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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재

수필가·전 달천초 교장

올해로 미수(米壽: 88세)를 맞으시는 어머니께서는 17살에 시집을 오셨다고 하신다. 당시 종군위안부로 보내기 위해 처녀들을 공출(供出)이라는 이름으로 강제로 일본으로 보낸다는 소문을 듣고 일찍 시집을 보내셨다고 하셨다. 일찍 결혼하셔서 불행을 모면하셨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산간벽촌으로 어린나이에 시집을 보내놓고 외할머니께서는 눈물을 많이 흘리셨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자식들에게 조금씩 나눠주는 재미로 힘든 줄 모르고 텃밭농사일을 하신다.

손수 진지를 해 드시니 얼마나 외로우실까? 전화로 안부를 자주 확인하지만 항상 죄스러운 마음뿐이다. 마침 한글날부터 3일 연휴가 있어서 큰 매제가 계획을 세워서 숙소를 예약 하고 1박2일 여행일정을 세웠다. 모두 열 명이 제천동생네 집에 모여 차 두 대로 출발하였다. 영월과 태백을 거쳐 임원 항으로 갔다. 점심을 바다 회로 먹고 나니 중국여행에서 많이 본 엘리베이터를 타고 산으로 올라갔다. 넓고 푸른 바다를 한눈에 바라보며 여행기분에 들떴다. 남화 산 계단을 오르니 정상에 수로부인헌화공원을 잘 만들어 놓았다. 수로부인이 용을 타고 앉아있는 조각상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며 쾌청한 날씨에 바닷바람이 너무 상쾌함을 느꼈다.

해변을 따라 장호 항 위에서 레일바이크를 탔다. 오른 쪽으론 푸른 파도가 넘실거리고 해송이 우거진 숲 사이로 동심으로 돌아가 페달을 밟으며 모두가 좋아했다. 터널을 지날 때는 추웠다. 굴 안을 조명과 삼척을 홍보하는 시설이 분위기를 띄웠다. 지루할 정도가 되니 쉬어가는 곳이 나왔다. 간식을 사먹으며 가족애를 느끼는 분위기였다. 오르막은 전기로 끌어서 페달을 밟지 않고 구경만 할 수 있어 좋았다. 셔틀버스를 타고 돌아와 숙소가 있는 태백으로 다시 들어갔다. 어둠이 깔린 황지 연못을 찾아가니 공연을 하고 있어서 따듯한 차도 한잔 마셨다. 저녁은 닭갈비를 먹기로 했는데 맛 집이라서 줄을 서서 기다렸다.

숙소는 태백시에서 운영하는 민박 촌인데 규모가 크고 주변공기가 너무 상쾌하였다. 2층으로 되어 있어서 넓고 좋았다. 케이크를 준비하여 미수를 맞이하는 생신을 축하해 드렸더니 너무 좋아하셨다. 아버님 생각이 나시는지 이런 좋은 구경도 못하셔서 아쉽다고 하셨다. 이튿날 아침 해장국을 먹기 위해 내려가는 길에 청원사라는 절에 들렸는데 단풍이 고찰과 어우러진 가을경치가 아름다웠다.

아침을 먹고 바람의 언덕을 올랐다. 풍력발전을 하는 바람개비가 돌아가는 모습과 수확이 끝난 고랭지 배추밭사이를 돌아 내려왔다.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추전역을 갔는데 마침 무궁화열차가 기적을 울리며 지나가서 아담하고 작은 역에서 사진을 찍으며 추억을 만들었다. 시간여유가 있어서 함백산 단풍구경을 하며 돌아서 적멸보궁인 정암사에 들렸다. 가을단풍이 아름다운 고찰로 고즈넉한 느낌을 받았다. 영월에 도착하여 누룽지백숙으로 점심을 먹고 철늦은 래프팅을 하러갔다. 추억으로 남기기엔 추운데다가 비까지 내려서 어머니에게 좋은 추억을 만들어 드리려했던 생각은 빗나가고 말았다. 일정을 모두 마치고 제천에 와서 해물 탕으로 저녁을 먹고 1박2일의 어머니 미수기념 가족여행을 마치고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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