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름많음동두천 17.6℃
  • 맑음강릉 20.3℃
  • 구름많음서울 18.2℃
  • 구름조금충주 17.0℃
  • 맑음서산 18.6℃
  • 맑음청주 18.1℃
  • 맑음대전 18.5℃
  • 구름조금추풍령 19.0℃
  • 맑음대구 19.0℃
  • 맑음울산 20.0℃
  • 맑음광주 18.4℃
  • 맑음부산 19.1℃
  • 맑음고창 18.4℃
  • 맑음홍성(예) 18.0℃
  • 맑음제주 21.3℃
  • 맑음고산 18.8℃
  • 구름많음강화 15.3℃
  • 구름조금제천 17.2℃
  • 구름조금보은 17.3℃
  • 구름조금천안 17.8℃
  • 맑음보령 18.9℃
  • 맑음부여 18.7℃
  • 맑음금산 18.1℃
  • 맑음강진군 18.7℃
  • 구름조금경주시 20.7℃
  • 맑음거제 19.7℃
기상청 제공

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최창중

전 단양교육장·소설가

책을 읽다 번역가 박여진 씨의 글을 만났습니다. 경남 하동을 거닐다 박경리 작가를 생각하며 대하소설 '토지' 속에 얽혀 있는 무수한 인연들을 떠올리게 된 그는 자신이 간직하고 있는 인연에 대한 생각을 나직하게 읊조렸더군요.

'인연은 흔적을 남긴다. 어떤 인연은 사소하고 작게 시작했다가 무럭무럭 자라 굳건한 뿌리를 내리기도 하고 어떤 인연은 상처를 내고 흉터를 남기기도 한다. 껌이 엉겨 붙은 머리칼처럼 가망 없이 얽힌 인연도 있고, 유쾌하고 반짝였지만 별것 아닌 이유로 빛이 바랜 인연도 있으며 실망과 지겨움에 구겨진 인연도 있고, 너무 당연해 함부로 대했다가 후회로 멍든 인연도 있다. 더러는 소중하고 애틋하게 지키고 싶었지만 더 이상 내 시간과 공간에 머물지 않게 된 인연도 있다. 연(緣)은 마음먹은 대로 맺어지는 것이 아니어서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탄탄하게 맺어지기도 하고, 애를 쓸수록 지치고 복잡하게 얽히기도 하며, 너무 엉성해서 조금만 당겨도 툭 끊어지기도 한다.'

찰진 묘사 때문에 잠시 책에서 시선을 떼어냅니다. 책을 읽다 느닷없이 만나게 된 '인연'입니다. 인연하면 피천득 선생님의 수필이 생각나기 마련이지요. 과거 교과서 속에서 만났던 작품이기 때문에 줄거리마저 선명하게 떠오릅니다. 아사코와의 만남과 헤어짐에 얽힌 추억을 소재로 인연이란 말의 의미를 새삼스럽게 깨닫게 해 주었던 작품입니다.

아사코의 뺨에 입을 맞추고 반지와 동화책을 선물로 주고받은 첫 번째의 만남, 신발장이 어디 있느냐는 질문에 의아해 하는 아사코의 태도를 보여주는 두 번째 만남, 그리고 시들어가는 백합 같은 아사코와 악수도 없이 절만 하고 헤어지는 세 번째 만남. 이처럼 어떤 상황에 대해 '그 정도를 점점 약하게 하거나, 작게 하거나, 낮게 하는' 점강적인 글쓰기 방법으로 전개한 작품은 제목인 '인연'과 잘 맞닿아 있습니다.

인연(因緣). 불가(佛家)에서 유래된 낱말입니다. 불교에서는 모든 것이 생기하거나 소멸하는 데는 반드시 원인이 있다고 보고, 생멸에 직접 관계하는 것을 인이라고 하며, 인을 도와서 결과를 낳는 간접적인 조건을 연으로 구별하는데, 실제로 무엇이 인이고 무엇이 연인가를 확실히 구분하는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인연은 '인과 연'과 '인으로서의 연'의 두 가지로 해석되는데, 이 양자를 일괄해서 연이라고 하며, 인연에 의해서 사물이 생기하는 것을 연기(緣起)라고 하고, 발생한 결과를 포함해 인과라고 합니다. 인연, 연기, 인과는 불교 교리의 가장 근본적인 사고방식인데, 반드시 인(因)에서 과(果)로 가는 시간적 관계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동시적인 상호의존관계와 조건도 의미합니다.

삼국시대에 불교가 우리나라에 전래된 이후 전생에 지은 업으로 인해 금생의 어떤 인물로 태어났다는 '인과'나 '윤회사상'의 일부가 된 인연은 '삼국유사'에 두루 실려 있습니다. 한 가지의 예로 '효선(孝善)'에 실린 '대성효이세부모(大城孝二世父母)'를 보면 불국사의 창건주로 알려진 김대성이 전생에 무밭 세 개를 보시한 공덕으로 후생에 재상집에서 태어났다는 인연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인연은 한국인의 의식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음이 구비문학을 통해서도 확인됩니다. 공양미 3백석에 몸을 팔아 인당수에 뛰어들어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한 '심청전'에서처럼 일반 민중들의 도덕률을 형성하는데 일조했던 것이지요.

필자가 책을 읽다 느닷없이 만나게 된 '인연'이라는 단어를 오래도록 붙잡고 늘어지게 된 것도 하나의 작은 인연이겠지요.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매거진 in 충북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세종충북지회장 인터뷰

[충북일보] 지난 1961년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시초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우리나라 가족계획, 인구정책의 변화에 대응해오며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장을 만나 지회가 도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 지회장의 역할,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경순 지회장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인구변화 대응, 일 가정 양립·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성 생식 건강 증진 등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33년 공직 경험이 협회와 지역사회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도 첫 여성 공보관을 역임한 조 지회장은 도 투자유치국장, 여성정책관실 팀장 등으로도 활약하고 지난 연말 퇴직했다. 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의 경제와 성장에 기여했던 그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통해 충북과 세종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상임 명예직인 현재 자리로의 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지회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