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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3.04.10 16:13:55
  • 최종수정2023.04.10 16:13:55

최창중

전 단양교육장·소설가

한가한 시간, 무심히 텔레비전을 바라보다 기분을 망쳐 버렸습니다.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이 방영되고 있었기 때문이죠. 두 명의 사회자가 초대 손님 한 명을 불러놓고 신변잡기를 가지고 시시닥거리다 마지막 부분에 이르면 퀴즈를 풀게 하여 정답을 맞히면 상금을 지급하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초대된 사람은 30대로 보이는 젊은이였습니다. 제법 멀끔하게 생겼는데, 사회자의 소개에 의하면 국가로부터 장학금을 받아 세계 유수의 공과대학과 대학원을 졸업하는 등 화려한 경력을 쌓으며 유학을 하여 공학박사가 된 유능한 인재였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모두가 알아주는 명망 있는 가수가 되어 '남이 부러워 할 정도의 성공'을 이루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필자가 불쾌했던 것은 그가 '남이 부러워할 정도로 성공했다'고 인정하는 방송 관계자들의 인식 때문이었습니다. 사회자들의 입을 통해, 자막을 통해, 그러한 표현이 수도 없이 튀어나왔습니다. 국가가 장학금을 지급해 유학까지 시키며 공학도를 만들었다면 당연히 국가를 위해 봉사할 생각을 해야지 그런 도움을 헌신짝처럼 던져 버리고는 개인의 입신양명을 위해 가수가 된 것인데 그것이 어찌 '남이 부러워 할 정도의 성공'인가 싶었던 것입니다.

필자의 노여움과는 상관없이 출연자들은 가수의 성공담을 두고 오랜 시간 노닥거렸습니다. 당연히 앞부분은 그가 공부하던 시기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었죠. '성공했다'는 가수는 자신이 공부하던 때의 우여곡절을 자랑스럽게 늘어놓았고 사회자들은 맞장구를 치며 반색하거나 박수를 쳤고요. 중간 중간 그가 획득한 자격증도 자료 화면으로 띄어졌고, 그가 공부하던 때의 사진도 곁들여졌습니다.

그쯤에서 필자는 채널을 돌려버렸습니다. 불쾌했습니다. 그가 그동안 도와준 국가의 도움에 부응하기 위해 오랜 기간을 전공분야에서 봉사하다 50대쯤에 이르러 자신의 취미나 특기를 찾아 가수를 택했다면 이해가 될 텐데, 이제 막 학업을 끝낸 사람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배신을 한 것인데 텔레비전에 불러내어 칭송을 할 일인지 도무지 이해가 되질 않았던 것입니다. 그동안 국가가 그에게 지원했던 예산을 지금이라도 환수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더군요.

진작부터 그런 경우를 보며 고개를 갸웃했었습니다. 다른 학교에 비해 국가의 예산 지원이나 제도적인 도움이 현저히 많은 과학고등학교나 카이스트, 포스텍에서 우수한 교육 자료를 가지고, 우수한 환경에서, 우수한 교육자들로부터, 우수한 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졸업을 하게 되면 나 몰라라 하고는 의학이나 법학 쪽으로 진로를 선택하는 것을 보고 그런 생각을 했던 것입니다.

그동안의 지원에 부응하기 위해 당연히 이공계로 진학해 이 나라의 먼 미래를 위해 봉사해야 할 의무를 지닌 학생들인데 국가의 기대를 저버리고는 개인의 영달만을 쫓는 사회적인 현상을 보면서 투자에 대한 환수제도의 필요성을 강하게 느끼곤 했습니다. 근간에 이르러 배신하는 학생들에 대해 교육비를 환수하는 방안이 마련되었다는 소식을 어디선가 접했던 것 같은데 그 강도에 대해서는 들은 바가 없습니다.

취업에 대한 부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런 선택을 해야 되는 학생들의 고충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의학이나 법학 쪽을 택해 공부할 생각이 있었다면 애초에 같은 계열의 학교를 택해 공부를 했어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입니다.

필자와 생각이 비슷한 사람들이 많은 탓인지 최근 카이스트와 포스텍에 의과대학이나 의학전문대학원을 설립하려는 움직임이 있는 모양입니다. 차라리 그쪽이 낫다 싶습니다. 공연히 학생들을 배신자로 만들 것이 아니라 제도 안으로 흡수해 지원에 대해 차등을 둠으로써 논란을 아예 없애 버리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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