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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3.06.26 17:25:41
  • 최종수정2023.06.26 17:25:41

최창중

전 단양교육장·소설가

'당양(當陽)하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햇빛이 잘 들어 밝고 따뜻하다는 뜻입니다. 두루 쓰이는 표현은 아니지만, 입안에 머금고 있으면 어쩐지 마음이 상냥해지는 말입니다. 김정경 시인은 이 '당양하다'를 자신의 글에서 이렇게 조근조근 설명합니다.

<애틋한 이를 마주하면 선뜻 밝고 환한 자리를 내주고 싶어지는 것처럼 마음한테도 그렇게 해주고 싶은 날이 있다. 까닭 없이 눅눅하고 스스로 누추하다고 여겨지는 때, 볕 잘 들어 밝고 따뜻한 그곳으로 손을 끌어다 앉히고 싶다. 바깥 풍경이 그윽한 창이 있는 자리라면 더없이 좋겠다.

내게도 그렇게 당양한 곳이 있다. 정확히는 창가 자리가 아니라 창문 아래이다. 창을 통해 목련과 하늘을 보고 싶어서 한옥 지붕을 뚫어 창문을 낸 옛 시인이 있다.

1974년에 세상을 떠난 시인은 말년에 그 아래에 의자를 놓고 나뭇잎 사이로 비쳐드는 햇살을 받는 걸 즐겼다. 창문은 시인이 시를 쓰던 방 뒤쪽 공간에 감춰져 있다. 한눈에 보아도 그리 견고하고 세련되게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그 옛날 쓰던 교자상 크기의 직사각형 창인데 거기에서 비롯되는 운치는 모자람이 없다. 어쩜 딱 그 자리에 꼭 그만한 창을 낼 생각을 했을까? 아담한 한옥에 비밀 천창(天窓)을 낸 이는 시인 신석정이다.

좋아하는 것들을 고요히 바라볼 줄 알았던 시인의 눈을 닮고 싶다. 내 시간과 주변을 살뜰히 보살피는 일이 아름다움을 향해 창을 내는 일과 다르지 않음을 나는 알아가고 있다. 그 노력이 안에서 바깥으로, 창문을 넘고 담 너머로 넘실넘실 넓게 퍼지면 세상에는 당양한 곳이 늘어날 것이다. 한줌의 볕도 달갑지 않은 무더운 여름이 가깝지만, 빛은 때론 그늘을 앉히는 의자가 되고, 그늘은 빛을 앉히는 의자가 된다는 것을 이제 나는 안다.>

글에서 '현자의 여유'가 넘쳐납니다.

혜민 스님의 글에서도 곳곳에서 현자의 여유가 눈을 반짝입니다. 비록 텔레비전에 '풍요한 사적 영역'이 공개됨으로써 몰매를 맞았지만 그의 글만은 아직 살아남아 곳곳에서 눈을 반짝이고 있습니다.

'몸을 구겨서 지하철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앞뒤, 옆, 사람이 꽉 찼네요. 이 순간 우리 마음은 짜증을 부릴 수도 있고, 헤헤, 손잡이를 잡지 않아도 된다고 재미있어할 수도 있습니다. 똑같은 일이 벌어져도 사람들은 이처럼 반응들이 달라요. 왜냐하면 세상이 나를 괴롭히는 것이 아니고, 알고 보면 내 마음이 나를 괴롭히기 때문입니다.'

'지금 처한 상황을 아무리 노력해도 바꿀 수가 없다면 그 상황을 바라보는 내 마음가짐을 바꾸십시오. 그래야 행복합니다. 원래 나쁜 것도 원래 좋은 것도 없습니다. 내 마음의 상(相)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니 좋은 것, 나쁜 것이 생기는 것뿐입니다.'

'김밥은 매끈하게 썰어진 몸뚱이 것보다 맨 끝 자투리가 푸짐하니 맛있습니다. 사람도 너무 완벽하고 매끈하면 인간미가 덜하고 좀 어딘가 허술한 구석도 있고 솔직한 사람이 더 인간적이고 매력 있어요.'

'쿵푸 18계를 마스터하면 손가락 하나만 까딱해도 사람을 해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높은 36계를 마스터하면 나보다 낮은 수준의 사람이 와서 싸우려고 하면, 그 사람을 위해 도망칩니다.'

현자가 갖추어야 할 여유를 '탈무드'도 예외 없이 강조합니다.

'생각은 감정을 낳고, 감정은 행동을 낳고, 행동은 결과를 가져온다. 우리의 생각이 만사의 원인이고 뿌리이다. 그래서 우리는 생각한 대로 보고 또 그대로 보인다. 승자가 즐겨 쓰는 말은 다시 한 번 해 보자이고, 패자가 즐겨 쓰는 말은 해 봐야 별 수 없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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