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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9.03.27 16:10:26
  • 최종수정2019.03.27 16:10:26
올해가 시작하면서 산책하기 좋은 날이 별로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올해 좌구산을 찾은 기억이 거의 없었다.

지난 일요일 오후 날씨가 따뜻하면서 미세먼지도 별로 없고 바람도 불지 않아서인지 갑자기 좌구산 생각이 떠올라 혼자 길을 나섰다.

'삼기저수지 등잔길'에 도착하니 주차할 공간이 없어 그냥 직진해 올라갔다.

도로를 따라 올라오다 보니 '좌구산 숲 명상의 집' 앞에 도착했다. 주차공간을 내어주고 빠지는 차가 있어 수월하게 주차를 할 수 있었다. 고마웠다.
'좌구산 명상 구름다리'는 오가는 사람이 많았다. 나는 명상의 집에 들어가 숲 해설가 선생들이 만들어 놓은 자연물을 이용한 작품을 보면서, 따끈한 차 한 잔 마시고 나왔다.

이곳에서 더 올라가면 '별 무리 하우스'와 산책길, '좌구산 천문대'와 '좌구산 하강 레포츠' 시설이 있지만 오늘은 여기서 그만 돌아 내려가기로 한다.

'율리휴양촌' 앞에 있는 '별천지공원'을 지나 '하늘정원'을 바라보며 걸어 올라갔다. 그곳의 명물처럼 여겨지는 하트모양 의자에 앉아서 풍차와 하늘을 바라보며, 돌아가는 세상을 잠시 잊어본다.

내려오는 길에 '삼기저수지 등잔길'을 한 바퀴 돌아보기로 마음먹고, 저수지 물 따라 구불구불한 산책길을 걷기 시작했다.
삼기저수지 수변데크 산책로에는 김득신 동상이 앉아있다. 백곡 김득신은 임진왜란때 진주성 대첩을 이끈 김시민 장군의 손자로 백이전을 11만 번이나 읽은 조선시대 독서광으로 유명하다. 조선 중기를 대표하는 시인이자 문학가인 그는 삼기저수지를 바라보며 끊임없는 독서를 이어가고 있다.

인생길이 무엇이 그리 바쁘다고 뒤도 돌아보지 못하고 달려왔는가 싶다. 부지런히 뛰어가 봐야 목적지는 '마지막 종착역'.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길을 남들이 걸어가면 나는 뛰지 않았던가.

지금은 무릎관절 등 온몸이 여기저기 아파와 걷기조차 힘들고, 돋보기와 먼 거리 잘 보이는 안경에 의지하면서도 일상생활을 이 정도 이어 갈 수 있음에 감사한다. 몸이 쇠하는 것에 슬퍼하는 것이 아니라 나이가 들고 몸이 익어 가면 좌우도 살피고, 뒤도 돌아보며 백곡 김득신의 그림자를 따라 천천히 거북이처럼 느리게 살아가라는 의미로 받아들인다. 팔다리와 눈과 귀의 기능이 떨어지는 것은 자연의 이치라고 믿기 때문이다.

오늘 산책길은 나 홀로 오길 잘했구나 싶다. 누군가와 같이 왔다면 자연을 즐기며 나의 인생길을 돌아볼 기회조차 없이 그저 살아가는 데 도움도 안 되는 잡담이나 하면서 허둥지둥 한 바퀴 돌아갔을 것이다.

가끔 나 홀로 산책길을 따라 걷는 것은 보약을 지어먹는 것보다 더 필요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백곡의 묘비에는 스스로 지은 글귀가 적혀있다고 한다. "재주가 남만 못하다고 스스로 한계를 짓지 마라. 나보다 어리석고 우둔한 사람도 없지만 결국엔 이룸이 있었다. 모든 것은 힘쓰는데 달려있을 따름이다" 산책하며 만난 백곡을 떠올리니 그의 말이 새삼 와닿는다.

봄의 초입, 백곡의 발자취를 따라 사색에 잠겨본 의미 있는 산책길이었다.

/ 증평군SNS서포터즈 이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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