 아름다운 여자의 얼굴을 묘사할 때 쓰이는'녹빈홍안(綠·紅顔)'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윤이 나는 검은 머리와 고운 얼굴이라는 뜻인데, 오죽하면 고운 얼굴을 붉을'홍(紅)'자로 표현했을까· 단풍(丹楓)은 기후 변화에 의해 나뭇잎에 생리적 변화가 일어나 녹색 잎이 붉게 변하는 현상을 말한다. 나무가 겨울나기를 위해'낙엽 만들기'를 준비하면서 단풍이 만들어진다. 가을이 되면 나무는 나뭇잎으로 가는 물과 영양분을 차단하게 된다. 이 때문에 나뭇잎에 들어 있던 엽록소는 햇빛에 파괴되면서 양이 줄게 되고, 결국 나뭇잎의 녹색은 점차 사라지게 된다. 대신 종전에는 녹색의 엽록소 때문에 보이지 않던 다른 색의 색소가 더 두드러져 나뭇잎이 다양한 색을 나타내게 되는 것이 아름다운 단풍으로 변하는 것이다. 낙엽 길을 따라 낙엽의 일생을 생각해 보니 우리 인생과 똑같다 는 생각이 들었다. 낙엽이 되기 전에 아름다운 단풍으로 붉게 물드는데 인간은 나이가 들어 늙게 되면 머리가 백발로 변하여 낙엽과 대비되는 것 같다. 낙엽은 자기를 키우고 아름답게 물들여준 나무에게 양식을 축내는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낙엽이 된다. 다시 거름이 되어 나무에게 받은 은혜를 갚는 희생의 덕행을 실천하니 얼마나 아름다운 모습인가· 이러한 낙엽을 밟으니 한시(漢詩)한 구절이 떠오른다. "낙엽을 그냥 쓸어서는 안 되네(落葉不可掃) 맑은 밤 그 소리 듣기가 좋아서 라네(偏宜淸夜聞)"라는 매월당 김시습(金時習)의 낙엽이라는 한시 첫 구절이 마음을 울리는 늦가을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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