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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재

수필가·전 달천초 교장

석가탄신일연휴에 인천에 사는 딸이 유치원에 다니는 손주 둘을 데리고 왔다. 충주 근처는 거의 가본 터라 하늘재 길을 걷기로 했다.

하늘재 정상까지는 못가고 도랑물이 졸졸졸 흐르는 숲속의 옛길을 걷기로 하였다. 가족단위 탐방객이 많았다. 외손자 동우는 집에서부터 물고기를 잡아달라고 졸랐다.

엄마, 아빠 손을 잡고 걸어가던 아이들은 꽃과 풀을 보며 이름을 묻고 궁금해 하였다.

동우가 원하는 송사리를 잡아주려고 어항을 웅덩이에 넣어두었다.

나무그늘이 시원한 숲길을 20여분동안 걸었다. 맑고 신선한 공기가 가슴을 시원하게 해주었다. 소나무 아래 나무토막의자에 앉아 잠시 쉬었다. 내려오는 길에 어항을 넣었던 물웅덩이를 들여다보니 된장 냄새를 맡고 버들치가 몇 마리 들어갔다.

동우와 선우는 신기해하며 너무 좋아했다. 집에 가져가서 어항에 기르겠다고 한다. 준비해 간 물통에 담아주니 헤엄치는 물고기를 보고 좋아하는 모습이 천진난만했다.

사위와 딸은 물고기를 집에 가져가면 죽으니 살려주자고 아이들을 설득하는 모습을 보고 나도 거들었다.

생명의 소중함을 가르치는 현장체험의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다음날이 부처님 오신 날이라 '살생하지 말라'는 교훈을 가르치고 있었다. 점심 먹기 전까지만 물고기를 보고 놀자는 말에 아이들도 동의하였다.

냇가에 가서 고기를 풀어주는 모습을 보니 '아이들을 바르게 키우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경험한 것이 유치원에 가서 공부한 것 보다 더 값진 체험학습이었다고 생각한다. 유치원 시절은 숲속에서 자연과 더불어 하고 싶은 놀이를 하도록 자유의 시간을 주는 것이 더 좋은 유아교육이라는 생각을 하며 야외식당에서 점심을 맛있게 먹었다.

나는 딸과 사위에게 오늘 오르지 못한 하늘재에 대해 설명을 하였다.

우리나라 최초의 고갯길은 '하늘재'라고 한다. 충주시 수안보면 미륵리에서 하늘재(525m)를 넘으면 문경시 문경읍 관음리가 나온다. 이 고개는 삼국시대(156년) 신라 8대 아달라(阿達羅)왕이 재위 3년(156년)에 북진을 위해 길을 열었다고 한다. 고구려 온달과 연개소문은 빼앗긴 하늘재를 다시 찾기 위해 끈질긴 전쟁을 벌였으며 고려 공민왕은 홍건적을 피해 몽진할 때 이 길을 이용했다고 한다. 영남과 충청도를 잇는 교통의 요지였으며 군사적으로 거점이었던 고개였으나 조선 태종 14년에 지금의 문경새재인 조령길이 개통되면서 군사적 요충지인 하늘재를 조령에게 넘겨주게 되었다. 하늘재 라고 부르기 전에는 계립령(鷄立嶺), 대원령 등으로 불리었으나 요즘은 하늘재 라고 한다. 하늘재를 경계로 지명에 얽힌 유래가 있는데 관음리(觀音里)는 현세를 뜻하고 미륵리(彌勒里)는 내세를 뜻한다고 한다. 그래서 현세에서 내세를 넘어가는 하늘을 통한다는 뜻으로 그리 높지 않은데도 하늘재라 했다는 설이 있다. 관음리 에는 관음사가 있고 미륵리 에는 미륵사지터에 세계사라는 절이 있다. 나의 설명을 들은 딸 내외는 재미있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들이 좀 더 크면 김연아 소나무도 보고 하늘재를 넘기로 약속을 했다. 옆에서 듣고 있던 동우는 "할아버지 다음에도 물고기 잡아주세요."라며 다짐을 받는다. 우리는 수안보에서 온천을 하기위해 굽이굽이 지릅재를 넘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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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