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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재

수필가·전 달천초 교장

오랜만에 봄나물로 차린 저녁밥상을 받았다. 수안보로 온천욕을 다녀온 아내가 주방에서 분주하게 차려놓은 식탁 앞에 마주 앉았다. 모임과 외식이 잦아서 집에서 밥을 먹는 것이 오랜만이었다. 구수한 냉잇국에 밤과 콩, 은행 등을 넣은 영양밥이 앞줄에 놓여 있었다. 파란색 미나리 무침, 두릅나물 무침, 달래를 넣어 끓인 된장국, 부추무침, 도라지 무침 등 봄 냄새가 코를 자극하였다. 미나리와 두릅을 넣어 부침개도 한 장 구워 접시에 담아냈다. 나는 저절로 "여보! 고마워요"하는 말이 나왔다.

외식문화가 너무 흔한 현대를 살아가는 대부분의 남편들은 가정에서 아내의 정성이 담긴 밥상을 받으면 감동한다고 한다. 값비싸고 화려한 식당의 음식과는 외형상으로는 부족해 보일지 모르지만, 마음 편하게 먹기는 아내의 손맛이 묻어나는 밥상이 더 좋은 것 같다. 아마도 주부의 사랑과 정성이 듬뿍 담겨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여러 명의 여자와 결혼생활을 한 남자에게 어떤 여자가 가장 기억에 남느냐는 질문을 하였다고 한다. 그 답은 여러 명의 여자 중에서 음식을 가장 잘해주었던 여자라고 답했다고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아름답고 상냥한 여자'라는 답과는 달랐다는 것이 흥미롭다.

봄철에는 몸이 나른하고 활력을 잃기 마련인데 땅 속에서 겨울을 보내고, 새싹들이 움트는 새 생명의 절기이다. 개울가에 피어나는 버들강아지를 시작으로 개나리, 진달래, 매화, 벚꽃, 모련 등의 봄꽃들이 집안에 있는 사람들을 산과 들로 불러낸다. 버드나무 끝자락을 연둣빛으로 물들이더니 파릇파릇한 새싹들이 봄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아낙네들은 바구니를 들고 들판으로 나가 봄나물을 뜯는 모습이 정겨워 보인다. 장날 시장에 가보면 두릅, 쑥, 냉이, 씀바귀 등 봄나물들이 눈길을 끈다. 봄에 나오는 각종 나물들은 겨우내 묵은 음식물만 섭취했던 사람들에게 새 생명의 기를 섭취할 수 있도록 해주는 자연의 선물이다.

봄의 기운을 받아먹고 열심히 일해서 가을에 많은 수확을 얻어 춥고 긴 겨울을 잘 지내라는 자연의 섭리인 것 같다.

시골에 계시는 노모께 전화를 드리면 각종 봄나물들을 가져가라고 하신다. 거동도 불편하신데 텃밭에서 나는 봄나물들을 자식들에게 나눠주고 계신다. 저녁 밥상을 받고나니 어머니 생각이 먼저 떠오른다. 저녁 밥상에 오른 봄나물의 대부분은 어머니께서 손수 채취하셔서 보내주신 것이다. 아내도 고맙지만 어머니의 끝없는 자식사랑에 더 감사하고 고마워해야 하겠다.

외 손주들이 우리 집에 올 때는 외할머니가 끓여주는 김치찌개가 먹고 싶다고 주문하는 것처럼 음식에는 손맛이 있다고 한다. 똑같은 재료로 요리를 해도 음식을 조리하는 사람의 손에서 그 맛이 나온다는 말이다. 어릴 때 어머니의 손맛에 길들여진 자식들은 커서도 어머니의 음식 맛을 그리워한다. 음식점 간판에는 '어머니 밥상'이라는 것을 볼 수 있다. 어머니가 집에서 해주는 맛을 느낄 수 있다는 의미로 부쳤겠지만 실제로 어머니의 손맛을 느끼지는 못하는 것 같다.

한두 가지 반찬으로 먹는 자연인의 밥상, 논밭에서 일하고 먹는 들밥. 등산길에서 먹는 도시락이 더욱 맛있는 것처럼 소박함에서 담백한 맛이 우러나는 구수한 저녁밥상의 봄나물 맛이 오랫동안 감동으로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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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