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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5.01.13 15:29:49
  • 최종수정2025.01.13 15:29:48

최창중

전 단양교육장·소설가

타계한 장영희 교수가 자신이 지은 책 '그러나 내겐 당신이 있습니다'에 수록한 이야기입니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대장장이 프로미시우스가 인간을 빚으며 각자의 목에 두 개의 보따리를 매답니다. 하나는 다른 사람의 결점으로 가득 채워 앞쪽에, 또 다른 보따리는 자신의 결점을 가득 채워 등 뒤에 매답니다. 때문에 사람들은 앞에 매달린 다른 사람의 결점은 잘도 보고 시시콜콜 이리 뒤지고 저리 뒤지며 꼬투리를 잡지만 뒤에 매달린 보따리 속 자신의 결점은 전혀 볼 수가 없습니다. 그처럼 인간의 성향이라는 게 양면적이어서 마음먹기에 따라 얼마든지 상반되는 해석이 가능한 것입니다. 장 교수는 다음과 같이 넋두리를 잇습니다.

'겸손해서 나서기 꺼려하는 사람은 카리스마가 부족하면서 자신감이 없다고 비난받고, 반대로 박력 있고 당당한 사람은 겸손하지 못하며 되바라졌다고 욕을 먹는다. 그런가 하면 쾌활하면서 잘 웃으면 사람이 가볍고 진중하지 못하다고 욕을 먹고, 잘 웃지 않으면서 진중하면 괜히 무게를 잡는다고 욕을 먹는다. 상냥하고 사근사근하면 내숭을 떠는 것이 여우 같다고 손가락질을 받고, 상냥하지 못하면 뻣뻣한 것이 여자답지 못하다고 욕을 먹는다. … 사람 사는 게 엎어지나 뒤치나 마찬가진데, 왜 우리는 악착같이 자신과 남 사이에 깊은 골을 파 놓고 그렇게 힘겹게 살아가는지 모르겠다.'

장 교수의 지적대로 실제로 우리는 다른 사람의 결점은 잘 볼 수 있지만 자신의 결점은 잘 보지 못합니다. 아무리 평판 좋고 훌륭한 사람일지라도 마음만 먹으면 비난거리를 얼마든지 찾아낼 수 있습니다. 그만큼 남의 결점은 실제보다 크게 보이고 자신의 결점은 실제보다 작게 여겨집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겪는 많은 문제가 남의 결점을 들추는 데서 비롯됩니다. 남의 흉을 보는 것이 익숙하기 때문입니다. 이는 자신의 약점을 감추기 위한 보호본능인지도 모릅니다.

앞에서도 거론되었지만,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명망 있는 인사라고 할지라도 현미경을 들이대고 살피면 단점과 결점, 약점을 드러내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언제든지 노출이 가능합니다. 반면 아무리 밉살맞고 경멸스러운 사람일지라도 심성의 어느 틈바구니엔가 비록 채송화 씨앗만 한 것일지라도 장점이나 배울 점을 지니기 마련입니다. 미움이 방패막이를 쳐 잘 드러나지 않을 뿐이죠.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단점을 무수히 지닌, 외면하고 싶은 사람을 만나 억지로 웃으며 가식적인 호의를 베풀어야 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 그럴 때 데면데면하게 대하여 적으로 만들기보다는 적극적으로 밝은 언어를 사용해 자신의 편으로 만드는 슬기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네요.

불교에서는 입으로 짓는 네 가지 죄를 경고합니다. 첫째, 악구(惡口), 험한 말을 하는 입을 말합니다. 둘째, 기어(綺語), 기이하고 해괴한 말로 상대를 농락하는 입을 말합니다. 셋째, 망어(妄語), 혼란스럽고 망령된 말을 하는 입을 말합니다. 넷째, 양설(兩舌), 한 입으로 두 가지 말을 하는 입을 말합니다.

세상이 어지럽습니다. 입으로 짓는 죄를 조심해야 할 시기죠. 특히, 위정자들에게 요구되는 충고가 아닐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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