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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재

수필가·사회교육강사

겨울기운이 쇠퇴해가는 삼월의 끝자락 오후에 햇살이 너무 포근함을 느꼈다. 자동차 부품교체시간이 서너 시간이 걸린다하기에 시내와 가까운 아름다운 호수 둘레에 만들어진 산책길을 걷기 시작했다. 10여 년 전에 가까운 아파트에 살 때는 조석으로 운동을 하던 산책로 이었지만 모처럼 걸으니 새로운 느낌을 받았다. 호암사거리에서 출발하여 MBC가 있는 쪽으로 시계방향으로 걷기 시작했다. 호수에 물이 가득차서 풍성한 느낌을 받았는데 호수 가장자리를 보니 수초가 많이 보였다. 개천에서 많이 자라는 버들강아지도 눈에 들어왔다. 잿빛 털이 강아지 털과 같아 버들강아지라 하는 것 같다. 봄바람에 흔들리는 수양버들은 연두 빛 색깔이 봄기운을 느끼게 하였다. 호수 가장자리를 더 자세히 볼 수 있는 나무다리 통행로가 정감을 안겨주었다. 사진 찍을 곳도 마련하여 산책이 더욱 즐거웠다. 빨간 꽃망울을 터트리려는 듯 옹기종기 매달려있는 홍매화나무 앞에 발걸음을 멈추었다. 사진을 몇 장 찍었는데 곁을 지나던 사람들이 처다 보며 관심을 갖는다. 왼쪽에는 생태공원을 만들어 꽃과 다양한 식물을 관찰 할 수 있게 해놓았고 전시관도 있어 둘러보았다.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의자도 마련되었고 작은 공연공간도 있었다. 산책길 가로등 기둥에 매달려있는 스피커에서는 음악이 흘러나와 지루함을 덜어주었다. 호수 한가운데에는 힘찬 물줄기를 시원하게 뿜어내는 수경분수대가 낮잠을 자며 기다리고 있었다. 전에는 보지 못한 공간이 눈에 띄어 잔디가 깔린 정원 같은 공간도 둘러보았다. 거울처럼 투명한 호수 면을 바라보니 근처의 고층아파트 모습이 거꾸로 비쳐서 사진을 찍었다. 대림산 방면으로는 호텔과 아파트가 조화를 이루어 보기가 좋았다. 방죽이 끝나는 지점에 큰 느티나무가 호수에 거꾸로 반사되어 그림 같은 풍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느티나무 아래 마련한 들마루에는 노인들이 둘러앉아 한담(閑談)을 나누는 모습도 너무 정겨워 보였다. 날씨가 좋아서인지 산책하는 사람과 운동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호수가 깊숙이 들어간 안쪽으로 오리 떼가 평화롭게 떠다니며 봄을 노래하는 것 같았다. 호수를 바라보며 식사를 즐길 수 있는 식당도 눈에 들어왔다. 구불구불한 산책로 옆엔 향토시인의 시를 나무판에 새겨놓아 발걸음을 멈추게 하였다. 산책로 입구 옆으로 축대 벽에는 별자리를 만들어 아이들의 꿈을 키워주는 공간도 보기 좋았다. 통나무 계단을 오르니 정담을 나눌 수 있는 팔각정자와 노송이 그림같이 어울렸다. 아늑한 공간에는 나라꽃 무궁화동산을 아기자기하게 만들어 놓았다. 호암지 호수가 아름다운 것은 호수의 모양이 다도해처럼 드나듦이 아름다워 호기심을 더해주는 곳이다. 산책로 옆으로는 철봉, 평행봉, 윗몸일으키기 대, 배드민턴장 등 다양한 운동기구가 갖추어져 있어 숲속에서 건강을 다지기에 너무 좋은 장소이다. 호암지의 봄 풍경을 나 혼자 보기엔 아까워 멀리 사는 아이들이 볼 수 있게 가족밴드에 올리려고 사진을 많이 찍었다. 도로 건너편에는 가야금의 전당인 우륵 당, 택견 전수 관, 실내체육관, 수영장 등이 있어 건강을 다지는 요람이라 할 수 있다. 양지바른 곳에 개나리가 수줍게 웃고 있었다. 농막 같은 정자 옆을 지나가다 왼쪽을 보니 진달래가 만개하여 복스럽게 보였다. 진달래 동산으로 가까이 들어가서 사진을 몇 장 찍었다. 호숫가에 찾아 온 봄소식을 느끼며 걷다보니 어느 듯 호수를 한 바퀴를 돌아 출발장소에 다다랐다. 새봄이 오는 소리를 들으며 새싹의 생명력을 느꼈고 개나리 진달래에 취해 마치 꿈속을 여행하고 돌아온 느낌을 받았다. 봄날 오후의 호숫가 산책을 하고나니 마음도 호수처럼 잔잔한 행복감을 느낄 수 있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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