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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2.07.25 16:22:35
  • 최종수정2022.07.25 16:22:34

최창중

전 단양교육장·소설가

필자의 농장을 가려면 아스팔트길이 끝난 뒤 산중턱까지 이어진 비포장길을 차량 걸음으로 십여 분 허위허위 올라야 합니다. 그 길은 지금, 인근에 있는 농촌체험마을인 '도로줌마을'과 연계해 '도로줌마을산책숲길'로 명명되어 곳곳에 의자가 배치되고 개울이 흐르는 곳엔 징검다리가 놓여 한적한 오솔길을 즐기려는 사람들의 쾌적한 산책길이 되고 있습니다.

필자가 일주일에 두세 번 그곳을 가노라면 항상 앞서는 것이 있습니다. 이름 모를 산새들입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이 녀석들은 도로에 앉아 노닐다 차량이 진입하면 바로 옆 숲길로 날아가질 않고 도로를 따라 날아갑니다. 조금 날다 길에 앉아 따라오는 차량을 힐끔거리다가는 가까워지면 다시 그만큼의 거리를 날고 다시 차량이 다가오면 그만큼을 달아나고…. 대여섯 차례 그러길 반복하다 계속 차량이 따라오면, 이제는 정말 못 참겠다 싶은지 그제야 길옆의 숲을 향해 힘찬 날갯짓을 합니다.

농막에 이르면 거긴 이미 산새들의 천국입니다. 곳곳에서 새들의 지저귐이 시끄러울 정도로 들립니다. 온갖 지저귐이 섞여 들려 도대체 어떤 종류의 새들이 존재하는 것인지 구분이 힘듭니다. 천적이 없는 곳이니 그런 자유분방함이 이해가 갑니다. 아니, 천적이 존재하긴 하네요. 뱀이 제법 많은 곳이고, 맹금류도 가끔 모습을 나타내니까요.

산란기가 되면 새집이 온갖 곳을 점령합니다. 진입로 입구의 전봇대에 매달아놓은 우편함은 매년 이 녀석들의 보금자리가 됩니다. 검불을 조금씩 물어 나르는 낌새를 엿보았다 싶은데, 며칠 후 들여다보면 이미 어엿한 집이 마련되고, 다시 며칠 후면 그곳에 예쁜 알이 대여섯 개 모입니다. 그러다 또다시 며칠이 지나면 부모와 적도 구분 못하는 천방지축인 미물들이 노란 주둥이를 뾰족뾰족 하늘로 내밀며 먹이를 달라고 보챕니다.

전기 계량기 내부도 해마다 녀석들의 보금자리가 됩니다. 알들이 부화하여 새끼들이 날아간 뒤 집을 깨끗이 치우는데도 이듬해가 되면 어김없이 같은 모양의 새집이 들어섭니다.

뒤란의 가스통 위에 지붕삼아 올려둔 블록벽돌의 구멍에 새집이 들어섰을 때에는 햐, 하고는 감탄사를 발했습니다. 그곳까지 녀석들의 보금자리가 될 줄은 몰랐기 때문이지요. 그곳의 새집은 쉽게 들여다보였기에 지나다닐 때면 으레 눈길을 주었는데 어느 날인가는 놓인 새알을 유심히 살피다 신기한 점을 발견했습니다.

다섯 개의 알 중 한 개의 알이 유난히 컸기 때문입니다. 아하, 이것이 바로 뻐꾸기의 알이구나, 싶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과연 녀석은 텔레비전을 통해 목격한 대로 부화된 다른 새끼들을 밀어 바닥으로 떨어뜨리고는 홀로 새집을 가득 메울 정도의 덩치로 자랐습니다. 동안, 떨어진 새끼들을 주워 올려 보기도 했고, 못된 녀석을 없애 버릴까 하고 독한 생각을 품기도 했지만 저것도 자연의 섭리다 싶어 눈을 감고 말았습니다.

녀석들은 심지어 화목 난로의 연통 속에도 집을 짓습니다. 거실의 온기를 위해 마련한 화목 난로를 늦가을부터 피우기 시작해 겨울을 지나 봄에 이르기까지 사용하다 보면 나무의 진으로 인해 연통 속이 막히기 마련입니다.

따스한 봄날, 연통을 분리해 청소를 하다 보니 그 속에서 새집이 쑥 빠져나왔습니다. 연소가 잘되지 않았던 이유를 그제야 발견했던 것입니다. 새집을 자세히 살피니 부화되지 못한 알이 몇 개 발견되었습니다. 난로를 사용하지 않을 때 집을 짓고 알을 낳았을 터인데 쌓인 휴지를 태울 때 그 명이 다한 것이겠지요. 그런데 그 다음해에도 같은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해서 지금은 난로를 사용하지 않을 때면 아예 연통의 입구를 막아버립니다. 아까운 생명을 희생시키지 않기 위해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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