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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6.11.06 16:40:43
  • 최종수정2016.11.06 16:40:43

이찬재

수필가·전 달천초 교장

24절기의 하나인 입동입니다. 상강(霜降)과 소설(小雪)사이에 입동이 들며, 양력 11월 7~8일경으로 태양의 황경이 225°에 이를 때입니다. 입동을 특별히 절일(節日)로 여기지는 않지만 우리의 겨울 생활과 상당히 밀접한 관계가 있는 날입니다. 겨울 동안 먹을 김치를 장만하는 김장은 입동을 기준해서 담급니다. 김장은 입동 전 혹은 입동 직후에 하여야 제 맛이 난다고 합니다. 입동이 지난 지가 오래면 얼어붙고, 싱싱한 재료가 없으며, 일하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 때면 시장에는 무·배추가 가득 쌓이고, 옛날에는 냇가에서 부녀자들의 무·배추 씻는 풍경이 장관(壯觀)을 이루기도 하였습니다. 요즘은 절임배추를 사서 김장을 담그는 편한 세상이 되었습니다.

가을걷이가 모두 끝나면 햇곡식으로 떡을 해서 고사를 지내는 풍습이 있었습니다. 시루떡을 만들어 토광·터주 단지·볍씨 섬에 놓았다가 먹고, 농사에 애쓴 소에게도 가져다주며, 이웃집과도 나둬 먹었습니다.

중국에서는 입동 후 5일씩을 묶어 초후(初候), 중후(中候) 말후(末候)로 삼았고, 초후에는 비로소 물이 얼기 시작하고, 중후에는 처음으로 땅이 얼어붙으며, 말후가 되면 꿩은 드물어지고 조개가 잡힌다고 합니다. 입동 즈음에는 동면(冬眠)하는 동물들이 땅 속에 굴을 파고 숨으며, 산야에 나뭇잎은 떨어지고 풀들은 말라갑니다. 회남자(淮南子)「천문훈(天文訓)」에 의하면"추분이 지나고 46일 후면 입동인데 초목이 다 죽는다."라고 기록합니다. 낙엽이 지는 데에는 나무들이 겨울을 지내는 동안 영양분의 소모를 최소로 줄이기 위한 자연의 이치가 숨어있습니다. 입동에는 치계미(雉鷄米)라고 하는 미풍양속도 있습니다. 여러 지역의 향약(鄕約)에 전하는 바에 따르면, 계절별로 마을에서 자발적인 양로(養老)잔치를 벌였는데, 특히 입동, 동지, 제석(除夕)날에 일정 연령 이상의 노인들을 모시고 음식을 준비하여 대접하는 경로잔치 같은 것을 치계미라 합니다. 본래 치계미란 사또의 밥상에 올릴 반찬값으로 받는 뇌물을 뜻하였는데, 마치 마을의 노인들을 사또처럼 대접하려는 데서 기인한 풍속입니다. 그러나 그마저도 형편이 안 되는 사람들은 도랑탕 잔치로 대신했다고 합니다. 입동 무렵 미꾸라지들이 겨울잠을 자기 위해 도랑에 숨는데 이때 도랑을 파면 누렇게 살이 찐 미꾸라지를 잡아 추어탕을 끓여 노인들을 대접하는 것을 도랑탕 잔치라고 합니다. 대개 전국적으로 입동에 날씨가 추우면 그해 겨울이 크게 추울 것이라고 믿었다고 합니다. 겨우내 먹을 김치를 한목에 담가두는 일을 김장(沈藏)이라 하는데, 김치(沈菜)는 고음인 딤채→짐채→짐치→김치로 변음 된 말이라 합니다. 배추는 백채(白菜)가 배채→배차→배추로 변음 되었고, 무는 무꾸→무수→무우→무로 변음 되었다고 합니다. 나박은 한자로 나복(蘿蔔)이라 하며, 무를 얇고 네모지게 썰어 절인 뒤에 고추나 파, 마늘, 미나리 등을 넣고 국물을 부어 익힌 김치를 나박김치라 합니다. 김장을 담그는 집에서는 돼지고기를 삶아놓고 배추의 노란 속잎과 양념을 준비하여 일하는 사람들이 먹는 풍습을'속대쌈'이라 하며 지금도 미풍(美風)으로 전하여지고 있습니다. 입동을 맞이하여 겨울준비를 하는 사람들의 분주한 손길을 바라보며 또 한해가 저물어가는 세모(歲暮)가 닥아 옴을 느끼는 스산한 늦가을입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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